[송태흔 칼럼] 바울의 스승 가말리엘
바울 사도의 스승, 가말리엘은 주후 25-50년까지 이스라엘 민족에게 성경 및 정통 유대교 신학을 가르친 학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주후 1세기 이스라엘 땅에는 에스라, 힐렐, 가말리엘 등 세 개의 유명한 학파가 존재했다. 대학자 가말리엘은 주후 1세기 상당히 진보적인 유대교 신학을 주도한 가말리엘 학파의 최고 우두머리였다.
정통 보수주의 바리새인들을 이끈 힐렐 학파의 수장인 힐렐(Hillel·주전 60년-주후 20년 생존)의 손자요,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결례에 직접 참여해 최고의 영예를 누린 시므온(눅 2:25)의 아들이다. 그의 이름 가말리엘은 히브리어 ‘가미엘’의 취음(取音)으로서, “하나님에게 보답한다”는 뜻을 지닌다.
그는 신약의 사도 시대에 활동한 중요 랍비로서 희랍 문학을 깊게 연구했다. 유대 종교에 관심이 많은 바리새파 사람들 중에서도 적용의 폭이 매우 넓은 진보 및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학파의 수장(首長)이었다. 주후 1세기 당대로서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이혼을 인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주도했다. 정통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안식일 구제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여행하는 경우 징계를 완화해 주는 법령을 규정하는 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모세 율법을 매우 문자적·보수적으로 해석한 샴마이(shammai) 학파와는 다르게, 당시 상황을 넓게 보고 이해한 율법 해석을 주도했다. 주후 1세기 탁월한 유대인 학자들을 선발해 부여하는 일곱 명의 위대한 라반(최고 우수한 랍비)중 제1인자가 바로 가말리엘이었다.
이스라엘 최고의 라반으로 불려진 대학자 가말리엘은 당대 사회의 비주류 바리새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던 산헤드린 공의회 의원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교법사(모세율법 전문가) 역할을 감당했는데, 그를 마음으로 존경하며 따랐던 세력들도 많았었다. 출중한 학문과 능력으로 인해 예루살렘 백성들에게 높임을 받았다. 이방인 전도의 수장, 사도 바울도 그의 문하생이었다(행 22:3). 가말리엘 문하생을 거치지 않고는 주후 1세기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없을 정도였다.
주후 1세기 바리새파는 로마 황실로부터 인정을 거의 받지 못해 재정 문제를 비롯한 여타 혜택에 큰 제약이 있었다. 사두개인들은 선임 사도 베드로를 비롯한 초대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과 육신적 부활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적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사두개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육신의 부활을 전적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을 식민지로 다스리던 로마 황실은 개신교도들과 반대 의견을 지닌 사두개인들을 매우 신임했고, 반대로 초대 기독교인과 같은 생각을 지닌 바리새파 사람들을 핍박했다.
신흥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도할 때, 산헤드린 공의회는 그들을 제거하자고 했다. 육신적 부활 신학을 부인하는 사두개파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른 신학을 지닌 신흥 기독교도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며, 척결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라반 가말리엘은 공의회 의원들에게 주후 4년경, 드다라는 인물이 성장을 자랑하다 얼마 후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사실과, 주후 6년 갈릴리에서 유다가 백성들을 꾀어 드다 파를 좇다가 결국 멸망했다는 사건을 예로 들어 충고했다.
“만일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저희를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 면서 최초의 예루살렘 초대 교회 설교자들을 변론하며, 너그럽게 대했다(행 5:34-40). 가말리엘은 신흥 기독교 교회에 발생한 사건을 깊이 있게 조사하지도 않고 무조건 성내며, 조급하게 행동하는 정통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내렸다(행 5:35).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판단을 겸허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자세에 대해서 라반 가말리엘은 열심히 가르쳤다.
후대 문서 ‘클레멘타인 승인(Clementine Recognition)’에 의하면,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신흥 기독교도로 개종했다고 전한다.
주후 1세기 당시 유대 사회에서 비주류에 속한 인물이었지만, 바른 삶의 철학을 가지고 이스라엘 사회를 바르게 이끌었던 대학자 가말리엘은 21세기의 우리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이스라엘의 대학자 가말리엘은 주후 1세기를 이끌고 있는 주류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득세해도, 객관적인 바른 생각과 철학을 가르치기를 전혀 굽히지 않았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뽑아준 제19대 대한민국 국회가 이제 문을 열었다. 당선된 300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잘못된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지 않고, 오직 국가와 민족,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성실하게 소신껏 일할 수 있길 기대한다. 주후 1세기의 지도자 가말리엘이 바른 진리 성취를 위해 주류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소신껏 외쳤던 용기를 대한민국 국회는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