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①-하나님의 소유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15)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출 19:4-5)

성경의 두 중심축은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인 이스라엘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에 있다고 하지만 지위 자체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피조물인 이스라엘의 존재적 근거가 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분이다. 이스라엘이 그런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려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 백성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가장 요약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오늘의 본문이다. 본문이 보여주는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은 세 가지이다. 곧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 하나님을 위한 제사장 나라,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은 ‘신분’(status)을 보여주며, 하나님을 위한 제사장 나라는 ‘사명’(mission)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은 어떤 삶(life style)을 살아야 하는지를 밝혀준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소유’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세굴라’인데, 보물과 같이 귀하게 여기는 귀중품을 의미한다. 성경 다른 곳에서는 같은 단어 ‘세굴라’를 ‘보석(금과 은)’으로 번역하고 있다(대하 29:2). 하나님의 소유를 언급하면서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 ‘세굴라’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세상 모든 것을 지으셨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하나님의 소유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런 소유 가운데서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 소유 ‘세굴라’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 ‘세굴라’가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누릴 특권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보배로운 백성’(신 26:18)이며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시 135:4; 말 3:17)이다. 자신의 소중한 보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철저히 지킨다. 그렇듯이 하나님의 ‘세굴라’인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절대 보호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마치 자신의 눈동자같이 지켜 주신다고 하셨다.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의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 눈동자같이 지키셨도다”(신 32:10) “나를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 숨기셨도다”(시 17:8) 눈은 신체 부위 중 작지만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조그마한 상처가 생겨도 앞을 보지 못하는 큰 문제가 된다. 이스라엘은 비록 작고 보잘 것이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눈동자처럼 소중한 보물을 삼으셨다. 그런 신분의 우리들은 하나님의 사랑에서 결코 끊어질 수 없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9)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신 이유는 그들의 수효가 많아서가 아니라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적은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너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성민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지상 만민 중에서 너를 자기 기업의 백성으로 택하셨나니,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신 7:6-7) 여기에서 ‘적다’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메아트’는 숫자가 적다는 뜻이다. 고대사회에서 수가 적으면 약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메아트’의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들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하나님의 ‘세굴라’가 되었다. 이제 이스라엘의 역사는 더 이상 자신들의 것이 아니고, 그들을 보물로 삼으신 하나님 손에 달려있게 되었다.

하나님의 보물인 ‘세굴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 확립은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의 실제적 근거이다. ‘기뻐하다’의 어원적 의미는 ‘자긍심’ 곧 ‘당당함’이다. 하나님 백성으로서 우리들이 누리는 기쁨은 ‘세굴라’로서의 신분과 그것에 뒤따르는 하나님의 절대보장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외적인 조건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항상 기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구원의 감격, 그리고 하나님 자녀로서의 당당함이 곧 기쁨의 원천인 것이다.

*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수필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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