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넬료는 어떻게 친척과 이웃을 함께 데려왔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구원받은 이방인 고넬료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뿔’이라는 의미를 지닌 고넬료(Cornelius)는 주후 69년 가이사랴에 주둔한 이달리야(Italian) 대(隊) 백부장인 로마 군대의 고급 장교이다(행 10:1). 주후 69년 수리아에 이달리야 대가 주둔하고 있었던 것은 최근 빈나(Vienna) 부근에서 발견된 비문에 의해 증명됐다. 가이사랴는 욥바에서 북쪽으로 약 49km 정도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도시는 베니게에 속한 중요한 요새 도시로 스트라톤(Straton)이었으며, 마카비 시대 알렉산더 얀나예우스에게 점령됐다. 가이사랴는 주후 1세기 당시 이스라엘 군사 및 민간의 수도였으며 로마 행정관들의 거주지였다.

주후 1세기 이스라엘 땅에 거주하던 로마 군인들은 대체적으로 식민 백성들에게 난폭하게 행동하여 유대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백부장 고넬료는 그런 로마 군인들과는 매우 다르게 온유하고 경건했다. 할례 없는 이방인임에도, 온 가족이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며 가난한 유대 사람들에게 사비(私費)를 털어 열심히 구제했다. 세계 최고의 로마 군대 소속 고급장교가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고아와 과부, 나그네들을 섬겼던 것이다. 그는 정통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쉬지 않고 하루 세 차례씩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정확하게 기도했다. 백부장 고넬료는 로마의 이교주의와 우상숭배에 과감하게 맞서 이스라엘이 섬기는 참 신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섬겼다.

어느 날 백부장 고넬료가 제9시(표준시간 오후 3시)에 같은 장소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사자가 환상으로 그 앞에 나타났다. 하나님의 사자는 백부장 고넬료에게 다가와, 그의 기도와 구제가 천국의 하나님께 상달됐다고 말했다. 거룩하고 정결한 사람을 욥바에 있는 사도 베드로에게 보내 그를 강사로 초청할 것을 지시했다. 사도 베드로의 입술에 미리 넣어 둔 하나님의 말씀을 그의 가족들이 듣고, 성령을 받으라는 특별한 명령이었다.

백부장 고넬료는 하나님 사자의 지시대로 즉시, 경건한 사람과 하인 둘을 욥바에 있는 베드로에게 보냈다. 로마의 고급 장교가 비천한 식민지 백성, 베드로에게 사람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세계는 종교간 대립이 매우 심했고, 종파간 교세확장을 위한 유혈투쟁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명성 있는 로마 부대의 장교가 신흥 기독교를 신봉(信奉)하는 정통 유대인을 초청한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운 결단의 산물이었다. 유대인을 자신의 가정에 초청하므로, 로마인으로서 자신의 입지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었다.

백부장 고넬료의 부하들이 하룻길을 걸어 욥바 피장이 시몬의 집에 도착했다. 그 때 사도 베드로는 시몬의 집 지붕 위에 올라가서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 중 하늘이 열리고 네발 달린 짐승들과 기어 다니는 생물 및 공중의 새들이 들어있는 보자기 환상을 베드로가 보게 됐다. 보자기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짐승들을 잡아먹으라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 경건한 유대인 베드로는 율법에 어긋나는 짐승들을 절대 잡아먹을 수 없노라고 거절했다. 큰 실랑이가 3번 있은 후, 그 보자기는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 베드로가 그 환상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을 때, 로마 장교 고넬료가 보낸 하인들이 시몬의 집에 도착했다. 사도 베드로는 백부장 고넬료의 초청이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깨닫고, 즉시 순종해 가이사랴로 내려갔다.

초청된 사도 베드로의 설교를 열심히 듣고 예배하던 이방인 고넬료의 일가와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성령과 세례를 받고 구원됐다(행 10:2-48). 신실한 백부장 고넬료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일가 친척 모두를 사도 베드로의 집회에 참석시켰다. 백부장 고넬료의 평소 신실한 신앙과 삶을 모델로 삼고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운 지인들도 사도 베드로의 집회에 대거 참여할 수 있었다. 백부장 고넬료는 이방인으로서 처음으로 성령을 통해 구원됐고, 공식적인 물세례를 최초로 받게 됐다.

당시 이방인 고넬료의 가족들에게 물세례를 주고, 그리스도인이 되게 한 것은 정통 유대주의에 반하는 위법적 행동이었다. 예루살렘에 돌아온 사도 베드로는 그것을 변론하기 위해 총회로 불려 나가기도 했다(행 11:2).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성령의 역사가 이방인에게 내려지자, 얼마 전 세워진 신흥 기독교는 편협(偏狹)한 유대교의 틀을 벗어나 우주적인 종교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고넬료는 할례를 받지 않아(행 10:28,11:3) 정통 이스라엘 회중의 일원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예배했던 그는 유대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행 10:2,30). 백부장 고넬료는 정통 유대인들에게도 칭찬을 받았으며(행 10:22), 회당에서 여호와를 예배하는 데도 참석할 수 있었다(행 13:16,26,43, 17:17).

자신과 가정이 엄청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겸손한 신앙을 지킨 백부장 고넬료는 놀라운 기적을 가족과 함께 경험했다. 사적인 손실 발생을 알면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찾았던 백부장 고넬료는 성령을 받고 이방인 최초의 크리스천이 됐다. 그의 용기와 담력과 믿음은 가정과 친구들까지 복을 받게 하는 놀라운 역사를 이뤘다. 공동체 속에 있는 신실한 지도자 한 사람이 이웃들까지 행복을 누리게 하는 복의 통로가 됐다.

어려웠던 교회와 국가공동체도 신실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만날 수 있다. 힘들고 어렵고 나눠진 국가 공동체를 건실하게 하나로 일으켜 세워줄 고넬료 같은 지도자 한 사람을 찾고 있다. 작금 유럽의 경제위기, 대한민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힘을 합해 전진시킬 수 있는 겸손하고 희생적인 리더십이 범세계적으로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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