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민교회, 안디옥교회처럼 세계를 향하라”

시드니=박상미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신학포럼 ‘이민신학과 21세기 교회론’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신학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과 기념 촬영.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신학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과 기념 촬영.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소장 홍길복 목사) 제5회 신학포럼이 ‘이민신학과 21세기 교회론’이란 주제로 최근 벨몬트(Squid’s Ink Hotel)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을 위해 미국에서 이영길 목사(보스톤한인교회)가 초청돼 주강의를 했고, 시드니 지역에서 김성두 목사(시드니경향교회), 이기훈 목사(시드니온누리교회), 주정오 목사(열린문교회) 등이 각각 발제했다.

이영길 목사는 유목민의 관점에서 이민교회를 살피고 그 안에서 두 가지 특징을 꼽았다. 이 특징은 이민교회의 아픔이자 극복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그는 안디옥교회가 이 같은 특징을 잘 해결하고 승화시켜 세계선교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21세기 이민교회 역시 ‘세계를 향한 교회’가 되어야 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목사가 연구하여 명명한 ‘세물신학’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영길 목사는 “한국교회의 축소판으로 취급되던 이민교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민목회에서 나오는 고유함을 창출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교회 구성원 자체가 한국교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민교회는 떠난 자들의 교회이다. 교회란 이미 세상으로부터 부름받아 세상을 떠난 자들의 모임이나, 이민교회는 고향을 떠난 자들로서 두 번 떠남의 사람들이다. 정착민 교회와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런데 이민교회는 좁다. Mark Griffin이나 Theron Walker 등 학자들의 말을 인용한다면 이민자들이 사는 곳은 Borderland(경계지역)에 속한다. 미국의 현실에서 본다면 백인 주류사회와 흑인들의 Ghetto 사이를 뜻한다.

또한 다르다. 떠나 온 자들이 좁은 곳에 모였을 때 일어나는 충돌인 것이다. 이것은 다른 인종들과의 문화적 충돌과는 달리, 동질 문화 안에서의 충돌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도 1세와 1.5세, 내지 2세들과의 차이는 엄청 크다.

그렇다면 이민교회에 주어진 사명은 뚜렷하다. 좁은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좁은 땅을 넓히는 사명이다. 이영길 목사는 이삭의 모습을 통해 21세기 이민교회가 본받아야 할 모습을 설명한다.

이삭은 블레셋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민을 가서 그 땅에서 복을 받아 거부가 되었다. 하지만 블레셋 사람들이 시기하여 아브라함 때 판 우물을 다 막아버렸고, 이삭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시 우물을 판다. 그곳도 다툼이 일어나 떠나게 되었고, 두번째 우물을 파지만 다툼으로 다시 우물을 포기하고 떠난다. 그런데 세번째 우물을 파고는 다툼이 없었고, 그 이름을 ‘르호봇(넓은 곳)’이라 정했다. “이삭이 거기서 옮겨 다른 우물을 팠더니 그들이 다투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르호봇이라 하여 이르되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 하였더라”(창 26:22).

이영길 목사는 Ronald Rolheiser의 표현을 인용, “현대인들은 바위사이에 틈새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민자들은 그래도 바위 사이의 틈새에 작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그들은 그 틈새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바위 틈새에서 부르는 르호봇의 노래가 그들로 하여금 틈새를 찾게 해 주는 것이며 곧 대형교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보다 이민교회의 노래가 더욱 역사를 움직일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교회는 좁은 바위틈에서 많은 문화적 갈등과 충돌을 경험한다. 좁은 곳이지만 모두 다르기에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잘 해결하면 어떻게 될까? 사도행전 6:7 보듯 헬라파 과부들과 히브리파 과부들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교회는 더욱 부흥했고 사도행전 13:1~3을 보더라도 안디옥교회는 문화적 충돌을 잘 극복하여 사울과 바나바를 세계선교사로 파송하는 놀라운 축복을 받은 교회가 된다.

이영길 목사는 “사도행전 11장을 공부하는데 사도바울을 세계선교사로 보낸 안디옥교회가 바로 이민교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교회 모델로 안디옥교회를 삼지만 정작 안디옥교회를 이민교회로 생각한 분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디옥교회가 세계를 향한 교회가 된 이유는 바로 비록 좁은 땅에 세워진 교회였으나 문화적 충돌을 잘 해결했고 도리어 다르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승화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각자의 다름이 도리어 독특함으로, 독특함은 ‘세계선교’라는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이민교회인 안디옥교회를 통해 거대한 일을 시작하셨듯이 동일하게 오늘날 이민교회들을 부르신다고 확신한다”며 “이민교회는 떠나 온 자들의 교회이고 또한 떠날 줄 아는 자들의 교회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세 사람’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떠난 자들이며 물구나무 서기의 사람들이다. 아브라함은 자녀가 없으면서도 만민의 아비라는 자각을 안고 살았고, 이삭은 좁은 골짜기에서 르호봇(넓다)을 외쳤으며, 야솝은 얍복강에서 천사와 싸워 이스라엘 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삼 세대이다.

‘세 공동체’는 교회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세 가지(공동체)를 말한다. 말씀 공동체, 은사 공동체, 쉐마(삼세대) 공동체가 그것. 거의 모든 종교가 사실은 삼세대 종교이나 개신교만이 세대가 나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만인제사장설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세대별로 나뉠 수 있는 신학적인 합리화가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가장 취약점이 되었다고 이영길 목사는 설명했다.

‘세 교회’는 이영길 목사가 이민목회를 위한 모델을 삼는 세 교회이다. 첫째는 안디옥교회요 두번째는 한국의 명동교회다. 세번째는 마틴루터 킹 목사가 목회했던 ‘에벤에젤교회’다.

이영길 목사는 “4세기 교부 Cyprian은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 없다고 했다”며 “이민교회를 어머니로 모실 때 상상할 수 없는 축복을 받을 것이고, 부족하나마 보스톤한인교회를 어머니로 모시는 덕에 세물신학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성두 목사는 ‘나의 목회 나의 면류관’이란 발제를 하면서 지난 23년의 이민목회 경험담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개척하고 일과 목회를 병행해야 했던 어려움, 교인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 중직자를 세우며 겪었던 시행착오 등 이민목회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김성두 목사는 “목회를 힘들게 했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동역자들인 목회자였다”며 “한국에서 온 목회자가 ‘이것도 목회냐고 물어올 때’, 혹은 성도들의 이동과 함께 서로 서먹해진 관계가 된 동료 목회자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목회자의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과 그로 인한 미안한 감정이나 동료 목회자들의 좌절을 보면서 이민 목회자에 대한 정체성이 흔들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단 10분을 넘어가지 않았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이 허락하실 생명의 면류관이 나로 하여금 흔들리지 않고 달려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목회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구령의 열정’,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소명의식과 사명의식’, ‘목회자의 자존감’, ‘주 안에서 즐기는 이민목회’ 등이라며 “이민 목회자들에게 주어질 면류관에 대한 확신으로 이 길을 기쁨으로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이기훈 목사는 ‘이민교회 내실화를 위한 큐티’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한국에서 천만인큐티운동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시드니온누리교회로 부임 후 성도들의 큐티를 체질화하는 데 전력했다. 그 결과 말씀중심의 교회로 변화하고 신앙이 변화되며 인격과 삶이 변화되고 교회생활의 변화됨을 경험했다.

이 목사는 큐티에 대한 성서적, 조직신학적, 역사적, 시대적 고찰을 통해 큐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제시했고 큐티의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주정오 목사는 ‘건강한 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먼저 “교회는 언제나 풍자와 험담의 주제가 되었고 공격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제는 그마저도 없는 일호의 신뢰성마저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교회를 믿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교회 갱신에 대한 필요성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건강한 교회가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주정오 목사는 “교회의 성장이 아니라 교회의 건강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곧 교회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며 “교회를 건물, 교파, 목회자 등으로 오해하지 않고 하나의 몸, 유기체로 이해한다면 최대이며 최후의 관심인 교회를 믿을 수밖에 없다. 아니 믿는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견미단X프로라이프

‘견미단X프로라이프’, 미국 투어로 청소년 생명운동 새 장

청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된 ‘견미단X프로라이프’ 프로젝트가 지난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켄터키주와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이번 투어는 험블미니스트리(대표 서윤화 목사)가 주최하고, 1776연구소(조평세 박사)가 공동 주관했으며, 사단법인 티움과 유튜브 채…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

“청년들 열정·질서에 깜짝… 훈련·조직화하고파”

전국 각지의 애국 단체들 플랫폼 역할 할 것 현 사태 궁극적 책임은 선관위에… 해체해야 선관위 규탄하자 민주당이 발끈? 뭔가 있어 친분 없던 대통령에 성경 전해 준 계기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한 ‘자유민…

트럼프

美 트럼프, 트랜스젠더 군인 복무 및 입대 금지

생물학적 성 다른 허위의 ‘성 정체성’ 군 복무 필요한 엄격 기준 충족 못해 현재·미래 모든 DEI 프로그램도 종료 ‘그(he)·그녀(she)’ 외 대명사도 금지 여권 내 제3의 성 ‘X’ 선택 섹션 삭제 ‘젠더(Gender)’ 대신 ‘섹스(Sex)’ 사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생명을 위한 행진 2025

‘친생명’ 트럼프 대통령 “무제한 낙태 권리, 중단시킬 것”

밴스 부통령 직접 집회 참석 낙태 지원단체 자금 제한 및 연방 자금 낙태에 사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열리는 낙태 반대 집회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 영상 축사를 통해, ‘낙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

림택권

“지금의 체제 전쟁, 해방 직후부터 시작된 것”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대로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이 육신은 수한을 다 채워 이 땅을 떠나 하늘나라 본향으로 향하겠지만 성경 말씀에 기록된 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 40:8)’는 말씀을 명심해 승리의 길을 가도록 우리…

정주호

“크리스천이라면,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건강해야죠”

“운동을 통해 우리가 실패의 맷집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 인생의 어떤 어려움의 장벽을 만났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뚫고 나갈 힘이 생깁니다. 만약 실패가 두려워 닥친 현실을 피하기만 한다면 다음번에는 더 작은 실패의 상황에도 도망칠 수 있습…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