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란 말이 요즘은 애매모호(曖昧模糊)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둑도, 사기꾼도 양심이 있다고 한다. 양심(良心)이란 착한 마음씨이다. 양심의 사전적 뜻은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양심이란 자기의 도덕적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양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양심고백이란 사실대로 말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사회 통념상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것을 기준으로 양심을 판단한다.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들도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된 사례들이 많다. 이들은 증거가 확실히 남아 있어 변명한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 양심을 들먹이며 법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 동네 어느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법원에서 임시 조합장에 유명한 변호사 한 분을 선임했다. 그도 역시 검은 돈이 오간 것이 틀림이 없었으나 그는 검은 돈을 먹어도 증거를 남기지 않고 뼈 없는 것만 골라 먹으므로 들통 날 리가 없었다고 한다.
먹어도 배 아프지 않는 돈을 눈먼 돈이라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돈을 먹었다가 목에 가시가 걸려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는 기사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일을 매일 보면서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줄 믿고 뿌리고 받아먹는 선량들의 양심은 실종되어 버린지 오래 되었다. 돈 뿌리는 계절엔 눈먼 돈이 넘친다고 한다. 무수히 돈이 살포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오리발을 내미는 양심에 털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교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 돈으로 양심을 매수하여 양심을 썩게 하는 것보다 더럽고 무서운 죄가 어디 있으랴?
「내가 본 지옥과 천국」의 저자는 강양욱 목사의 안내로 지옥의 지하 3층 동관에 갔더니 하나님의 영광을 도적질하고 기독교를 타락시킨 사람들이 와 있는데, 거기에 보니 자기가 알고 있는 몇몇 총회장 출신의 목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교회의 재정으로 총회장이 되기 위해 부정 투표하도록 뇌물을 사용했던 자들이었다고 했다. 도대체 신앙양심이란 무엇인가? 양심의 종류도 하도 많으니 양심을 내세우다간 믿어주기보다 오히려 의심받기 십상이다.
성경에 착한양심, 청결한 양심, 화인 맞은 양심, 더러운 양심(히 9:14)도 있다. 최근 신문에 목사의 양심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서 판사의 준엄한 판결에도 본인은 양심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듯하니 어느 양심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착복하고도 입에 게거품을 물고 변명을 늘어 놓으며 말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사태를 번복시켜 버린 간 큰 철면피도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금전에 대한 자세가 그 사람의 양심의 척도라 할 수 있다. 존경받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돈에 대하여 깨끗지 못하면 속물이요, 존경할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공자는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論語 述而篇) 고 했다. 주님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딤전6;10)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고 경고하셨다.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믿음의 본을 보여야 할 사람은 주님의 제자인 교회의 지도자들이다. 공직자, 정치인. 지방단체장들이 구속되는 일들이 있는데 대부분 돈 욕심 때문이다. 과욕(過慾)은 사람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돈의 노예가 되게 하고 신분을 망각하게 한다. 누가 황금은 선비의 마음을 검게 한다. (黃金黑士心)고 했던가?
아무리 유혹을 받아도 지도자의 양심에 털이 나서는 안 된다. 국가는 선거법이 엄격하여 작은 혐의도 용납되지 않는데 교계에서는 금금수수가 관행처럼 되고 있다. 양심에 탈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도자는 돈에 깨끗해야 한다. 지도자의 양심에 털이 나서는 안 된다. 존경받는 목사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들 때문에 모든 목사님들이 흙탕물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양심에 탈난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는 교회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주여! 복음으로 축복받은 이 땅을 고처주소서”
인도 콜인신학교에서 백운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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