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의리 있는 사도 바울의 주치의 누가(Luke)
이름 속에 ‘빛나다’는 아름다운 신학적 의미를 지닌 성경적 인물 누가(Luke)는 사도 바울의 주치의(主治醫) 및 선교사로 오래 활약한 이방인이다. 그의 이름은 라틴어 ‘루카누스’ 또는 ‘루키리우스’의 약어(略語)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 누가는 원래 이방 수리아 안디옥 사람으로, 사도 바울의 고향 다소에서 상당한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다 바울을 통해서 전도되어 회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크리스천이 됐다.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골로새 교회와 빌레몬에게 문안인사 편지를 보내면서(골 4:14, 몬 1:24), ‘사랑을 받는 누가’, ‘나의 동역자 누가’ 라고 기록한다. ‘사랑받는 누가’ 라고 부른 것은 바울과 누가가 매우 친밀했다는 증거이며, ‘나의 동역자’ 라고 부른 네 사람 안에 누가가 들어있는 것은 사도 바울의 전도사역에 크게 활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제자 디모데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쓸 때도, 의사 누가는 주치의로서 스승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딤후 4:11). 제3차 전도여행에서 누가는 빌립보에서 사도 바울을 만나 사지(死地) 예루살렘으로 같이 올라갔다. 사도 바울이 가이사랴의 옥중에 갇혀 있던 2년 동안 누가는 스승을 끝까지 보살피며 팔레스틴에 거처했다. 사도 바울은 ‘육체에 가시’ 라고 하는 질병을 몸 속에 늘 지니고 있었는데, 제자 누가는 자신이 가진 의술로 치료하며 봉사했다. 누가는 사도 바울의 로마 옥중 생활의 변함 없는 반려자로서, 많은 동지들이 떠난 다음에도 끝까지 충성을 다했다.
의사 누가는 제3복음서(누가복음)와 사도행전의 기자이기도 하다(행 1장).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합치면 신약성경 전체의 약 1/4 분량이 넘으며, 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문체를 가지고 있다. 누가가 저술한 두 권의 성경은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분명하고 매끄럽게 요약하고 있으며, 주후 1세기 설립된 초대 기독교 교회의 본질과 역사를 정확히 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누가복음을 ‘미증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뤄진 격조 높은 책’이라 격찬한다. 그의 책 속에 훌륭하고 수준 높은 문장들이 질서정연하게 쓰여져 있어 탁월한 문장가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발휘했다.
누가는 자신이 기록한 복음서에 나타난 모든 일들을 직접 겪거나, 보지 못했다. 누가는 스승 바울을 통해 뒤늦게 전도됐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서에 기록된 사건을 직접 겪은 사도 마태나 요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생생하고, 수려한 기록을 남긴 천재 작가로 평가된다.
누가는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약자에 대한 동정, 인류주의적 금도(襟度)를 매우 강조했다. 아픈 사람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온 몸에 지닌 참 의사로서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쏟았다. 거지 나사로의 비유(눅 16:19-31), 부정한 세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선택한 사건(눅 5:27), 사회로부터 소외된 난장이 삭개오의 구원 사건, 연약한 여인들에 대한 수많은 기사 등이 의사 누가가 지닌 고상한 인격을 짐작하게 한다.
누가는 주후 1세기 당시 사회적 약자들인 비유대인(이방인)들에게도 큰 사랑과 관심을 가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장)에서 신실한 이웃의 모델을 이방 사마리아 인으로 선정 기술했다. 빌립이 이방 사마리아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사실, 사도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이방 사마리아인들에게 성령이 강림한 사건을 강조하여 기록하므로 연약한 이방인에 대한 관심을 크게 드러냈다.
성경에 누가의 이름이 직접 기록된 곳은 바울서신의 세 곳뿐이다(골 4:14, 몬 1:24, 딤후 4:11). 그는 스승인 사도 바울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도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도 바울이 문안 인사를 보낼 때 유대인과 이방인으로 구별하였으며, 누가를 후자에 넣었고 약칭으로 불렀다. 주후 1세기 당시 이방인 노예는 약칭으로 부르는 관습이 있었다. 누가는 주 후 1세기 당시 해방된 노예이거나, 그 자손일 가능성이 크다.
의리 있고 친절한 전도자요, 문학에 탁월한 재주를 가진 문장가요, 유능한 의사로서 이방인 누가는 자신에게 주신 모든 재주를 하나님의 교회와 복음을 위해서 마음껏 사용했다. 누가의 만년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도 바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약 20여 년 동안 더 생존하다가 순교했다고 전한다.
2012년 지금, 세계인의 체육 축제인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연일 열리고 있다. 204개국이 참여해서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상하지도 않은 수많은 재주꾼들이 많이 나타나 멋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듯 하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재주들을 운동 선수들은 마음껏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지닌 엄청난 재주는 연약한 이웃 섬김의 도구로서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탁월한 의술로 스승 바울과 연약한 이웃을 섬겼고, 뛰어난 문학적 재주로 하나님의 교회를 섬겼던 누가의 아름다운 길을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도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 주어진 훌륭한 기량을 통해 가문에게 영광을 안겨주고, 자신의 국가에 행복을 안겨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나님 주신 기량을 연약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올림픽 선수들이 모두 됐으면 좋겠다. 운동경기에서 승리하여 목에건 금메달보다, 이웃을 위해 재량을 마음껏 사용하므로 하나님께로부터 ‘천국 메달’을 모두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