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종말이 아름다운 그리스도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대한민국 육군에서 지정한 공식군가 10곡 중에 「최후의 5분」이라는 군가가 있다.

1. 숨 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아픔도 승리의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라. 우리가 밀려나면 모두가 쓰러져. 최후의 5분에 승리는 달렸다.
2. 한이 맺힌 원한도 피가 끊는 분노도 사나이 가슴속에 새기고 새겨라. 우리가 물려나면 모든 것 빼앗겨. 최후의 5분에 영광은 달렸다.
(후렴) 적군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WBC 세계 챔피언전 야구경기에서 9회말까지 승리를 확신했는데 상대편이 만루홈런을 쳐 역전패 했다면 얼마나 분할까. 또는 한국, 중국, 일본의 최고수들이 겨루는 국제 바둑 대국에서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는데 한순간 방심으로 판이 뒤집혀 패배한다면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울까. 그러므로 마지막이 중요하다. 결과는 마지막을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동안 승승장구하며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큰 인물이 되어 성공한듯 보인다 할지라도 그 마지막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된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운동경기나 바둑보다 사람의 인생이 훨씬 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부부들에게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배우자와 다시 만나 결혼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으면 절대로 지금의 남편이나 아내와는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분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 만일 당신에게 새로운 인생을 허락한다면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살겠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지금과 동일하게 살겠다’ 라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한다.

영국 처칠 수상은 은퇴한 후 “만일 당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인생을 살고 싶습니까?” 질문했을 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과 똑같은 길을 살아가겠습니다. 나는 꿈을 이루었습니다”라고 했다. 과연 꿈을 이룬 것만으로 후회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14세 때 시력을 잃고 숱한 역경을 겪고 미국 백악관 정책차관보까지 지낸 강영우 박사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강 박사는 2011년 10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012년 2월 23일 임종을 앞두고 차분하게 세상 떠날 준비를 하면서 국제로터리재단에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며 행복했던 순간을 회고하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함께해서 행복했고 고맙습니다” 라는 편지를 남겼다.

이와 같이 마지막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또 한 분이 있다. 1995년 12월 25일 소천하신 장기려 박사님이시다. 북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며 재혼을 권유받을 때마다 “결혼은 일평생 한 번 하는 것”이라며 45년이라는 긴 세월을 북에 두고 온 부인에 대한 약속을 지키며 독신으로 사셨다. 그가 쓴 글 ‘얼마나 많은 밤을 하얗게 샜는지 모른다’에는 이런 글이 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당신인 듯하여 잠을 깨었소. 그럴리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 봤으나 그저 캄캄한 어둠 뿐….” 장 박사님은 평생토록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올곧은 삶을 사셨다. 평생 병원 10층 옥상 23평 사택에서 사셨고 임종시 통장에 남아있던 700만원은 가사를 돌보던 도우미에게 주라 하시고 자신의 묘비에 오로지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이란 아홉 글자를 남기라 유언하셨다.

모든 범죄자들은 처음부터 자기가 불행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도둑질이나 도박, 마약복용도 처음에는 달콤하고 행복해질 것처럼 착각하지만, 모든 죄의 결과는 마지막이 비참해지고 불행해 지는 것이다. 마지막이 불행해지는 것은 죄의 결과이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결과이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의 힘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이다. 연극에서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 사람들 중에는 하나님의 택함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하나님과 관계를 바로 맺지 못한 사람이 그렇다.

바로왕은 모세를 통하여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목격했으나 그 군사들과 함께 홍해 바다에 빠져 죽었고, 유다 총독 벨릭스는 예수님에 대하여 다 알고 있었고 바울을 통해 회개와 구원의 설교를 들었으나 영혼의 구원을 받지 못했다.

또 하나님의 택함도 받고 축복된 삶을 살면서 하나님을 섬기며 산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여 자기 의지와 현세 이익적인 것에 목적을 두고 복음의 기본 정신과 상반되는 발람이나 사울왕 같은 사람이 있다. 사울왕은 우리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엘리 제사장도 처음부터 영성이 혼미하고 그 자녀들이 부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비극적인 종말은 우리시대의 거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강영우 박사나 장기려 박사처럼 처음과 마지막이 변함이 없고 오히려 마지막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 우리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종말에 이르러 잘못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더 불행하고 비참한 일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야 할 인생은 오직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과연 우리의 남은 년수는 얼마나 될까를 헤아리며 남아있는 기회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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