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 칼럼] 변신된 은혜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전의신학연구원 신원삼 원장

▲전의신학연구원 신원삼 원장

하나님의 은혜라고 해서 다 좋은 것, 곧 신령한 은사나 부귀영화의 축복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불행처럼 보이는 변신된 은혜가 나타날 때가 있다.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하기도 하고, 깨닫지 못한 죄를 범한 것은 아닐까 하고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할 뿐 아니라 큰 불행을 대처하고 모면할 수 있는 예비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사도 바울에게는 그의 몸에 ‘가시, 곧 사단의 사자’가 있었다(고후 12:7). 그것은 갈라디아 교인에게 있어서 업신여김을 당할 만하고 시험하는 것이 될 만한 것이었다(갈 4:14). 그런데 바울은 그것으로 크게 기뻐하고 자랑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그가 약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능력 안에 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울의 ‘믿음 안에서 참 아들’ 디모데 목사에게도 ‘자주 나는 병’이 있었고(딤전 5:23), 아시아 지역 선교여행의 동반자였던 드로비모는 ‘병듦으로’ 불가불 밀레도에 둘 수밖에 없었다(딤후 4:20).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바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온갖 기적을 행하여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면서도, 바울 자신의 병이나 동역자들의 병은 못 고쳤으니 말이다. 이로써 기적을 행하는 것은 바울이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바울의 의사에 따라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일어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즉 바울은 겸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람들은 바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를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고 기뻐하였던 것이다.

바울이 멜리데 섬에 상륙하게 되었는데, 바울이 “한뭇 나무를 거두어 불에 넣으니 뜨거움을 인하여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었다”. 이를 본 토인들이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원을 얻었으나 공의가 살지 못하게 하심이로다”고 하였다. 바울의 몸이 붓든지 혹 갑자기 엎드려져 죽을 줄 알았는데 오래 기다려도 이상이 없자 토인들은 그를 신으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바울이 전하는 구세주 예수를 믿게 되었고, 아울러 추장 보블리오의 부친이 열병과 이질에 걸린 것을 바울이 기도하여 낫게 하자 온 섬이 복음화되었다.

구사일생의 난파선의 불행, 독사에 물려 살인자로 오해받은 것은 멜레데 섬의 복음화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는 일시적인 불행한 변형된 은혜였다. 이와 같이 성도에게 있어서 비도덕적인 불행이 아닌 한 모든 불행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하나님의 변형된 은혜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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