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금메달보다 아름다운 올림픽 우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중국 수영영웅 쑨양의 ‘박태환 앓이’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런던올림픽에서 들려온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와 금메달 소식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짜릿한 감동과 삶의 활력을 줬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역사를 살펴보니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 직후 미 군정 아래에 있던 1947년 6원 1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IOC 총회에 미국 한국이민위원회위원장이었던 이원순 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처음 참석해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역설, IOC 회원국으로 인정받아 1948년 7월 처음 참가한 것이 제14회 런던올림픽 이었다.

68명의 선수가 7개 종목에 출전하여 복싱과 역도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하여 세계 순위 32위를 차지하였다. 아직 주권국가로서 정부도 수립하지 못한 최 약소국이 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동양의 가장 가난한 나라가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32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지금의 5위와 같이 놀라운 사건이 틀림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첫번째 올림픽 역사다.

그 가난하던 약소국이 40년 만에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더니 금년 2012년 올림픽에서는 중국과 미국, 영국과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강대국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를 차지, 우리 민족의 가능성과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인공이었던 홍명보 선수가 감독이 되어 지휘하는 축구 대표팀은 축구 종주국 영국 단일팀을 이겨버렸다. 원래 영국은 우리나라 지역감정과 같이 심각한 갈등과 반목으로 지역마다 4개의 대표팀을 구성, 하나가 되지 못하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역사적인 단일팀을 만들었다. 그래서 온 영국 국민들이 금메달 우승을 기대했는데, 그 강팀을 우리 한국팀이 이겨 ‘멘붕’을 만들어버리고 축구 4강이 되는 기적 같은 사고를 쳤다.

그러나 이같은 올림픽 순위 4위, 금메달 12개의 성적보다 더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이 있으니 한국의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와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 선수와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두 선수의 따듯한 우정이 지금 네티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다.

얼마 전 박지성 선수가 영국 맨체스터 팀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 팀으로 이적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더니,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어린 두 선수들이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세계 많은 관중들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태환 선수는(키 183cm) 금년 23세로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종목에서 미국과 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여 금메달을 따 아시아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였다. 이때 도전을 받고 박태환 선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중국의 쑨양 선수(키 198cm)는 21세로 박태환 선수보다 키가 15cm나 크지만 나이는 2살 어리다. 쑨양 선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수영 400m와 1,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하여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선수로 중국의 수영 영웅이 되었다.
이 두 선수는 같은 종목에서 경쟁해야 하는 라이벌로, 피차 우승을 다투며 예리하게 반응하고 대립할 수 있는 관계가 틀림없다. 이같은 점을 중계하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라이벌 관계로 보도한 것에 대하여 쑨양 선수는 “자신은 박태환 선수를 우상으로 생각하며 경쟁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 동양인으로 박태환 선수를 보고 도전 받았다고, 박태환 선수를 닮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박태환 선수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따라하고 싶고 그와 함께 사진 찍고 대화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 대기실에서 계속 웃으면서 박태환 선수를 바라보다가 박태환 선수가 얼굴을 들자 악수를 청하는 동영상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쑨양의 박태환 앓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박태환 선수가 헤드폰을 끼는 것을 보고 자기도 헤드폰을 끼기 시작했고, 똑같은 헤드폰을 샀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도 따라 듣고, 박태환 선수의 꽃무늬 수영복을 보고 감독에게 자기도 꽃무늬 수영복을 사달라고 했다가 야단을 맞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똑같은 수영복을 자랑하고 다녔다.

쑨양 선수는 금년 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를 이겨 금메달을 땃지만 그러나 박태환 선수는 영원한 자신의 우상이며 언제까지나 그를 배우고 존경하는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정한 형과 아우 같은 이런 모습은 한국, 중국 양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지 모른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만난 두 선수 부모들도 오랜만에 만난 형제처럼 선물을 주고 덕담을 나누며 항저우와 서울로 서로 초청한다는 기사도 역시 흐뭇한 모습이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이 두 선수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 우승하여 금메달을 따는 것이 어렵고 대단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인류가 그토록 집착하고 추구하고 열광해야 할 대상이 스포츠여야 할까. 스포츠 밖에 없을까, 장미란 선수가 상대편보다 더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려 승리하는 것이라든지, 100m을 9초에 달려 인간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라든지, 42.195km 마라톤 코스를 누가 먼저 골인하느냐의 마라톤 경주 우승이 과연 인류가 그토록 모든 것을 다 걸고 추구해야 할 만큼 가치있는 일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류는 그보다 더 고귀하고 숭고한 것을 추구하고 꿈꿔야 한다. 더 감동적인 것을 찾아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하고 존중하고 섬겨주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가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에게 주는 금메달이 있어야 한다. 그런 올림픽이 있어야 한다.

21살의 중국의 쑨양 선수와 한국의 박태환 선수가 1등이 되려고 금메달을 다투는 경쟁을 초월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같은 마음가짐과 인간관계가 진정한 올림픽 금메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금메달 너는 은메달, 이런 경쟁이 아니라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 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세계 60억 인류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화해와 양보, 사랑과 긍휼을 나누며 더불어 행복해지는 화합과 섬김과 일치를 이루는 인류 공동체를 꿈꿔야 한다. 이런 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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