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전부이다] 땅끝에서 드리는 기도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전라남도 해남에는 ‘땅끝마을’이 있습니다. ‘땅끝마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는 육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땅끝’은 어디입니까? 구석에 위치해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쓸쓸하게 버려진 곳이 땅끝일 것입니다. 시편 61편 2절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도가 나옵니다. “내 마음이 약해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나보다 높은 바위에 나를 인도하소서.” 그러니까 이 시는 ‘땅끝에 버려진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이고 찬송인 것입니다.

다윗의 ‘땅끝’은 어디였을까요? 아마도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요단 동쪽으로 도망갔을 때 다윗은 ‘땅끝’을 만났을 것입니다. 다윗은 사랑하는 아들과 믿었던 신하들에게 배신을 당하여 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빈 들판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다윗은 갈 곳이 없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다윗에게는 ‘땅끝’이었습니다. 우리의 ‘땅끝’은 어디입니까?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까? 다윗은 바로 그런 ‘땅끝’에서 이 시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는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윗은 사람들에게 버림을 당한 후에 더욱 더 하나님을 가까이 만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인생의 벼랑 끝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삶의 끝일지 몰라도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땅끝 절망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땅 끝에서 기도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도합니다. 소리 내어 기도할 때도 있고 조용히 묵상으로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삶이 벼랑 끝에 있고 거기서 한 번만 뒷걸음치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 그때는 체면이고 뭐고 생각지 않고 부르짖으면서 기도하게 됩니다. 지금 다윗이 그렇습니다. 이미 ‘땅끝’까지 온 다윗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미 밀릴대로 밀려서 더 이상 밀릴 곳도 없습니다. 그때 다윗은 마지막으로 기도한다는 심정으로 ‘하나님이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내 기도에 유의하소서’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는 슬프거나 원망할 만한 현실에서도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갖게 합니다. 다윗은 당장 힘들다고 해서 눈앞의 어려움만 가지고 씨름하면서 슬퍼하거나 원망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올려 주시면 좀 더 먼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기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압살롬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배신당하고 요단 동편 광야로 도망쳤을 때, 다윗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곳이 그의 ‘땅 끝’이었습니다. 특히 다윗이 더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반역자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아들을 이겨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나중에 압살롬이 죽었을 때 다윗은 자기가 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통곡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무슨 소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윗은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만 가지고 이 문제를 생각하면 안 되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아야 했습니다. 인간의 정을 우선시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두 번 망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자신을 좀 더 높은 바위로 인도하시고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여기서 다윗은 압살롬과 싸워 이스라엘을 다시 회복하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도 현실이 아니라 다윗처럼 하나님의 큰 비전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땅끝 기도

예수님에게는 십자가가 ‘땅끝’이었습니다. 3년 동안 열심히 복음을 전하시며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 얻은 것은 십자가의 처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거기서 살아서 내려올 수 없었고 아무도 십자가에 달린 그분을 도울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부르짖으셨습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나님은 예수님을 버리셨습니다. 그러나 삼 일 후 하나님은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셔서 온 세상의 구주가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죄인을 용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땅끝’ 기도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우리를 죽음의 저주에서 구원하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절규가 온 세상의 백성들에게 구원의 소식이 되었던 것입니다. 기도는 저주와 죽음을 자유와 생명으로 바꿉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자리에서도 기도의 열쇠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기도의 열쇠를 가지고 계셨기에 고통과 환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도하기만 하면 ‘땅끝’과 같은 문제들이 회복될 것입니다.

삼손의 감옥 기도

삼손은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큰 힘을 은사로 주셨습니다. 삼손의 힘은 인류 역사상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들릴라라는 여인에게 유혹당해서 하나님과의 약속을 깨고 음란한 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로 삼손은 머리털이 밀리고 눈알이 뽑힌 채 놋줄에 매여서 블레셋 감옥에서 노예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삼손에게 블레셋의 감옥은 ‘땅끝’이었습니다. 그 ‘땅끝’까지 삼손을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삼손은 자기 힘으로 그곳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감옥 안에서도 삼손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아무리 블레셋 감옥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삼손이 마지막으로 드리는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블레셋 사람을 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힘을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은 삼손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에게 힘을 주셨고, 삼손은 한꺼번에 블레셋 사람 삼천 명을 죽이는 기적의 역사를 맛보았던 것입니다. 삼손처럼 ‘땅끝’에서 부르짖어 보십시오. 하나님이 들어주실 것입니다.

위에 내용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땅 끝’이란 인간적으로는 최악의 경우이지만, 하나님에게는 위대하고도 새로운 시작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땅 끝’에서 드리는 고백이야말로 진짜 신앙고백이며, 하나님은 그 기도를 절대로 멸시하지 않으시며 소중하게 취급하신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어찌할 수 없는 ‘땅끝’에 서 계십니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땅끝’은 하나님에게는 위대하고도 새로운 시작입니다.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땅끝’에서 드리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 주실 줄 믿습니다.

행복한교회 최명일 담임목사
기도가 전부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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