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기도를 배우는 최초의 교회요, 말을 배우고 질서를 배우고 규칙을 배우고 남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최초의 학교다. 인생의 교과는 배움의 교과요, 그 교과의 제1과는 가정에서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란 자녀에게 있어서 최초의 교사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가정 속에서 부모에게 인생의 첫 교과를 배우며 이 교과를 통해 비로소 인간답게 자라게 된다. 부모의 교육이 없다면 인간은 한낱 짐승에 불과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적으로 의의 있는 경험을 풍부하게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 부모가 되려면,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교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 내용은 크게 양호, 사회화, 개성화로 나눌 수 있다. 양호란 보호 또는 양육을 말하며, 신체적인 면과 영양을 돌보고 심리적으로 수용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도모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사회화를 위해서 부모는 기본적 생활 습관, 예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생활 태도나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개성화란 사회의 욕구를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해 스스로 요구할 수 있는 자립적 인간, 즉 틀에 잡히지 않은 개성이 풍부한 인간으로 키우는 일이다. 가정은 자녀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체득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 기능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를 생각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교육적인 주시와 태도만 구비하고, 자녀들이 부모를 주시하고 있다는 현실을 부모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 가정은 교육 기능을 가진 가정으로서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방법에 있어서도 가정 교육은 비형식적이고 무의식적이어야 한다. 가정 교육은 인간 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경험에 의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정 분위기와 부모의 일상적 언어와 삶 자체를 교육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은 어린이에게 인생 최초의 경험을 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언제나 되풀이되고 강화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 이와 같은 가족 내에서의 사회 과정은 시간적으로 최초이며 전면적이고 무한하며 전체적이고 아동의 인격 단체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육이 바른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앞서서 몸소 걸어가는 것이라면, 부모들은 이 길을 오랫동안 자녀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자연적으로 그들이 모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약 시대의 히브리 가정에서 부모들이 하나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전달되고 생활화되는 종교적 공동체로서, 자녀의 양육 책임이 살아 있는 현장이 되었던 것처럼, 오늘의 기독교 가정의 부모들은 교사로서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부모의 삶의 자세이다. 부모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물으면서 노력하는 삶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삶의 의미는 자기가 내세운 기준이 얼마나 정당하며, 그것을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가 하는 것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