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 칼럼] 파멸된 바벨탑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전의신학연구원 신원삼 원장

▲전의신학연구원 신원삼 원장

바벨탑은 왜 파멸되었을까? 고고학적 발견에 의하면 그 높이가 42규빗(약 20m)이나 되었는데 중단된 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고 한다. 바벨탑이 중단되고 파멸될 객관적인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성경은 바벨탑 파멸의 이유를 분명히 교시(敎示)하고 있다.

대홍수 이후 노아의 세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의 후손들은 열국 백성으로 분산되었다(창 10:32). 홍수 전에 네피림(giants)이 출현하였던 것처럼 홍수 후에도 함의 자손에게서 니므롯(rebel, 반역자)이 출생하였다. 그들은 노아 선조의 저주를 듣고도 회개할 줄 모르고 줄곧 인본적인 경향을 띠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동방으로 이주하다가 시날 평지, 곧 바벨론 지역에 이르러 그곳에 성과 대를 건축하기로 결의하였다(창 11:3-4).

그들의 결의 내용은 한 마디로 인본적이었다. 대홍수의 재난이 죄악의 관영으로 말미암았다는 것을 믿지 않고(창 6:11-13), 하나님께서 다시는 홍수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고 언약하셨음도 믿지 않고(창 9:11-15), 홍수 재난을 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전전하다가 시날 평지 높은 지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는 의지보다는 인위적으로 홍수에 대비하여 하늘에 닿을 만한 견고한 탑을 건축하려는 심산(心算)이었던 것인데, 그것은 ‘바벨’(confusion), 이름 그대로 ‘혼란’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또한 그들의 명성이 될 만한 기념탑을 세우려는 계획이었다. 하나님의 백성인 ‘셈’(name)족처럼 그들도 그에 못지 않은 ‘셈’, 곧 ‘이름’을 내자고 주장한 것이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셈족에 비하여 자신들의 명성을 드러내려는 니므롯족의 야망이 얼마나 가증한가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으로서 분산을 면하려고 굳게 단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 없이 “우리끼리 잘해보자”는 결의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성경은 ‘당을 짓는 자’는 ‘성령이 없는 자’라고 지적한다(유 1:19).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성도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것을 잘 알고 믿기 때문에 인본적인 계획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바벨탑 건축이 중단되고, 굳게 결의하였던 인간들이 혼란스럽게 분산된 이유는 분명해졌다. 실로 인간적인 단결, 인간적인 계획, 인간적인 명성, 인간적인 역사(役事)는 부질없는 허사임을 깨닫고 오직 성령께서 감화하시고 인도하시는대로 순응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영광을 돌려야 하겠다.

 전의 신학원 원장 신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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