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그리스도인의 생명력 (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의용 소방대원과 입양, 미국의 저력 보여줘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하나님! 제가 소명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거친 화염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될 때 당신의 은총으로 내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할 때마다 가슴으로 드리는 소방관들의 기도 내용이다. 인명을 구조하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나 붕괴되는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게 된다면, ‘남은 가족 때문에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는 소방관의 기도는 애절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포탄이 작렬하는 고지를 사수하다 산화라는 병사들이나 화마를 헤치고 인명을 구조해야하는 소방관이나 차별이 없다.

2012년 12월 31일 오전 10시경 고양시 일산서구 문구류 창고 화재 현장에서 일산소방서 김형성(43) 소방장이 화재 진압 도중 목숨을 잃었다. 강력한 불길과 유독가스로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그는 20대 후배 소방관 2명에게 “먼저 빨리 나가!” 고함을 쳐서 대피시킨 뒤, 자신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 더미에 깔려 산화한 김 소방관의 사연은 영화 <타워> 장면과 같다. 화염 속에 사망을 직감한 소방장(설경구)이 신참 소방관(도지한)의 등을 떠밀며 “너를 살리려는 게 아니야. 네가 앞으로 살릴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야” 라고 건넨 감동적인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자신보다 후배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 한 김형성 소방관은 20년차(1992년 9월 임용) 베테랑으로 79세 노모와 41세 부인과 13세 11세 남매의 가장이었다. 후배들을 아껴주는 맏형 같은 선배, 화재 현장에 앞장서서 뛰어들고 나중에 나오는 책임감이 강한 소방관인 그는 실종 7시간 만에 화마에 불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흑한 속에서 전선을 지키는 어린 병사, 박봉에도 불평하지 않고 주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 그리고 김형성 소방관 같은 119대원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와 같이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저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 전 세계 군사력의 53%에 달하는 군사력과 가공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있기 때문일까. 돈이 필요하면 달러를 찍어내면 될 것이니 통화량 팽창으로 세계 경제가 붕괴될지 모르지만, 미국이 달러를 찍어낸다고 간섭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과연 미국의 국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필자는 이를 기독교 신앙과 성경을 기초한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삶의 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 영광을 버리고 낮고 천한 세상에 내려와 도성인신(道成人身)하신 그리스도,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희망을 잃고 좌절한 인생을 찾아가셔서 삶의 소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시고 병을 고쳐주시고 먹을 것을 나눠주시고 상처를 어루만져 치유하시고 친구가 되어 그들을 섬기던 그리스도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기독교정신이 국민들 의식과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9가지 장점이 있더라도 한 가지 실수가 발견되면 그것을 들춰내 나팔 불고 정죄하고 돌을 던져 마침내 죽여버리고 마는 숙청 문화가 아니라, 9가지 과오가 있어도 한 가지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고 응원하여 더 잘할 수 있도록 약점을 보완하고 치유하는 성숙한 문화가 미국을 건강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의용소방대원들

미국은 임금을 받는 전문 소방대원이 27%밖에 안 된다. 73%가 의용 소방대원들이다. 미국 의용 소방대원들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역할을 수행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은 24시간 화재 진압을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소방서마다 있는 소수의 고정직 소방대원들의 주 업무는 불이 나면 여기저기 흩어져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용소방대원들에게 긴급히 연락하는 일이다.

각 직장에서 일을 하다 호출 소식이 오면 하던 일들을 모두 멈추고 즉시 달려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항시 준비해 두었던 자신의 소방복으로 갈아입고 작전에 뛰어든다.

그들의 개인소유 차량에는 경광등이 있어 경적을 울리며 달려갈 때 모든 차들은 길을 비켜준다. 2002년 뉴욕 무역센터 폭파사건 현장에서 순직한 300명의 소방관들은 미국 사회의 한 단면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 사회에서 소방관이란 참전용사처럼 존경받는 사람들이다.

입양아의 천국 미국

해마다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입양하는 어린아이의 숫자가 약 18,000명이나 된다. 한국에서 버려진 아이들 중 매년 1,000여명(2011년 734명)이 미국 가정으로 입양되어 간다. 해방 이후 얼마나 많은 한국 아이들이 미국으로 입양됐는지 모른다. 할리우드 스타들 중에도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여 사랑으로 길러낸 스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모두 사랑과 배려로 좋은 교육을 받고 훌륭한 인격으로 성장하여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여자아이, 또는 총명하고 예쁜 아이를 선호하지만, 오히려 미국 가정에서는 몸이 불편한 아이나 장애 아이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더 많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더 많은 사랑이 요구되는 아이를 선호하고 입양하는 이유가 무었일까. 그들은 불편한 아이일수록 사랑과 희생과 관심이 더 많아야 하고, 그렇게 사랑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가치있는 고귀한 보화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 권세와 지위, 세상의 부요와 소유보다 사랑을 베풀고 자신을 허비하는 것이 소유나 재물보다 더 큰 기회이며 보화이며 상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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