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역술과 무속의 기원과 재앙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유일신 창조주 하나님에 대하여 알지 못하던 인류는 고대로부터 나름의 토속종교들이 있었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의 무속인들이 추종하는 무속종교라 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 국민 73%가 신뢰한다는 무속종교와 역술(易術)의 기원을 살펴보아야 한다. 역술은 중국의 도교(道敎)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래 민간 신앙을 기반으로 시작된 중국의 토속종교이다. 그 중심사상은 정령을 숭배하는 신선 사상이지만,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도가, 역, 음양오행, 복서, 참위, 점성 등의 이론에 무격신앙(巫覡, 무당과 박수)을 혼합하고 거기에 불교의 체제와 조직을 결합한 수(壽: 장수), 복(福: 오복), 록(祿: 높은 벼슬) 등 현세이익을 추구하는 저급한 자연 종교라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같은 도교(道敎)는 고대 은나라 주나라 시대부터 전래되어 오다가 주나라의 노자(老子)에 의하여 정립되었으며, 유교와 함께 중국 역사와 사회의 철학, 종교, 미신, 민중의 생활풍습, 관행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도교가 종교 교단으로서의 체제와 조직을 갖추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분파가 생겨 1910년경에는 중국에서 140여 개의 도교 종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때 중국 당나라로부터 처음 들어와 고려 예종(재위 1105-1122) 5년 송나라(북송)에서 2명이 도사가 와 복원궁(福源宮)을 세우고 제자를 선택하여 서도(書道)를 가르친 것이 그 시초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속종교 기관을 살펴보면 용산구 한강로에 회원 30만명의 사단법인 대한경신연합회, 논현동에 있는 한국역술인협회, 화곡동 한국무속연합회, 서초동 한국철학회 등 크고 작은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지역마다 지부를 두기도 하고 신문도 발간한다. 무속인들은 강력한 접신, 강신 현상으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거역하지 못하고 신을 받아들이는 내림굿을 하여 정식 무속인으로 등록되는 것이 원칙이다.

①내림굿을 할 때 주도하는 신어머니와 4-5명의 무당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무당은 대한경신연합회 지부장이나 관계자의 내림굿 사실 심사를 한 후 자격이 주어지고 회원으로 등록된다.

②그러나 이와 같이 내림굿을 한 경우가 아니어도 평상시에 갑자기 잠을 자거나 길을 가다가 귀신의 강력한 신기에 의하여 ‘무불통신’ 무속인이 되기도 한다. ‘무불통신’이란 신의 말문이 열린 무당이 자신만의 신과의 소통으로 신기를 행하는 것이다.

③세 번째가 자칭 무당, 가짜 무당이 있으니 이는 신내림도 ‘무불통신’도 없으면서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흉내를 내며 무당 행세를 하면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현혹하여 신내림 무당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무당들로, 정식무당이 아니다.

경신연합회에서 발급해 주는 자격증이나 수첩을 소지해야 합법적으로 무당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최근 수십 개 무속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고, 심지어는 역술학 학원까지 생겨 사주명리학 등을 공부하여 직업으로 택하기도 한다. 스포츠신문, 주간지, 동아일보 같은 일간신문에서도 12지지의 띠를 풀어 운세를 점치는 고정란이 있고, 그 아래는 역술인 광고가 있다. 케이블TV에는 역술인이 출연하여 방송을 하고 국영 TV 역사 사극 드라마에서도 많은 역술인이 등장하여 신통력이 있는 것처럼 간접 홍보를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도 운세풀이, 사주팔자, 부적 등 역술사이트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모 케이블TV에서는 역술인과 무속인이 출연하여 궁합(宮合)에 대하여 방송하고, 어느 방송에서는 풍수지리 전문가란 사람이 출연하여 부동산 등 투자자문을 하면서 은연중에 역술과 풍수지리를 신뢰하도록 영향을 주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하고 힘들고 답답한 일을 당할 때, 자녀나 남편, 자신의 길흉화복을 알고 싶을 때,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점집이나 역술인을 찾는다. 이는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가 권하는 경우, 신문광고, 인터넷, TV드라마에 등장하는 무속인의 신통력 등을 보고 자극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년 신년이나 선거철이 되면 사주 점 운세를 점쳐주는 곳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굿당은 쉬는 날 없이 예약이 꽉 찬다고 한다.

미신이라 하면서도 교회 다니는 집사, 권사도 운세보고 점치는 것을 선호하여 은밀히 무속인이나 역술원을 찾아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역술인이나 무당에게 좋은 말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로 여겨야 한다. 춤바람이 난 주부가 춤에 미쳐 차츰차츰 빠져들어 제비족에게 농락당하고 재산을 다 잃고 결국 비참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도박장에 가는 사람들도 돈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을 딸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희망을 갖지만, 결국 재산을 다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것과 유사하다.

2012년 1월 어느 TV방송국 여기자가 실제 가족이 아닌 모녀로 가장하여 유명하다는 역술원에 가서 가정사를 물었다. 그랬더니 ‘집안이 좋지 않다’, ‘딸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 ‘아이를 못 낳을 것이다’, ‘남편이 죽는다’, ‘수명이 몇 년 안 남았다’ 등 불길한 말로 일관했다. 이같이 겁을 준 후 액땜을 하려면 굿이 제일 좋고 최소한 몇백만원은 기본이라며, 돈 문제를 꺼려 하면 가족이 죽는데 돈이 문제냐고 강요했다.

어떤 기자는 의뢰인으로 가장하여 점과 사주를 보니 ‘꼬마가 붙어 다닌다’, ‘영혼이 자꾸 앞길을 방해한다’, ‘혼인을 방해하고 직장에서도 액운이 있고 동서남북이 꽉 막혀 급사할 집이야!’ 하면서 ‘굿을 하여 살풀이를 하여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천도제를 해야 한다. 기본이 수백만원이다. 굿이 100%야! 그날 저녁에 효과 보는 사람도 있어!’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같이 점집이나 역술인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주부나 여성들이다. 자녀나 남편, 사업 문제 등을 들고 찾아가지만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덫에 걸린 짐승처럼 결국은 다 잃고 영혼까지 사냥당하고 만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언젠가 <사극 장희빈>을 통해 친정 어머니가 보내준 여우 생식기를 몸에 지니고 숙종의 총애를 받아 왕자를 낳았다는 소문이 돌아 서울 장안에 수많은 여자들이 너도나도 여우 생식기를 부적으로 지니는 게 유행이 됐다. 그 값도 몇 십에서 1500만원까지 가는 고가의 여우생식기 부적도 있었다. 한국 무속인들이 비방으로 알려준 여우 생식기 부적 때문에 북극 여우가 멸종위기가 되었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인가.

얼마 전 S그룹 C회장이 1,800억원 횡령협의로 기소된 적이 있는데 내용인즉 역술인의 자문을 받고 투자 결정을 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 기업은 선친 회장 때부터 역술인의 자문을 신뢰했으며,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도 역술과 풍수지리를 신뢰하여 신입사원을 뽑을 때, 그룹 계열사 건물터를 잡을 때도 역술인의 조언을 따랐다. 모 역술인의 말에 의하면 재벌회장 기업인들은 거의 곁에 책사(역술인)가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그 조언을 따른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또 어떤가. 선거를 앞두고 당락이나 운세에 대한 역술인의 조언을 신뢰한다. 대통령 후보였던 L씨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대선을 앞두고 조부모·증조부 묘 등 직계 묘 9기를 선거를 앞두고 이장했으나, 대선 3수를 하고도 낙선하고 말았다. 국회의원 기독교인들도 보좌관을 통하여 “공천을 받을 수 있는가? 앞으로 정치적인 운기가 있겠는가? 당의 운기는 몇 년 정도 가겠는가?”등을 역술인들에게 묻는다고 한다.

무속인에게 사기당한 사례

#사례 1. 결혼한지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어 거주지역 김모 무속인을 찾아갔다. 삼신할머니를 받기 위해 ‘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굿 비용 300만원을 주고 굿을 했다. 그해 가을 다시 ‘조상풀이’ 명목으로 700만원, 12월에 살풀이 300만원, 다음해 자기가 영겁해지려 기도해야 한다고 1000만원 차용, 탱화를 맞춘다고 1000만원을 요구해 거절하니 ‘남편이 다친다’, ‘부모가 죽는다’고 겁을 줘 다시 300만원을 요구했고, 아기를 점지해 준다고 3500만원을 다시 달라고 했다. 이를 망설이자 ‘남편에게 액운이 온다’, ‘결혼예물을 간직하고 있으면 시댁이 안 좋으니 그것을 팔아 가져오라’, ‘전세 대출금을 받아 굿값을 달라’고 해 결국 3500만원을 줬다.

그러나 굿을 계속 미뤄 돌려달라고 했더니 ‘산기도 다니고 탱화 맞추는데 다 써버렸다’며 못 준다고 했다. 도합 7000만원 사기를 당해 경찰서에 고소,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례 2. 엄마가 7-8년 전부터 아파 인터넷 검색으로 점집을 찾아갔다. 지성을 드리라는 말을 듣고 지성을 드리자 3주 후 씻은 듯 나아 주치의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때부터 신뢰감이 가고 무당도 친엄마처럼 따뜻하게 해 주어 부모님같이 여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빠가 건강이 안 좋아 병굿을 하라는 말에 비상금을 다 털어 굿을 했으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무당은 그렇게 쉽게 낫는 것이 아니라며 동생 돈까지 동원한 뒤 여러 차례 굿을 했으나 아무 차도가 없었다.

무당이 마음을 비우라고 하여 아버지 재산에까지 손을 대 1억원을 아버지 병다리 비용으로 줬으나, 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고 어머니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 3년 동안 고생하고 있던 중이었다. 무당이 이때 ‘엄마 이름으로 기도터를 만들면 좋아진다’고 하여 ‘신령님 말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여 5억을 줬다. 그러나 기도터에 투자하지 않았고 태도가 돌변하여 만나주지도 않고 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굿 치성 비용 9천만 원, 병다리 비용 1억원, 기도터 비용 5억원 등 총 6억 9천만원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밖에 더 다양한 피해 사례들은 ‘무속사기 피해자 모임’이라는 키워드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하면 조회가 가능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무당이나 역술인의 말을 신뢰하여 따르기 시작하면 결국 후회하고 패가망신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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