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41)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느니라”(롬 8:28)

오늘의 본문은 성경에서 가장 선호되는 구절 중 하나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말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성경이 그러하듯이, 말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본문의 문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모든 것을 선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신가? 아니면 그런 은혜를 기대하기 전에 먼저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받는 수혜자로서 우리들이 어떤 정체성과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는가이다. 본문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분의 뜻대로 부름을 받은 자’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와 후자는 대조를 이루면서 서로의 의미를 보완하고 있다. 전자가 능동태인 반면 후자는 수동태라는 점이 대조적이다. 그러면서 ‘하나님에 의해 부름 받은 우리들이 그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의미 보완이 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에게 집중하는 것, 그분에게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부름을 받은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라는 우리의 정체성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즈음 강조되는 ‘목적이 이끄는 삶’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하는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복을 받는 길이다.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이란 무엇일까? ‘선’에 해당되는 헬라어 ‘아가토스’는 하나님의 목적과 계획을 전제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토브’ 역시 하나님의 목적과 관련이 깊다. ‘토브’가 성경에 처음 사용된 것은 창세기 1:4 ‘보시기에 좋았더라’이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는데, ‘말씀’은 목적과 뜻이 담긴 하나님 계획의 총체를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하신 것은 창조의 결과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과 일치하였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지향하시는 궁극적인 ‘선’은 무엇일까? 그 답은 본문의 다음 구절인 로마서 8:29-30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곧 ‘하나님께서 정하신 우리를 부르시고, 부르신 우리를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우리를 영화롭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선’이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롬 8:29) 결국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통하여 이루고 싶어하시는 것은 우리들의 성장과 성숙이다. 우리들이 날마다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해야 할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고후 4:16).

하나님께서 선으로 바꾸어주실 ‘모든 것’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모두를 망라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기까지는 일정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심음에서 거둠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내와 기다림이 신앙의 덕목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조급함은 하나님의 선을 중도에서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에서 인내가 필수적 요소이지만, 인간의 연약성은 기다림의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친히 간구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우리들은 무엇을 기도해야할지조차도 분간 못할 만큼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런 우리들을 위하여 하나님의 뜻을 가장 잘 알고 계신 성령께서 친히 기도해 주신다. 영적으로 기력을 잃어 기도할 의욕조차 없다 하더라도 성령께서 친히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심을 믿고 나아가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확고한 정체성과 하나님의 뜻을 이루겠다는 바른 자세가 있으면,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보장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합력의 선’이라는 선물을 주시는 목적은 우리들의 성장 곧 우리를 의롭고 영화롭게 하시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까지 믿음으로 인내하여야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우리의 연약성을 성령의 중보로 마지막까지 지켜주시는 분이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수필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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