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에 대한 “주”(Kyrios) 칭호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영한 교수]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 (54)

본지는 2013년 사순절을 맞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중단됐었던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님의 글 ‘나사렛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을 계속 이어서 게재합니다. 이 글은 지난 2008년 SBS가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에서 “예수는 신화다”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영한 데 대해, 김영한 박사님이 정통 기독교 신학에 기초해 반박하고 예수의 역사성과 진실에 관하여 역사적인 자료에 기반된 증거를 제시하고자 작성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머리말

“퀴리오스”(Kyrios, 주, 主)라는 용어는 신약시대에 유명한 인물에게 존경을 나타내는 칭호로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헬라 이방세계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로마 황제나 이방신들, 예컨데 사랍시스(Sarapsis)나 이시스(Isis) 등을 가르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어 사용되었다(마르틴 헹엘, 『하나님의 아들』, 164). 그러나 유대인들의 70인역에서는 히브리어로 아도나이(Adonai)를 가르키는 말로써 자주 사용되었다. 이것은 야웨(Jaweh)의 대체어로 사용되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에 대한 특별한 호칭으로 “주”(퀴리오스, Kyrios)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이것은 존경을 나타내는 선생(Sir)이라는 표현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칭호는 존경 이상의 의미를 나타낸다. “주”(the Lord, ho kyrio)라는 칭호는 부활하신 예수에게 적용되었다. 70인역에서 이처럼 사용된 칭호가 부활한 예수에게 적용될 때에는 신적 본성의 의미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Gutherie, 『신약신학』, 331).

 

1. 마가의 사용: 예수는 다윗의 후손으로 메시아요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셔서 성에 입성하기 위한 나귀를 구하러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나귀를 사용하는 자를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주”라고 칭하도록 하신다: “만일 누가 너희에게 왜 이리 하느냐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이리로 보내리라 하시니”(막 11:3). 여기서 “주”(퀴리오스)라는 존칭을 사용하심으로써 예수는 자기 자신을 구약에서 약속된 다윗이라고 소개하신다. 예수께서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군중들은 예수를 따르면서 환호한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막 11:9-10). 여기서 군중들이 사용하는 ”주“라는 존칭은 다윗의 영광으로 오시는 정치적 메시아를 지칭하고 있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백성들을 가르치실 때 시편을 인용하시면서, 메시아인 그리스도가 단지 “다윗의 자손”이라는 유대인의 편견을 교정하시고자 하신다: “어찌하여 서기관들이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 하느냐. 다윗이 성령에 감동하여 친히 말하되 주께서 내 주께 이르시되 내가 네 원수를 네 발 아래 둘 때까지 내 우편에 앉았으라 하셨도다 하였느니라.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막 12:35-37). 예수는 자신의 사역이 메시아 사역이라는 의식(意識)을 가지고 계신다. 그러므로 구약에서 약속된 메시아가 나사렛 예수라는 인물로서 왔다고 보는 것은 옳다. 그러나 예수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신다.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이라면 왜 다윗은 메시아를 주라고 호칭했는가 질문하신다. 예수는 시편 110편 1절을 인용하신다: “주께서 내 주께 이르시되 내가 네 원수를 네 발 아래 둘 때까지 내 우편에 앉았으라 하셨도다”. 예수는 시편의 본래 구절의 “여호와”를 “주”로 바꾸어 인용하시고 있다. 그는 이 구절을 성부가 그 아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해석하신다. 이 구절은 아주 오래된 시편으로서, 유대 임금의 대관식 때 쓰던 예배의식문의 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측한다(성경전서 독일성서 공회판, 967). 성전 예언자가 자기 주인 왕에게 여호와께서 그를 나라를 관장하는 자신의 대리자로 세우셨음을 확실히 하는 말씀이다. 이러한 위엄은 그가 하나님의 우편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음으로써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발등상이란 굴복한 적의 목을 발로 밟던, 옛 중동의 관습에 근거한다. 예수는 이 시편 말씀을 인용하심으로써 자신이 단지 다윗의 후손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막 12:37). 후기 유대교에서는 이 시편을 사람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에 관련시켰다. 초대교회는 이 시편의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사심과 높아지심에 관련시킨다.  

2. 누가의 사용: 부활하신 예수를 주로 호칭

누가는 예수를 즐겨 “주”(호 퀴리오스, ho kyrios)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세례자 요한 탄생 기사에서 하나님을 “주”로 묘사하고 있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제사장 사가랴가 하나님의 제단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할 때 천사가 나타난다: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주의 사자가 저에게 나타나 향단 우편에 선지라.”(눅 1:9-11). 하나님의 성소를 “주의 성소”, 하나님의 사자를 “주의 사자”라고 호칭하고 있다. 천사는 사가랴의 아내에게 여태까지 수태하지 못한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나을 것인데,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라고 명한다: “이는 저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소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여기서 누가는 하나님을 “주”라고 호칭하고 있다.

누가는 예수의 부활과 관련하여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엠마오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엠마오 제자들은 예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뜨거워져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니 사도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주”라고 호칭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곧 그 시로 일어나 예루살렘에 돌아가 보니 열한 사도와 및 그와 함께 한 자들이 모여 있어 말하기를 주께서 과연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는지라”(눅 24:33-34). 엠마오의 두 제자도 자기들이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 된 일과 예수께서 떡을 떼심으로 자기들에게 알려지신 것을 증언하였다(눅 24:35).

3. 마태의 사용: 그리스도는 다윗의 주

마태에 의하면 예수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자신을 “주”라고 호칭하는데 이 호칭만으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가 들어간다고 가르치고 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마7:21-22). 이 때의 “주”라는 호칭도 존경의 호칭보다는 일반적인 주인이라는 뜻이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셔서 성에 입성하기 위하여 나귀를 구하러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나귀 사용자인 자신을 “주”라고 칭하신다.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 하시니”(마 21:3). 이때의 주는 존경의 호칭이기 보다는 일반적인 주인이라는 뜻이다(Gutherie, 333).

마태에 의하면 예수는 바리새인과의 대화에서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이지만 실은 다윗의 “주”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예수는 바리새인이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들으시고 시편 110편 1절을 기독론적으로 해석하신다. “이르시대 그러면 다윗이 성령에 감동하여 어찌 그리스도를 주라 칭하여 말하되, 주께서 내 주께 이르시되 내가 네 원수를 네 발 아래 둘 때까지 내 우편에 앉았으라 하셨도다 하였느냐,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칭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 하시니, 한 말도 능히 대답하는 자가 없고 그 날부터 감히 그에게 묻는 자도 없더라.”(마22:43-46). 예수는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칭하였다면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 이상이며 “다윗의 주”라고 바리새인들을 가르치신다. 여기서 “주”란 신성을 표현하지는 않으나 메시아 직분의 존엄성을 나타낸다(Gutherie, 332). 그리고 “주”란 칭호는 예수의 독립된 하늘의 직분을 가리키는 데 적용된다(Ferdinand Hahn, The Titles of Jesus in Christology, 113)

4, 요한의 사용: 지상적 예수를 주, 부활하신 주를 하나님으로 호칭

1) 지상적 예수를 주로 호칭

복음서 저자 요한은 예수의 복음 사역 초기에 예수께서 직접 세례를 베푸신 것이 아니고 제자들이 세례를 준 것인데, 예수의 세례를 베푸신 것이 세례자 요한의 세례보다 많다는 사실을 바리새인이 들은 사실에 접하였다. 이 사실을 기록할 때 사도 요한은 “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수의 제자를 삼고 세례를 주는 것이 요한보다 많다 하는 말을 바리새인들이 들은 줄을 주께서 아신지라”(요 4:1).

요한은 디베랴 바다 건너편 광야에서 예수께서 축사하신 후 오천명이 떡을 먹던 곳을 표시하는 장면에서 예수에 대하여 “주”라는 존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디베랴에서 배들이 주의 축사하신 후 여럿이 떡 먹던 그 곳에 가까이 왔더라)”(요 6:23).

사도 요한은 베다니에 거주했던 죽은 나사로의 다시 살아남에 대한 사실을 기록함에 있어서 나사로의 누이인 마리아를 소개하고 있다. 그녀가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붓고 머리털로 예수의 발을 씻긴 사실에 대하여 기록할 때에 요한은 예수를 “주”로 칭하고 있다: “이 마리아는 향유를 주께 붓고 머리털로 주의 발을 씻기던 자요 병든 나사로는 그의 오라비러라”(요 11:2).

2) 부활하신 예수를 주 하나님으로 호칭 : 종교다원주의를 거부하는 독특성

사도 요한은 예수 부활을 의심하던 도마가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과 자신에게 나타난 체험을 한 후, 도마가 예수를 “주”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을 기록하고 있다: “도마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 이 도마의 고백에서 나사렛 예수의 정체성은 주(퀴리오스)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님이라는 신적 본성의 차원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예수가 성자(the Son)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기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의 모습에서 삼위일체의 모습을 잠재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은 종교사적인 신적 인물인 제우스(Zeus), 사랍시스(Sarapsis)나 이시스(Isis) 등에 비견할 수 없는 탁월한 존재로 드러난다. 그는 불교에서의 부처나 유교에서의 공자나 이슬람교의 마호메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그는 신적 존재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이 하나님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적 예수를 앎에 있어서 두 가지 차원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는 역사적 차원으로서 비교종교학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역사적 종교적 인물로서의 예수다. 이 차원에서 예수는 불교의 부처와 유교의 공자나 이슬람의 마호멧과 비교될 수 있다. 그는 하나의 우리와 같은 진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종교적인 인물이었고 하나님을 추구한 선생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역사적 예수의 진실은 다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차원이 있다. 이것은 역사를 넘어서는 초역사적 차원이다. 이 차원은 역사적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신앙적 인식의 차원이다. 이 차원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그는 하나님의 아들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성자 하나님, 삼위일체의 2위이신 분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체성이다. 이 정체성은 이미 그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전 겟세마네 동산(요 17장)에서 그가 드렸던 대제사장적 기도에서 일견될 수 있다.

“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화로써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요 17:5). 예수는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 이미 영원 전에 성부 하나님과 함께 삼위일체의 영광 속에 계셨다.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말씀들을 그들에게 주었사오며 그들은 이것을 받고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줄을 참으로 아오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도 믿었사옵나이다.”(요 17:8). 믿는 신자들은 역사적 예수가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줄을 안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성경은 오늘날 종교다원주의 시대에서도 예수 주 되심의 유일성을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역사 마지막에 모든 인간과 종교의 교주들, 영매(靈媒)들이 유일한 하나님의 흰 보좌 앞에서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사도 요한은 묵시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본 것을 기록하고 있다.

“또 내가 크고 흰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이를 보니 땅과 하늘이 그 앞에서 피하여 간 데 없더라.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바다가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못에 던져지더라”(계 20:11-15). 여기서 보좌에 앉아서 심판하신 자는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책과 행위책(사망책)을 가지셨다. 행위책에 기록된 자는 자기 행위에 따라 구원을 얻으려는 자들이나 생명책에 기록된 자는 그의 십자가 대속의 피를 믿는 자들이다.

결론: 퀴리오스 칭호는 나사렛 예수의 유일성을 드러냄

퀴리오스 칭호는 예수의 존귀를 나타낸다. 퀴리오스 칭호는 부활하신 예수에게 붙은 칭호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부활했을 때 그의 제자들은 그를 퀴리오스라는 당시의 종교사회학적 존칭어를 사용하여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칭호는 예수를 하나님으로 승귀시키고 있다. 신자들에게 퀴리오스 칭호는 신자의 삶의 모든 측면을 관할하는 예수의 절대적 주권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당시 헬라의 신적 존재나 로마 황제에게 붙는 칭호였으나, 초대교회 신자들은 이를 로마 황제가 아니라 오로지 부활하신 예수에게만 독특하게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퀴리오스 칭호는 예수의 유일성과 탁월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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