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의 파워관계전도] 사랑의 ‘편지’

오상아 기자  saoh@chtoday.co.kr   |  
▲송기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송기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아내는 때때로 쑥스러워하긴 하지만,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묻곤 한다.

“나, 사랑해요?”

그때마다 남편들은 면박을 주기 일쑤다. 밥 먹고 할 일이 없으니까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괜히 멋쩍은 남편들은 거꾸로 어깃장을 놓는 말을 해댄다. 사랑 같은 거 알았으면, 당신과 결혼했겠냐고.

속으로는 부인에게 고마워하고 있으면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남편들의 가장 큰 문제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은 가슴으로만 사랑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말로 내뱉으면 그 사랑이 달아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제는 침묵이라는 옛 틀을 벗어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과감하게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한다. 표현하는 사랑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을 주고,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표현은 오해를 풀게 하고, 무관심에 대한 섭섭함을 눈 녹듯 녹이기도 한다.

결혼 생활 2년째 되는 젊은이가 있었다. 2주년 결혼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결혼기념일이라고 딱히 다른 스케줄을 잡을 수도 없고 해서, 젊은 남편은 결혼기념일 전날 밤 아내 머리맡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에 수성펜으로 사랑의 편지를 써 놓았다.

다음날 출근해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남편은 하루 종일 편지를 읽고 감격해 할 아내를 생각하면서 혼자 빙긋이 웃곤 했다. 젊은 남편은 결과가 궁금하여 저녁 때 꽃을 사들고 서둘러 퇴근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소리를 쳤다.

“당신! 도대체 휴지에 무슨 장난을 친 거에요? 아침 나절 아이가 휴지를 찢어 얼굴을 문질렀는데 온통 검둥이가 되고 말았잖아요!”

“뭐라고?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써놓은 편지를 찢어버렸단 말이야?”

꽃다발을 건네며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아내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날 아침, 젊은 아내는 전날 일이 미안했던지 일찍 아침을 차려주고는 곱게 접은 손수건을 남편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감기 조심하세요~” 라며 웃어보였다.

젊은 남편은 기분이 좋아 출근을 했고, 바삐 걸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주머니 속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아내는 퇴근에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손수건 펼쳐 봤어요?”하고 물었다.

남편은 “나는 땀만 닦았을 뿐인데, 어느새 새까맣게 되버렸네” 라며 손수건을 꺼내놓았다.

아내가 “잘 썼지요?”하고 되물었다. “응, 아주 잘 썼다니까 뭘 자꾸 물어?” 하고 의아스런 눈으로 아내를 쳐다봤다.

알고 보니 아내는 손수건 위에 편지를 써서 넣어둔 것인데, 그것을 땀으로 지워버렸던 거였다. 아내는 얼룩진 손수건을 빨기 위해 물에 담그면서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도 남편도 편지 속 내용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 사랑의 마음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성경은 잠언서 15장 16절로 17절 말씀에서 다음과 같이 증거한다.

“마음이 즐거운 자는 항상 잔치하느니라. 가산이 적어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크게 부하고 번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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