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무너진 여호와 제단의 수축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47)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엘리야가 모든 백성을 향하여 이르되 내게로 가까이 오라 백성이 다 그에게 가까이 가매 그가 무너진 여호와의 제단을 수축하되 야곱의 아들들의 지파의 수효를 따라 엘리야가 돌 열두 개를 취하니 이 야곱은 옛적에 여호와의 말씀이 임하여 이르시기를 네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하리라 하신 자더라”(왕상 18:30-31)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혼자의 힘으로 850명이나 되는 바알-아세라 선지자들과 맞서 크게 승리했다. 당시의 이스라엘은 3년 6개월 동안이나 우로가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바알숭배에 빠진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엘리야의 갈멜산 신앙대결은 영적 혼란에 빠진 이스라엘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극심한 가뭄도 해결되었고, 여호와의 신앙을 회복하는 영적 부흥도 경험하였다. 그런 결과는 엘리야의 기도가 응답되었기 때문이다. 엘리야의 기도는 성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도의 모범으로 꼽힌다(약 5:17-18).

기도하기 전에 엘리야는 백성들을 불러 모으고 무너진 여호와의 제단을 수축하였다. 여호와의 제단이 무너진 채 방치된 것은 그만큼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졌었음을 보여준다. 기도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제단의 복구이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며 예배의 회복이기도 하다. 무너진 제단에서 드리는 기도가 중언부언하는 기도요 외식하는 기도이다(마 6:5, 7).

여호와의 제단이 무너졌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바알숭배로 오염된 제단을 의미한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처럼 영적 질병은 소리 없이 침투하여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축하다’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라파’는 ‘치료하다’는 뜻이다. 제단 수축은 오염된 부분을 도려내어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아합 왕 치하에서 상당기간 경제적 번영과 안정을 누렸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바알숭배에 빠짐으로 가뭄이라는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하였다. 아합은 시돈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을 왕후로 맞이하면서 850명이나 되는 바알-아세라 선지자들을 직접 데려와 바알숭배 강화에 주력하였다. 그는 수도인 사마리아 성 안에 바알신전을 짓기까지 하였다(왕상 16:32). 온 나라가 여호와 신앙을 버리고 우상숭배인 바알 신앙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을 오염시킨 바알 신앙의 정체는 무엇인가? ’주인‘이라는 의미의 가나안 신 바알은, 비와 구름을 지배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나안 땅에서 바알은 자연스럽게 땅의 비옥함을 책임지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바알을 섬겨야 생활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바알 신앙은 윤리적 종교가 아니라 물질적 풍요를 강조하는 기복신앙이요 세속주의 신앙이다. 당시 바알신전 주변에는 신전 창녀들이 상주하였는데, 신전에서 바알숭배를 마친 자들과 성관계를 갖기 위해서였다. 이들과의 성관계는 바알과의 실제적 접촉을 의미했다. 이것은 바알 종교가 얼마나 저속하며 부도덕한가를 보여준다. 기복적이고 비윤리적인 바알 신앙은 결국 십자가가 없는 이기적 신앙, 역사의식이 결여된 세속성의 신앙이다.

무너진 여호와의 제단을 수축하기 위하여 엘리야는 주변에 흩어진 12개의 돌을 모았다. 12개의 돌은 이스라엘의 12지파를 상징한다. 12지파로 나뉘어진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가 되어야 정상적 예배가 회복될 수 있다. 하나로 모여야 할 제단 돌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것, 그것이 곧 무너진 제단이다. 공동체성을 상실한 채 개인주의로 전락한 이기적 신앙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없어지고 나 자신만 잘 되면 된다는 자기중심적 신앙이다.

12개의 돌로 이루어진 여호와의 제단, 그것은 많은 지체들이 유기체적 한 몸를 이루는 교회공동체의 모습이다. 각각 다른 역할의 부분들이지만, 하나로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어야 세상을 밝히고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의미 없는 성장’의 오명을 벗는 길이다. 아무리 많은 숫자라 하여도 흩어지면 작은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교회가 천만 명의 교세를 자랑하지만, 하나가 되지 못하면 실속 없고 공허한 숫자 놀음일 뿐이다. 거대한 세속 물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엘리야가 기도하기 전에 무너진 제단을 먼저 수축하였듯이, 우리들도 각각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제단을 살펴보아야 한다. 세속적이고 물량주의적인 기복신앙에 오염되어 있지는 않은가?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적 개인주의 신앙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각자의 오염된 신앙이 전체 공동체로 퍼져나가 더 큰 오염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할 오늘의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수필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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