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행복이란 부부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아 돌아가야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톱니의 짝이 잘 맞는 정도와 두 톱니바퀴의 마찰 정도, 그리고 두 톱니바퀴가 상충하면서도 서로 계속 물려 있으려고 하는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잡음이 생겨날 수 있다. 그 잡음이 바로 부부 싸움이다. 이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갈등인 것이다.
어차피 두 개의 톱니바퀴를 맞춰가기 위한 불협화음이 부부 싸움이라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부부 싸움을 하지 말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극복해 나가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흔히들 싸움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한 쪽이 이득을 얻고 다른 한 쪽이 손해를 보는, 즉 승자와 패자가 있는 싸움이다. 둘째는 양쪽 모두 얻는 것이 없어 둘 다 패자인 경우이다. 또 다른 한 경우는 싸움으로 인해 양쪽 모두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즉 둘 다 승자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싸움은 첫째 경우에 속하고, 나머지의 90%는 양쪽 모두 패자가 되는 소모성 싸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의 부부 싸움은 세번째 경우에 속해야 한다. 부부 싸움을 통해 서로의 다른 톱니들이 닳아 아귀를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부부 싸움에도 윈윈(win-win)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윈윈 전략’이란 세계의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두 지역 모두에서 승리를 도모한다는 미국의 전쟁전략을 뜻한다. 이는 1991년 당시 미국의 ‘딕 체니’ 국방장관과 ‘파웰’ 합참의장이 주도한 군사 보고서에서 제안된 것으로, 1993년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2001년 초반까지 군사 분쟁에 대응한 미국의 핵심전략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윈윈 전략이 새로운 기업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 저자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윈윈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상대방에게 비참한 패배감을 안겨주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경우에는 승리자도 패배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경쟁자일지라도 상대방을 파트너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해서 나 자신도 이기고 상대방도 이길 수 있는 길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경쟁자가 아닌, 인생의 영원한 파트너인 부부간의 싸움에 있어서는 더더욱 윈윈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최근에는 ‘잘 싸우는 부부가 성공한다’는 책도 나왔다. 이 책에서는 부부 싸움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건전한 부부 싸움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혼을 줄이고 부부 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 부부 싸움의 요령을 가르치는 말싸움 코스를 만들어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즉 ‘윈윈’의 부부 싸움이 되려면 거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얼마 전 아내와 말다툼하다 현장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간 남편이 있었다. 평상시 건강했는데, 병원 도착 당시 혈압이 230이었다고 한다. 부부 싸움으로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의 타마라 뉴턴 박사는 부부 싸움이 잦으면 혈압과 맥박에 이상이 생겨서 심혈관 계통에 큰 손상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부부 싸움은 일반 다른 사람과의 다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과의 다툼은 잘잘못을 가리고 흥분상태가 가라앉으면 끝나지만, 부부 싸움은 그렇지 않다. 상대방, 즉 배우자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이 계속되면 자율신경계의 부조화가 일어나고 면역 기능도 저하되어 병치레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 한 부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좋은 금슬은 상대방을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즉, 상대방에 대한 요구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