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큰 느티나무 같은 그리스도인이 그립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대전 송촌동 계족산 입구에 570년 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이런 커다란 느티나무는 시골 동네마다 흔히 볼 수 있는데,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활엽수 중에 풍채로나 아름다움이나 오래 살기로나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대부분 활엽수들의 안쪽 나뭇잎은 햇볕 부족으로 살아남기 힘든데, 느티나무는 그늘 속에 달려 있는 음엽(陰葉) 역시 약한 햇볕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어 양엽과 음엽이 모여 짙은 그늘을 만들어낸다. 그 넓은 품과 짙은 그늘 아래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폭염이 퍼붓는 여름날에는 동네 노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지나는 행인이나 후덥지근한 집안에서 살림하던 아낙들에게도 여름철 시원한 피서지로 이용된다.

누군가 큰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큰 나무(느티나무) 같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느티나무 같이 넉넉한 그늘을 가진, 남아공의 국부(國父)로 평가된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에서 큰 느티나무 같이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인정받는 이유는, 흑백 화해와 인권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적 화해와 용서를 실천한 20세기의 대표적 인물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본 받아야 할 인물이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철폐운동을 주도하다가 44세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 동안 로벤 아일랜드 작은 감방에서 차별받는 흑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멀고 먼 여정에서 결코 타협하거나 변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미움과 증오는 화해와 용서의 성숙한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승화되었다.

그가 세상을 두 번 놀라게 한 것은 27년의 긴 세월을 견뎌낸 것과 함께, 오랜 투옥에서 석방돼 화해와 용서의 큰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이다. 그는 작은 감방에서 성경과 기도로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인격으로 승화된 것이다.

그는 1993년 12월 10일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러나 노벨상이 만델라에게 영광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노벨평화상이 그에게 주어짐으로 상의 가치가 한 층 더 높아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만델라의 경이로운 관용의 인격 앞에 바친, 인류의 최소한의 예의이며 경의와 존경의 표현이라 해야 한다.

용서는 위대하다. 진정한 용서는 진정한 신앙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만델라가 백인들을 향하여 복수의 칼을 거두고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불의에 대한 비판을 훌쩍 뛰어넘어 오직 참회와 용서만이 참 평화와 공존의 길이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깊이 터득했기 때문이다.

만델라의 성공은 그리스도를 닮은 화해를 실천했기 때문이며, 기도와 성경을 실천하는 삶이 그를 아프리카를 품는 성숙한 신앙 인격을 지닌 큰 나무가 되게 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와 같은 인물은 인도의 간디, 미국의 링컨 대통령 등을 꼽을 수 있다. 링컨은 자기를 원숭이, 고릴라 원조라고 비난하고 경멸했던 스탠톤 같은 인물도 용서하고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링컨의 저격 사건 후 가장 많이 슬퍼하고 눈물 흘린 자가 그였다고 한다. 링컨 역시 흑인들에게 넓은 그늘을 제공한 큰 느티나무 같은 인물이라 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답지 못하고 교회답지 못한 사건들로 세속으로부터 비판과 멸시의 대상으로 추락하여가고 있지 않나 자성해 보아야 한다.

상처입고 위로받기 소원하는 그 누구라도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 편안한 대상,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그리워진다.

큰 느티나무 같이 넉넉하고 어머니 품 같은 인격으로 승화된 제자로 우리 모두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박승학 목사(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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