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현지교회에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해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빚진 마음으로 현장으로 나와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현지의 교회가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종종 준비가 되지 않아 개인적인 경험이나 이상한 종교행위로 현장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발생하니, 염려가 되고 불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몇 자 적는다.
1. 한국 목사들의 마음 속에는 대체적으로 현장을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피선교지라는 이유로, 조금 후진국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한국교회가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현지의 교회나 목회자들을 조금 낮게 여기고 대하는 태도인데, 참 무례함을 느낀다. 기억하시라. 현장의 목회자들은 과거처럼 어리석지 않다. 현지의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알고 기회만 되면 배우고 익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또한 수많은 목회자들이 방문하여 이런저런 강의를 하여 이제는 듣는 수준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복음의 기초를 가지고 현장의 목회자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들을 내용이 없고 깊이가 없는 일반적인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2. 또한 한국에서 유행하는 교회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가르치고 주입하려는 태도를 보게 된다. 한국교회에서 인기 있고 좀 부흥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여서 문화가 다른 현장에 그대로 주입하려는 태도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좀 생각하기를 바란다. 진리는 문화를 초월하여 가르칠 일이지만, 진리를 담는 그릇은 문화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열심 있는 사람들은 왠지 무식하게 “믿습니다, 할렐루야”만 찾으니, 한국교회가 염려되는 부분이다.
신학적인 문제도 있고 현실적인 적용 문제도 있고 현장에 전달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는 한국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것은 아주 무식한 태도이다. 쉽게 말해서 세미나의 결론은 안수기도를 통하여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치료하는 행위로 연결되는데, 심히 우려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장은 그러한 것을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잘 하고 있다. 성령의 역사나 능력을 어떤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매우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현장은 그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정신 차린 말씀을 듣기를 원한다. 홍수 속에서 마실 물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바른 교회관을 세우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깨닫기를 원하는 것이지, 넘어지고 엎어지고 고성과 자기 최면으로 소란을 피우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현장의 필요를 알고 와서 경험을 나누면 좋을 것인데, 대부분 전혀 의식이 없고 조심성이 없는 것 같다.
3. 현장을 방문하는 강사들의 선교사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게 되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현장 선교사들은 모두가 성령을 충만하게 받아야 할 사람들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고 형편 없는……, 그래서 많은 은혜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러한 경우도 많이 있지만, 그러나 오해 마시라. 본인들이 아는 몇몇의 경우를 가지고 현장을 판단하고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에서 치우침이 없이 전략적인 사역을 펴고 있는 신실한 일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가? 그들로 인하여 현장이 얼마나 많이 변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건설되어가고 있는지 관심은 있는가?
한국교회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영적으로도 지적으로도 후원받아야 하고 성령 충만함도 부족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 그러한 태도를 보면서 심히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심히 교만하고 무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한국교회의 모습인가 생각이 드니 염려된다. 한국교회가 타락의 길로 나가고 교회가 종교화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일로 인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4. 현장을 방문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고 경험을 나눌 때에는 매우 잘 준비된 것을 가지고 와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은 기본이다. 현지의 많은 목회자들은 설교를 할 때에도 프리젠테이션을 사용하여 메시지 핵심을 요약하고 스크린 세대에게 말씀을 전하고 있다.
현장이 얼마나 많이 변하고 있는지 아는가? 대략 말만 가지고 때우면 안 된다. 들을 만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 최선의 것을 준비하여서 의식과 목표가 있는 강의를 하여야 한다. 글로벌 목회정신으로 현장의 목회자과 교회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여야 한다.
귀한 시간들을 간증이나 경험담을 나누는 일로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데 그러한 개인 간증을 왜 듣고 있어야 하는가? 한국교회의 문화를 그대로 전수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본국에서나 현장에서나 바른 진리를 가르치고 뿌리를 깊이 내려 견고하게 세워가도록 도와야 한다.
제발 펄펄 뛰고 넘어지고 이상한 귀신 소리를 성령충만으로 생각하고 현장을 어지럽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한 종교행위는 한국에서만도 충분한 것으로 안다. 말씀의 깊이로 충만하지 않으니 이상한 심리적 현상으로 대체하는 경향들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한국교회의 모습인가 하여 염려가 된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멀리까지 와서 지원하고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은 귀하게 생각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잘 준비하여 와야 한다. 그 정도의 내용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만한가를 질문하여야 한다. 현지를 방문하면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여행도 하게 된다. 그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표나게 설치고 무례하게 행세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계절이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여,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를 권한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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