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의 파워관계전도] ‘역지사지’로 내가 먼저 변해야

오상아 기자  greaterjoy@naver.com   |  
▲송기배 목사.
▲송기배 목사.

위기의 가정이 겪고 있는 공통점은 ‘자기’를 중심에 둔 이기심과 폐쇄성, 자존심의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공격성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쉽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로 인해 이혼으로 쉽게 내달리지 않으려면, 자기가 앉아 있는 마음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는 일이 중요하다.

결혼 5년차 부부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변화시키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계속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후 들여다 보니 남편은 5년 전이랑 변함이 없었고, 가정만 깨질 위기에 놓여 있더란다. 아내는 딱 한 번만 더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것이니 가정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기도를 눈물로 했다. 그 때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30년 넘게 고치려고 아무리 애써도 안 고쳐지는 것이, 네가 5년 노력한다고 고쳐지겠느냐? 네가 바뀌는 것이 더 쉽지 않겠니?”

참으로 충격적인 생각이었다. 아내는 그때부터 자신을 먼저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아내가 먼저 변하니까 남편도 자연스레 따라서 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가정의 부부들이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으로 자신에 맞춰서 상대방을 고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언제나 나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생각은 서로의 간격을 좁히기 어렵게 만든다. 생각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부부는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 서로를 증오하며 매일매일 싸우기만 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상대편을 길들이기 위해서, 언제나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상대방을 바로잡기 위해서 계속해서 싸웠다. 하지만 소모적인 싸움만으로는 아무런 해답이 나질 않았다. 이들은 결국 상대방만 없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가정의 비극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비극은 자기중심적 이기심에 의한 폐쇄성과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은 어항 속에 금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며 툭하면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치고 받으며 아주 크게 싸웠다. 결국 그 중에서 더 많이 다친 한 금붕어가 상처를 이기지 못하여 죽고 말았다. 살아남은 한 마리는 이제 혼자서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며칠 뒤 그 금붕어도 죽고 말았다. 죽은 물고기가 악취를 내면서 썩고, 이 때문에 물도 썩어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우화가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야 한다. 한자의 사람 인(人)을 생각해 보면 서로가 서로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 아닌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믿어야 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고 세워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장작이 떨어져 있으면 화력을 낼 수 없지만, 함께 포개지면 큰 화력을 낼 수 있다. 한 형제인 우리들은 서로를 위해서 도와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더욱 배려해야 한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될 것 같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라는 한자성어다. 이는 ‘맹자’의 ‘이루(離累)’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한 말이다. ‘역지즉개연’은 ‘처지나 경우를 서로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같다’는 뜻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인인 하우와 후직은 태평한 세상에 자기 집 문 앞을 세 번씩 지나가도 들어가지 않아서, 공자가 이들을 매우 훌륭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 안회는 어지러운 세상에 누추한 골목에서 물 한 바가지와 밥 한 그릇으로만 살았는데, 공자는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고 도를 즐긴 안회를 칭찬했다고 한다.

맹자는 “하우와 후직과 안회는 같은 뜻을 가졌는데, 하우는 물에 빠진 백성이 있으면 자신이 치수를 잘못하여 그들을 빠지게 하였다고 여겼으며, 후직은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일을 잘못하여 백성을 굶주리게 하였다고 생각했다”며 “하우와 후직과 안회는 처지를 바꾸어도 모두 그렇게 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맹자가 하우와 후직, 안회의 생활방식을 통하여 사람이 가야 할 길을 말한 것이었다.

입장을 바꾸어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헤아려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에 가정에서 ‘역지사지’는 꼭 필요한 생활 방식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자녀로서, 모두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자신은 힘들게 돈 벌어오는데 아내가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힘들다고 잔소리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또 아내의 입장에서는 다들 벌어오는 돈이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면서, 집안일은 손톱만큼도 도와주지 않으며 잔소리만 하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자랄 적 환경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호강을 하는 것인데,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매번 이것 사 달라 저것 사 달라 불만불평만 많은 자녀들이 이해 될 리 없다. 또 자녀들 입장에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1등일 수 없는데, 공부 못한다고 타박이고 자신들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하게 막무가내로 막는 부모들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 서로들 이해가 되지 않으니 어떻게 대화가 되겠는가? 갈등만 쌓여가고, 싸움만 계속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가정이 풍비박산 날 위기의 그 순간에 ‘역지사지’를 떠올려 보자.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입장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입장에서 한번 처지와 경우를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그 처지가 아닌데, 그렇게 가정한다고 그 처지가 쉽게 이해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지사지’는 더없이 많은 훈련과 인내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훈련 말이다. 이는 그냥 입장만 바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과 처지가 되어 그 앞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막연히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봄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거기서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 실수투성이며 전혀 완전치 못한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 자신도 상대방과 똑같이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만 옳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때 상대방의 잘못을 감싸안을 수 있는 사려 깊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사려 깊은 마음이 있을 때 가정 내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갈등한다고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갈등을 통해 하나됨으로 가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갈등을 통해 분리와 파국으로 가는 가정이 있다.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으려면 그 갈등과 문제를 슬기롭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 슬기로움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자신과 남을 이해하며 터득한 배려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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