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이 기록한 고린도전서 13장을 요약하면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과 깨닫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지금은 거울을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날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이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되리라(11-13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바울은 “다 사도겠느냐 다 선지자겠느냐 다 병 고치는 은사를 가진 자겠느냐 너희는 이보다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가장 좋은 길을 보이리라”,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꽹과리와 같고, 예언하는 능이 있고 모든 지식과 비밀을 알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을지라도, 그리고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남을 구제하고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12:29-13:3)”는 말로 사랑의 은사를 강조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벗어버린 장성한 사람, 성숙한 신앙이란 사랑의 은사를 지칭한다. 그러면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시기하거나 자랑하거나 교만하거나 무례하지 않고 자기 유익을 구하거나 성내거나 악한 것을 생각지 않고 진리를 기뻐하고 무엇이든지 참으며(어떠한 경우에도 인내하며) 무엇에든지 믿으며(어떠한 경우에도 믿음) 무엇에든지 바라며 무엇에든지 견디는 어떠한 경우에도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4-7절)”, 즉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으로 닮아가는 것이다.
정금은 그 순수함을 영원히 변치 않고,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가뭄에도 시들지 않음 같이, 인격과 성품이 주를 닮은 것이 성숙한 신앙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딱지치기, 구슬 따먹기가 성공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지위나 권세, 돈이나 땅과 빌딩을 성공이라고 좋아하지는 않는지, 맘몬의 귀신을 숭배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진단해 보이야 한다.
부모가 친자 확인을 했는데 다른 유전자가 나왔다면 그는 자기 자식이 아닌 것처럼, 심판날 “내가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여 내게서 떠나가라”고 하신다면, 이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과연 지금 우리를 예수님과 겹쳐 놓는다면 얼마나 그분과 닮았을까. 우리는 얼마나 눈 멀고 가련하고 곤고하고 벌거벗고 초라한 모습인가를 발견해야 한다. 날마다 착각에서 깨어나 영의 눈을 떠야 한다.
장성한 신앙인이 되려면 새로운 두 가지 율법을 적용해야 한다.
첫째, 십자가의 법이다. 예수를 영접하고 구원받기는 쉽지만 그 구원을 성취하고 거룩함으로 성숙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예수 죽인 것을 항상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나타나게 함이라(고후 4:10)”.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바울의 비명이 가슴에 와닿아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예수께서 거듭 강조하시기를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는 것”이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단계라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 그리스도인이 성숙한 신앙이 되기 위하여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는 벌거벗고 손과 발에 못 박혀 수치와 고통을 당하고 죽어야 하는 형틀이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거듭 살아 일어나는 육신적 자아(自我)와 정욕을 날마다 십자가에 못 박는 자기부인이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예수의 생명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누구라도 제자가 될 수 없다. 이 거룩한 예수의 생명이 흘러나오게 하는 새로운 십자가의 법에 자신을 적용해야 한다.
“무릇 내게 오는 자는 자기 부모나 형제나 자매와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좆지 않는 자도 제자가 되지 못하고(눅 14:25-27)”,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아무 쓸데없어 내어 버리느니라(눅 14:33-35)”.
둘째, 성령의 법이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그들이 곧 하나님의 자녀(롬 8:13)”이며,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며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다”고 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이 극복하지 못하는 육체의 일들, 곧 우상숭배와 탐심과 교만과 음행 등 죄악들은 성령의 법을 거절하고 육신의 욕심을 따라 행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자기 생명과 모든 소유를 주님 발 앞에 내려놓고 삶 전체를 성령님께 위임하고 성령의 법을 따라야 한다. “매 순간마다 거듭 성령님께 위임하는 훈련을 반복하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그의 삶을 사시게 하라(갈 2:20)”, 이것이 거룩함에 이르는 새로운 생명의 성령의 법, 성숙한 신앙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벗어버리라. 예수의 심장을 품은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아닌 악취를 풍기는 짓을 그만두고 세상을 밝히는 산위의 등대가 되고 신선한 맛을 내는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자.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