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57)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 7:13-14)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결과는 생명과 멸망 단 두 가지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주어진다. 그래서 선택을 잘 해야 하고, 선택한 길은 소중하게 잘 지켜야 한다.

우리들 앞에는 좁은 문과 넓은 문 두 가지 선택만이 있다. 넓은 문은 크고 길이 넓지만, 멸망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반면 좁은 문은 길이 협착하여 불편하지만, 생명으로 인도하는 복된 길이다.

넓은 문은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문제는 그 길이 멸망으로 인도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라면, 넓은 문을 선택하여 마음껏 즐기며 사는 것이 최상이요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나 이 땅의 삶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최종 결산서를 하나님 앞에 제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서 생명이냐 멸망이냐의 마지막 판결이 내려진다.

좁은 문이냐 넓은 문이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좁은 문 이외에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 예수께서 둘 중에서 더 나은 것을 선택하라고 권면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다음에 제시된 내용은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부연 설명일 뿐이다.

넓은 문은 크고 길이 넓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크고 넓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뜻이다. 불편함이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고 누구라도 선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너무 편하다 보면 목적을 잃어버리고 나태해져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그것이 더욱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편안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넓고 편한 것에대한 욕심이 생기게 되어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은 편하면 편할수록 더 편해지고 싶은 생각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인간의 빠른 적응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무리 편해도 곧 그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편안함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더 큰 편안함이 주어지지 않으면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편안함이 불편함으로 뒤바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결국 넒은 문은 편하고 좋은 것을 차지하려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간 삶의 ‘레드 오션’(red ocean)인 셈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승리하는 신앙과 삶의 첫 발걸음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면 마지막까지 내다 볼 수 있는 넓은 안목이 있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좁은 시야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최종적으로 얻게 될 마지막 결론에 주목해야 한다. 하루살이의 인생관이 아니라 영원을 사모하는 하늘나라 인생관으로 무장한 사람만이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예수께서 명령하신 십자가를 지고 사는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예수를 따르려면 두 가지가 선결되어야 한다. 곧 자기를 부인하는 것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1)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개인적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는, 하나님 중심적 삶이다(마 6:33). 그리스도 안에서 중생하였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지신 십자가에 위에 자신의 욕심을 못 박았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3).

(2)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자신의 은사를 따라 주어진 사명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은사는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고유한 능력이다. 은사를 따라 일하면 아무리 힘든 것이라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으며, 자신과 이웃에게 넘치는 유익을 안겨준다.

넒은 문은 멸망으로 인도하고,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인도한다. 멸망과 생명은 마지막 결론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일상적인 삶 가운데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실체들이다.

‘멸망’에 해당되는 헬라어 ‘아폴레이아’는 ‘허비’나 ‘탕진’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허비가 되어 마지막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상태가 곧 멸망이다. 그것은 점차적으로 낡는 겉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겉사람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사는 것 자체가 멸망을 경험하는 실제적 삶이다.

‘생명’은 헬라어로 ‘조에’인데, 생물학적 관점의 생명인 ‘비오스’와는 대조적이다. 생명의 핵심은 그리스도 안에서 얻은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고, 생명의 가시적 표시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자기 성장이다. 그런 점에서 좁은 문을 통하여 들어서게 되는 생명의 길은, 넘치는 구원의 기쁨과 날마다 새로워지는 자기 성장의 즐거움으로 가득 찬 복된 삶이다. 결국 좁은 문은 신앙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하나님의 ‘블루 오션’(blue ocean)인 셈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수필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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