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29장 11절, 가장 잘못 인용되는 구절?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美 교계 인사들 “역사적·문학적 상황 고려해야”

▲자신의 등에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을 새긴 남성. ⓒ플리커
▲자신의 등에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을 새긴 남성. ⓒ플리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 하는 생각이라”(렘 29:11)

많은 기독교인들이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을 암기한다. 마치 요한복음 3장 16절처럼.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말씀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먼저 시인인 제퍼슨 버스케(Jefferson Bethke)는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구절을 ‘이 대학에 가고 싶어요’, ‘이 남자친구(여자친구)는 내가 원하던 사람이에요’, ‘이 일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내 계획이에요. 하나님께서 지금 그렇게 말씀하고 계세요’라고 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케는 “성경을 읽는 이들은 항상 성경구절의 역사적·문학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먼저는 우리가 원하는 한 구절만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때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특정한 때에 특별한 사람들에게 주신 구절을, 문맥에서 뽑아내 개인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구절은 예레미야 선지자가 6세기 경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보낸 서신”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신은 과거 예루살렘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와 심판을 담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복 주시겠다고 하신 약속의 말씀을 이루기 위해, 70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버스케는 “무엇보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당장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70년 동안 포로 생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70년까지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너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노니’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라. 나는 이 구절을 여러 번 읽었다. 우리는 정말 하나님을 산타클로스나 지니와 같은 존재로 바꾸어 놓는지 모른다……. 우리의 계획을 세워놓고, ‘하나님께서 이뤄주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에 앞서 존 파이퍼 목사는 이 약속에 대한 적용이 기독교 공동체로 옮겨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침례교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파이퍼 목사는 지난 5월 29일 ‘존 목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코너에서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로 인해서, 이를 자신들에게 적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존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예레미야 29장 말씀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된 상황의 유대 공동체에 이 말씀을 전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독교인들, 특히 우리 이방인들은, 이 말씀이 멸망이 아닌 소망과 기쁨의 삶에 대한 전망을 붙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사랑한다. 우리가 이를 붙들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잔을 들어올리신 후, ‘이 잔은 내 피로 인한 새로운 언약’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이퍼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구약에 나온 약속들이 예수를 믿는 믿음 안에서 성취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의미를 두셨던 모든 것은, 지금 신약의 그의 백성들에게 성취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 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메시아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약속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약속은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방인들에게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린도후서 1장 20절 말씀과 로마서 8장 32절 말씀을 들어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레이스패밀리 침례교회 목사이자 강사인 보디 보챔(Voddie Baucham)은 기독교인들이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을 3가지 방식으로 왜곡한다며 “먼저, 우리는 이것이 특별한 때에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상황 가운데 특별한 사람들에게 직접 전해진 약속인데, 우리에게 직접 적용하면서 이를 왜곡한다”고 전했다. 두번째로 “이것은 실제적으로 다양한 세대들을 위한 약속인데, 우리는 이를 지금의 약속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우리를 위한 약속인데 나를 위한 약속으로 왜곡한다”고 했다. 그는 이 말씀을 현대를 살아가는 기독인들 개개인의 건강과 부귀에 대한 약속으로 가르치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구약학 교수이자 ‘God Behaving Badly : Is the God of the Old Testament Angry, Sexist and Racist?’의 저자인 데이비드 램도 보챔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램 교수는 “우리는 예레미야 29장 11절을 신실하게 적용하기 위해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11절을 인용할 때 29장에 대해 최소한 2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는 이 말씀이 우리 대부분이 경험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믿을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쓰여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사망을 슬퍼하고, 이동 중이었으며, 일시에 노예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희망을 말씀하실 수 있다. 이것이 놀라운 것”이라고 전했다.

두번째로 “이들은 ‘나’에 대한 계획이 아닌 ‘우리’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서신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나 여전히 공동체를 갖고 있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 주시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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