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왜 마리아처럼 옥합을 깨뜨리지 못했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 요한복음 강해 26]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요한복음 11장에서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다. 그런데 요한복음 12장 1절은 ‘유월절 엿새 전에’로 시작한다. 이 날부터 엿새 후에 예수님은 골고다 언덕에서 못 박히셨다. 바로 그 때 주님이 베다니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예루살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나사로를 살리신 곳, 마리아와 마르다의 집이다. 그야말로 이 땅에서의 삶이 며칠 남지 않으셨다. 그렇게 따지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기적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얼마 전 행하셨던 역사였다.

1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이르시니 이곳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의 있는 곳이라 2 거기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할새 마르다는 일을 보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

예수님이 집에 오셨을 때 마르다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의 기질, 성미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르다는 이전에도 예수님을 접대하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다, 마리아가 자기를 도와주지 않자 “예수님, 제 동생 좀 꾸짖어 주세요”라고 했던 적이 있다. 언제나 먼저 튀어나가고, 생각이나 마음보다 말과 행동이 빠른 여자가 마르다이다. 이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일하지 않으면 입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러나 이제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마르다가 좀 변화된 것 같다. 여기서는 잔소리가 없다.

베다니 나사로의 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교회요 그리스도의 간증이다. 가장 돋보이고 귀한 것은 마리아의 헌신이지만, 나사로의 간증도 못지 않았다. 나사로가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가 그리스도 부활의 능력을 간증하는 것이었다. 9절에도 나오듯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 뿐 아니라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도 보러 왔다. 사울이 바울로 회심한 자체가 흑암의 왕국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나.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씻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마리아는 가장 귀한 보물인 향유를 깨 그 기름을 주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씻은 여자이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마리아만큼 주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주님의 인격을 사랑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후면 그 주님의 발은 우리 죄인들을 위해 골고다를, 십자가에 오르실 발이다. 그래서 주님에겐 장사 전에 향품이 필요했다. 마리아는 이를 알고 때에 맞춰 향유를 준비해 주님의 발에 붓고 머리털로 씻었던 것이다.

4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를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5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가룟 유다는 제자들 가운데 재정을 담당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물질을 관리하던 사람인 유다의 머릿속에서 돈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옥합의 값을 계산하니 300데나리온 정도의 값비싼 향유였다. 오늘날로 치면 최고급 향수이다. 당시 젊은 장정 하루 일당이 한 데나리온이었기에, 300데나리온이면 한 사람의 연봉에 해당한다. 이를 오늘날로 환산하면 1500-2000만원 정도라 볼 수 있다.

유다의 말은 맞는 말이다. 다른 제자들도 “그 말이 맞다”고 한 말이 기록되어 있다. 남성들은 그 때 주님께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순간 가장 귀한 일을 했던 사람은 여성이었다. 마리아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계산이 없었다. 가장 귀한 것을 주님을 위해 바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의 주님에 대한 가치를 볼 수 있다. 마리아는 주님이 그녀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므로 가장 귀한 것을 드릴 수 있었다. 여인의 가장 귀중하고 영예로움의 상징인 머리털로 그리스도의 가장 낮은 발을 씻어드린 것이다.

유다에게는 주님이 돈으로 보였다. 그분을 팔면 은 삼십을 벌 수 있다! 마리아에게는 모든 것을 다 드려도 아깝지 않은, 가장 귀한 분이다. 오늘날 성도들이 주님께 드리는 헌신은 그들의 주님에 대한 인식에 달려 있다. 그분은 우리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계신 분인가? 적어도 마리아의 집에 있어서 주님은 모든 것이셨다.

6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저는 도적이라 돈 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감이러라

돈을 관리한다면서 돈이 많이 들어오면 자기 호주머니에 슬쩍 넣었다. 그가 돈을 훔쳐가는 사람인 것을 주님이 몰랐을까? 아셨다. 제자들은 몰랐을까? 알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돈을 떼이면 아주 원망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유다를 다그치고 캐묻지 않으셨다. 제자들도 알았지만 그냥 두었다. 돈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돈에 가치를 크게 둘 때, 그리스도인의 길은 실패하게 된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가 중요하다.

유다는 물질에 관심이 많았다. 이 때는 가난한 자들을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제자들이라면, 이 엄중한 순간 십자가에 달리실 예수를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실상 유다는 가난한 자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자들’은 핑계였고 마음이 돈에 많이 가 있다는 말이다. 교회에서 일을 많이 일으키는 자들은 주로 돈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다.

7 예수께서 가라사대 저를 가만두어 나의 장사할 날을 위하여 이를 두게 하라 8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거니와 나는 항상 있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우리 주님은 돈에 대해서는 말씀조차 하지 않으셨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들과 함께 있을 것이고, 마리아를 괴롭게 하지 말고 가만 두라고 하셨다. 주님은 이 여자의 행한 일을 기뻐하시고 칭찬하셨다. 이 사건은 주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기 엿새 전에 있었던 일이다.

9 유대인의 큰 무리가 예수께서 여기 계신 줄을 알고 오니 이는 예수만 위함이 아니요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도 보려함이러라 10 대제사장들이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모의하니 11 나사로 까닭에 많은 유대인이 가서 예수를 믿음이러라

죽은 나사로가 살아난 사건이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있었던 가장 큰 일이다. 이 일로 인해 많은 유대인들이 믿게 되자 대제사장들이 긴장을 하고 있다.

12 그 이튿날에는 명절에 온 큰 무리가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오신다 함을 듣고 13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외치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더라

이는 시편에 있는 말씀이다. 메시야가 오실 때 있을 광경을 예언한 것이다. 메시야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에 나귀를 타고 오신다는 예언이 스가랴 등 구약에 예언되어 있다.

14 예수는 한 어린 나귀를 만나서 타시니 15 이는 기록된 바 시온 딸아 두려워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함과 같더라

스가랴서 말씀이다. 예언대로 예수는 오셨다. 많은 유대인들이 나와 찬송했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이는 ‘지금 구원하소서’ 라는 뜻이다. 메시야가 올 때 하는 찬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사실 거품이다. 참된 그 광경은 주님의 재림시 있을 것이지만, 당시 예수를 죽이려는 살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는 참된 것이 아니었다. 주님은 그것을 다 아셨다. 그렇지만 한 발 한 발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셨다.

16 제자들은 처음에 이 일을 깨닫지 못하였다가 예수께서 영광을 얻으신 후에야 이것이 예수께 대하여 기록된 것임과 사람들이 예수께 이같이 한 것인 줄 생각났더라 17 나사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어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실 때에 함께 있던 무리가 증거한지라 18 이에 무리가 예수를 맞음은 이 표적 행하심을 들었음이러라

제자들도 이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사람들은 증거하는 법이다. 죽은 나사로를 살릴 때 역사하신 것을 본 유대인들은 그 사실을 증거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환영하며 찬송한 것은 주로 나사로 살린 이 기적 때문이다.

19 바리새인들이 서로 말하되 볼지어다 너희 하는 일이 쓸 데 없다 보라 온 세상이 저를 좇는도다 하니라

당시 집권자들은 예수를 제거하려고 했다. 죽이려 했다. 그 때에 바리새인들이 “너희들은 틀렸다, 온 세상이 예수를 좇는다”고 할 정도로, 겉으로 모든 상황은 주님께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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