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요한복음 강해 29] 요한복음 13장 강해(1)
요한복음 13장은 유월절 전에 있었던 일로 시작한다. ‘유월절 전’은 주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하루 전이다. 요일로 따지면 목요일, 시간으로 따지면 저녁, 히브리 달력으로는 니산월 14일이다. 율법에 의하면 그날 저녁은 양을 잡는 날이었다. 주님은 이날 저녁 겟세마네에서 기도하고 나오다 잡히셨다. 밤새 주무시지 못한 채 끌려다니시다 금요일 새벽 공회에서 심판받으시고,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달리시어 오후 3시 운명하셨다. 토요일까지 무덤에 계시다 일요일 새벽 부활하셨다.
성만찬은 유월절 전으로 보아야 한다. 목요일 저녁에 먼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시며 먹고 마시라시면서 언약을 세우셨다. 이 일이 있은 후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할 것을 예언하셨고, 베드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으리라 장담했다. 그리고 14-16장에 긴 설교가 있고 17장에 긴 기도가 있다. 요한복음에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여러 사람들에게 시험 당하시던 4-5일간 행적이 없는데, ‘그리스도의 신성’을 기록한 요한은 그만큼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어린양 되심을 충분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주님은 그동안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이제 때가 이른 것을 아셨다. 누구든 마지막에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든 최후에는 유언을 남기면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자기 사람’이란 매우 중요한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자기 사람’이 아니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자기 사람’들은 큰 축복을 받는다. ‘자기 사람’이란 그분이 택하시고 부르신 자들이다. 주 예수는 한번 사랑하신 그분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다.
예수님은 33년 6개월 동안, 짧게 사셨다. 사역도 꼭 3년 반, 짧게 하셨다. 마지막 저녁에는 제자들과 모든 시간을 다 보내셨다.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하셨던 일과 그때 하신 말씀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요한은 다른 공관복음 저자들과 확실히 부담을 달리하였다.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님이 떠나시기 전 행하신 여러 일들이었다.
2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니
곧 주님은 한 제자에 의해 팔릴 것이고 잡히시고 못 박히시게 된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을 하실 시점이었다. 예수님은 한 번 사랑하시면 도중에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제자들의 상태는 영적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지금 온 인류를 위해 예수께서 십자가로 나아가려는 상황에도, 제자들은 싸우고 있었다. 주님은 이를 잘 아시면서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사랑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신 행동을 적었는데, 그것은 발을 씻기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수님의 사랑의 행동이었다.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잘 성장하려면, 잘 씻겨 한다. 13장에는 ‘깨끗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씻겨야 깨끗해진다. 씻는 목적은 깨끗해지는 것이다. 씻을수록 자라난다. 거룩하고 깨끗하게 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다. 하나님을 사람을 사랑하셨다. 무익하고 쓸모 없으며 이기심만 많고 교만한 인간을 주님은 구덩이에서 건지셨다. 우리도 부르심 받았을 때 다 그런 상태였다. 주님은 진흙탕 속에 있는 우리를 건져내셔서 씻고 또 씻어 새롭게 하셨다.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하신 일은 제자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 급박하고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실 수 있는가? 여러분을 향하신 주님의 뜻이 크다. 주님의 뜻은 여러분을 다 훌륭한 사람들로 만드시는 것이다. 베드로나 요한, 야고보 모두 우리보다 크게 잘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의 사랑 덕분에 위대한 사도가 됐다.
3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예수님은 이제 아셨다. 만물을 자기 손에 주신 것을 이때 아셨다. 천하만국을 주신 것을 아셨다. 주님은 아버지가 알려주시는 것만 안다. 또 아버지께서 주시는 것만 받는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후 ‘아버지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나에게 주셨다’고 선포하셨다. 이렇게 큰 위임을 받고 하신 일이 제자들의 발을 씻는 일이었다. 하실 일이 천 가지 만 가지 있을 수 있지만, 발을 씻기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성도들이 주의해야 할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다.
4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5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
주님은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며 대야에 물을 담는 일을 손수 하셨다. 여기서 종의 형체로 오신 주님을 발견한다. 오늘날 조금만 지위가 있어도, 이런 일은 비서가 다 해준다. 하늘의 하나님, 만유의 주께서 죄인들의 발을 하나하나 씻기셨다. 이 어떠한 겸손인가? 이에 대하여 큰 인상과 감동을 받아야 마땅하다.
첫째, 발은 세상과 접촉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하나님을 접하려면 죄는 아닐지라도 세상적이며 속된 것을 씻어내야 한다. 주 예수님은 떠나시기 전, 그분의 사람들이 당신과 조금도 멀어지기를 원치 않으셨다. 우리는 세상과 접하고 발이 더러워지는 일을 피할 수 없다. 발을 씻는 것은 피로 우리의 양심을 씻는 일이 아니라, 물로 영적인 정신과 마음을 씻는 것이다. 돌아가시지만 늘 살아계실 주님은, 영적으로 늘 제자들과 막힘없는 교통을 나누기 원하셨다. 발을 씻는 것은 우리로 구원받은 즐거움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날마다 구원받은 날처럼 그렇게 기뻐하며 살게 되기를 원하셨다. 낮은 마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줄 수 없다.
6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가로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기시나이까 7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베드로는 이를 언제 알게 되는가? 오순절 이후 베드로는 교회 생활 가운데 많은 체험을 가졌으리라 확신한다. 말씀이 있고 성령이 있으면 물이 있게 되고, 지체들은 서로를 씻어줄 수 있다. 함께하는 작은 기도모임에서, 교제에서 성도들은 수시로 씻음을 실행할 수 있다. 오! 어떠한 축복인가? 우리는 서로를 씻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그분을 섬기는 것이며 축복된 일이다.
8 베드로가 가로되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상관이 없다’는 중요한 말이다. 주님은 당신과 늘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는데, 그것은 늘 서로 씻는 것이요 새롭고 깨끗케 됨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성도들은 예수님과의 상관관계 속에 자라난다. 예수님과의 지속적인 친교 속에서, 교제 속에서, 생명의 교통 속에서, 그 흐름 속에서 자라난다. 그것을 막는 것이 발에 묻은 먼지다.
9 시몬 베드로가 가로되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겨 주옵소서
베드로는 적극적인 사람이다. 처음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다가, 씻기지 않으면 주님과 상관이 없다는 말을 듣자 손과 머리도 씻어달라고 한다. 베드로는 주님의 발 씻겨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매우 인간적인 것이지만 주님의 깊은 뜻과는 거리가 멀다.
10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주님은 지금 유월절 어린 양이 되어 십자가에서 피 흘리러 가신다. 구속된 자들의 온 몸을 씻어주러 가시는 것이다. 구원의 씻음은 목욕과 같아서, 오직 한 번이면 된다. 그러나 우리의 발은 늘 씻겨야 한다. 우리의 온 몸은 피로 씻긴다. 우리 모두의 죄는 예수의 보혈로 씻겼지만, 생활 가운데 묻어나는 세상 먼지는 물로 씻는 것이다. 그런데 적극적인 분은 주님이시다. 요한은 사랑의 사도이다. 사랑의 방면에 있어서는 놓치지 않고 다 기록했다.
주님과 닫히게 만드는 절연체가 있다. 그것이 먼지를 만든다. 우리의 기질, 교만이 주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다. 그럴 때마다 주님은 우리를 씻어주신다. 그분은 씻는 물을 갖고 계신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로 만들어진 물이다. 부모님도 아이들을 자라게 하기 위해 계속 씻어주신다. 똥 싸도, 오줌 싸도, 코 흘려도 씻겨 주시고, 밖에서 넘어져도 씻어주신다. 주님은 어린 우리의 티를 계속 씻어주시는 하나님이시다.
11 이는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아심이라 그러므로 다는 깨끗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유다는 깨끗함을 받지 못했다. 주님을 따르며 많은 이적과 기사를 보고 앞에서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구원받지 못하고 멸망의 자식이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도 큰 경고가 되어야 한다.
12 저희 발을 씻기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13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발을 씻기신 후에 다시 앉으셔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 주님이 씻기신 후, 우리가 씻어주는 것 말이다. 12장까지 주님은 우리에게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후 13장에서는 우리가 할 일을 말씀하신다. 13-15장에서 주님은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신다. 가장 중요한 섬김과 일은 우리의 형제 자매를 씻어주는 일이다. 우리는 사람의 죄를 씻을 수 없지만, 제자들에게 서로 발을 씻을 것을 명하셨다. 구원받은 후에도 지은 죄가 있으면 주님께 자백함으로 씻음 받아야 하지만(요일 1장), 발이 더러워진 경우 형제 자매에게 나아가 씻음을 얻어야 한다.
16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종이 상전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니 17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
주님이 주인이고 상전이시지만, 제자들의 종이 되어 발을 씻으셨다. 우리도 주님을 닮아 큰 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을 씻겨야 한다. 섬기는 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을 씻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분이 씻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주님이 선생으로서 종과 같이 되어 여러분을 섬긴 것처럼 여러분도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물을 뜨겁게 해서 발을 데게 하면 안 된다. 너무 뜨겁다고 할 것이다. 높은 위치에서 씻기기 때문이다. 뭔가 치료해주는 것 같은데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좋은 씻음을 씻어주려면 겸손해야 한다.
발 씻음을 받은 성도는 가벼워지고 활력이 생긴다. 발만 씻었는데도 온 몸을 씻은 것처럼 매우 상쾌하고 가볍다. 우리는 성도들을 이렇게 섬겨야 한다. 성도들을 무겁게 하는 것은 결코 잘 섬기는 것이 아니다. 낮아지지 않으면 섬길 수 없다. 훌륭한 사람은 자기를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은혜와 축복, 씻음을 얻게 하고 주님께 나아갈 담력과 힘을 얻게 해주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