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독교계 전반에서 ‘칼빈주의’ 다시 부상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칼빈의 관점 전하는 신학교와 강단 늘어

▲캐피톨힐침례교회의 데버 목사. ⓒ뉴욕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캐피톨힐침례교회의 데버 목사. ⓒ뉴욕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최근 미국 기독교계에서 칼빈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6세기 종교개혁자인 존 칼빈의 관점을 가르치는 전도자와 신학교 교수들의 수가 늘고 있다. 칼빈의 영향을 받은 교회의 예배 출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별히 20~30대 예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크 드리스콜, 존 파이퍼, 팀 켈러 등 대형교회 목사나 주요 기독교 작가들이 모두 칼빈주의자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개신교단인 남침례회에서, 칼빈주의의 부각은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지난 2012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66명의 남침례회 목사들 가운데 30%가 자신들의 교회가 칼빈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칼빈주의는 신학적 지향점이지 교단이나 단체가 아니다. 청교도 역시 칼빈주의자들이었다. 장로교는 스코틀랜드 칼빈주의자들에서 나왔다. 초기 침례교인들 중 상당수 역시 칼빈주의자였다. 그러나 19세기 개신교는 인간이 스스로의 구원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는 비칼빈주의(Non-Calvinist) 신념으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인들의 매우 본질적인 신념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큰 교단 중 하나인 미국장로교(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는 비변증적으로 칼빈주의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칼빈주의자들은 개신교의 다른 교단과, 신학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던 교회 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마크 데버(Mark Dever·53) 목사는 지난 1994년 워싱턴에 위치한 남침례교단 소속 캐피톨힐 침례교회(Capitol Hill Baptist Church)에서 채용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교회측은 그에게 신학에 대해 물어 보지 않았다. 1994년 데버 목사 부임 당시 이 교회에는 약 130명의 교인들이 주일예배에 나왔으며 그들의 평균 연령은 70세였다. 오늘날에는 약 1,000명 이상이 나오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30세다. 데버 목사는 설교에서 칼빈을 언급하지 않지만, 교인들은 자신들이 듣는 내용이 칼빈주의적 가르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계은행에서 일하는 사라 로트맨(34)은 “데버 목사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성경의 진정한 초점과 삶에서 우리가 구하는 모든 답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발견될 수 있다. 데버 목사는 가르침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죄와 구원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죄에 대한 이 같은 초점은 최근 유명한 기독교 지도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이는 믿음을 통해 부유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번영 복음’ 설교자들과는 대조적”이라며 “이는 베스트셀러 저자인 조엘 오스틴과 같은 목사들 혹은 작가들이 강조하는 긍정적 확신과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고 설명했다.

베일러대학교 교수이자 ‘반(反)칼빈주의(Against Calvinism)’ 저자인 로저 E. 올슨(Roger E. Olson)은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려하는 한 가지는 일부 침례교 신학교의 새로운 졸업생들이 칼빈주의가 아닌 교회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교회나 조사위원회에 자신이 칼빈주의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가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많은 젊은 설교자들은 몇 달을 기다리면서까지 도서관에서 존 파이퍼 혹은 마크 드리스콜 같은 칼빈주의자들의 책에 천착하고 있다. 이들은 칼빈주의에 대한 주제로 특정한 수업을 열거나, 동료 칼빈주의자들을 교회 스태프로 채용한다.

올슨 교수는 “때로는 교회의 분열 끝에, 비(非)칼빈주의자들이 그들만의 교회를 시작한다”고 했다.

남침례회는 6월 연례회의에서 칼빈주의 고문위원회 보고서를 받았다. 이는 교단 내 반칼빈주의적 편견과 칼빈주의자들에 대한 불평등한 처우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우리는 지역교회에서 가감없이 모든 후보 사역자들을 존중해야 하고, 신앙과 교리에 대한 모든 문제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여성이 사역자 혹은 장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유니온신학대학교 세린느 존스(Serene Jones) 학장은 “칼빈의 영향력은 보수주의자들에게만 제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일부 조합교회 신자(Congregationalists) 혹은 진보적인 장로교인들을 포함한 진보적 크리스천들은 칼빈 교리의 다른 면들을 수용한다”고 했다. 그녀는 시민적 관여(civic engagement)가 하나님께 순종하는 중요한 형태라는 칼빈의 신념을 언급하면서, 오늘날 많은 보수주의자들과 달리 칼빈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지 않았다고 했다.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신(新)칼빈주의자들에 대한 논문을 작성 중인 브래드 버뮬렌(Brad Vermurlen)은 “칼빈주의자들의 상승세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는 식을 수 있다. 10년 전에는 모든 이들이 이머징 처치(emergent church)에 대해 말했고, 5년 전에는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에 대해 말했다. 현재는 신칼빈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나는 신칼빈주의가 유행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5년 동안 신칼빈주의를 말하면서, 그것을 통해 삶을 살고 교회를 개척하고 싶은 것인지는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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