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도 거스르는 사과의 생명력, 뉴턴이 답할 수 있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어령 박사의 신작 「생명이 자본이다」

▲양화진문화원에서 강연 중인 이어령 박사.
▲양화진문화원에서 강연 중인 이어령 박사.

생명이 자본이다
이어령 | 마로니에북스 | 376쪽 | 15,000원

<생명이 자본이다(마로니에북스)>에서 이어령 박사(81)는, 지난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산업·금융 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지난 몇 년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주창했던 ‘생명자본주의(The Vital Capitalism)’에 대해 쉽게 정리하고 있다.

이 박사는 ‘생명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50년 전 셋방살이 시절 연탄 불이 꺼져 물이 얼어버린 작은 어항 속 금붕어 세 마리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신혼부부 시절 궁벽한 살림 속에서도 어항을 사 그곳에 채워놓은 생명, 죽어가는 그것과 눈이 마주친 후 ‘천천히 서두르며’ 뜨거운 물을 쏟아붓고, 그들이 비로소 숨을 몰아쉴 때의 강렬했던 경험들 말이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음과 생이 이마받이를 하는 전율의 순간, 추위를 밀어내면서 잠시 아주 잠시 동안 나는 어항인지 모태인지 모를 따뜻하고 조용한 공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슬프기까지 한 그곳은 이미 10제곱미터의 단칸 셋방이 아니었다. 금붕어의 어항이 그것들이 태어난 강물과 바다로 이어지면서 지구 크기의 생명권(生命圈)으로 번져나간다(21쪽).”

살얼음 속에서 건져낸,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금붕어’ 세 마리의 기억은 4백 페이지 가까운 책 전체를 관통해 흐를 뿐 아니라, ‘희랍 설화에서 유튜브까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각종 용어와 이야기와 만나고, 정치와 경제와 과학과 인문을 넘나들며 그의 말처럼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은 ‘금붕어 유레카’를 통해, 그는 ‘돈을 위한 돈에 의한 돈의, 물질을 위한 물질에 의한 물질의 자본주의’를 ‘생명을 위한 생명에 의한 생명의, 사랑을 위한 사랑에 의한 사랑의 자본주의’로 탈구축하자고 주장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내기 전 왜 <도덕 감정론>을 썼으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부르짖던 마이클 샌델이 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을 설명해낸 뉴턴조차 답하지 못했던, 높은 가지에 올라가 익어가는 사과의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랑은 쟁취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생명의 한 본성으로서 우리에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대한 사랑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사랑은 늘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생명이므로, 또한 남을 살리고 나를 살리는 원동력이므로, 사랑으로 나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유레카인 것이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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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박사는 이 책에 대해 “생명자본주의의 본격적인 연구물 출간에 앞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 출판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생명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의 시작’을 알리는 ‘서론’과도 같은 책인 것. “이 책은 책이 아니라 한 장의 지도다. 암초가 있는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하고 미역과 성게들이 어느 바위를 찾아가는 비밀 지도다. 그 바위의 은밀한 곳에 큰 전복이 하나 있다. 여태껏 아무도 따지 못한 환상적인 생명의 전복이다(4쪽).”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 그가 내놓을 현 자본주의에 대한 ‘처방전’이 기대된다. 다른 언어와 방식과 근거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배웠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고 믿는 이들이라면, 이 박사의 주장을 아마도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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