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룟 유다는 대체 왜 그랬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 요한복음 강해 50] 배신자 유다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요한복음 18장에는 유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12명 중 한 명으로, 예수를 죽이려 집요하게 찾고 있던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를 배반하고 팔아버렸다. 주님을 따랐던 나머지 11제자는 주님의 기도에 따라 참 하나를 이루었고, 그들의 목숨을 다하기까지 주님을 따랐다. 그러나 그들 중 하나는 마귀에게 속하여 철저히 예수를 부인하였다. 신약의 참된 사역은 이렇게 생명과 사망, 어두움과 빛을 완전하게 나눈다. 바울이 가는 곳에도 생명을 얻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사망에 이르는 무리가 있었던 것과 같다(고후 2:15-16). 이는 그의 사역이 순전하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고후 2:17).

여러분은 ‘예수가 이 땅에 오셨을 당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처럼 우리도 그분과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분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함께 지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물론 그것은 그야말로 가장 큰 특권일 것이다. 하나님 아들이 이 땅에 오셨을 때 가까이에서 대하며 제자로 뽑혀 3년 동안 함께 생활하는 것보다 큰 특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다를 생각해볼 때,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해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제자들 중 한 사람은 멸망의 자식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인간으로서 얻기 어려운 고귀한 특권을 한번에 상실하고 세세토록 배신자의 대명사인 가룟 유다로 기억된 것이다.

나는 대학 시절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커 활동이 많았다. 당시 정보부 실력자였던 선배 한 분이 나에게 한 가지 말해주고 싶다면서, 일생을 살면서 절대 배신하는 길은 가지 말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것은 가파른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후배에게 한 마디 주고 싶은 가르침이었는데, 내 마음에 깊이 새겼다. 인생을 살다 여러 잘못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이라고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그중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배신이다. 하지만 사람이 배신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기와 조건이 있다. 상황이 생기고 조건이 성립되면 배신한다.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는 요소가 잠재해 있다. ‘나는 아니다’ 하지 말라. 성경 말씀에서도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했다.

5절 하반에는 “유다도 저희와 함께 있더라”고 했고 3절에도 “유다가 군대와 및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하속들을 데리고”라 되어 있다. 그 배신의 일에 있어 유다가 주동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을 3년 반이나 따라다닌 제자가, 예수를 잡아 죽이려는 대열 속에 끼어 그 일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우리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배신의 원인

1. 이생의 삶을 사랑함

유다가 배신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는 돈 때문이다. 그는 열두 제자 중 금전을 맡은 사람이었다. 또 돈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마리아가 향유 옥합을 깨서 주님의 발에 부을 때도 그는 돈 계산부터 했다. ‘이렇게 귀한 향유를 깨서 왜 허비하는가, 팔면 삼백 데나리온을 받아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라고 했다. 이처럼 유다는 재리(財利)에 밝은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배신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이생의 삶을 중요시하고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자신의 권위자나 지금까지 도움을 베푼 자라 할지라도 그를 해하고 넘어뜨리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을 때는 가차 없이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 했던 것이다. 유다 속 배신의 뿌리는 이생의 삶을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일을 사람보다 더 사랑하며 자신의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가차 없이 끊어버리고 배신의 길을 가게 된다. 나는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 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 사람의 존재가 바뀌지 않는 한 배신의 기질은 우리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돈도 벌지 말고 직장도 갖지 말고 하나님만 섬겨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하나님을 섬겨야 하지만 성도들은 마땅히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또 너희에게 명한 것 같이 종용하여 자기 일을 하고 너희 손으로 일하기를 힘쓰라 이는 외인을 대하여 단정히 행하고 또한 아무 궁핍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살전 4:11-12)”고 했다.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궁핍하지 않다. 여러분은 부지런히 일해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돈을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차이가 있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후 6:7-9)”.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고 부자가 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다단계를 찾고 여기저기 다니는데 결과적으로 시험에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아주 어려운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게 된다.

이어지는 10절은 이렇게 말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이런 말씀은 틀림없이 정신없이 돈을 좇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적용된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의 장로들 앞에서 ‘내가 아무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않았고 열심히 일했다(행 20:33-35)’고 말했다. 이는 바울의 간증이다. 열심히 일해서 대가를 받는 것은 좋지만, 남의 돈을 가지려 하거나 불로소득을 원하는 것은 도둑의 마음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아무의 은이나 의복을 탐하지 않는 정신이 좋은 것이다.

바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 중에도 다른 사람들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이나 물질을 탐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희 아는 바에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의 쓰는 것을 당하여(행 20:34)”. 바울이 보여준 손은 어떤 손이었을까? 장막을 만드는 손이었다. 당시 장막을 만들려면 많은 염색제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 손은 분명 일한 흔적들로 거칠어지고 염색제로 인해서 많이 상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손을 들면서 그는 말했을 것이다. ‘이 손을 보라. 이 손으로 나는 나와 내 동행의 쓰는 것을 충당했다.’

바울은 그렇게 일함으로 자신 뿐 아니라 동행들의 필요도 충당했다. 이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의 자세일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범사에 너희에게 모본을 보였노니 곧 이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35절)”. 그리스도인은 수고하여 물질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도우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겨야 한다. 가장 좋은 그리스도인은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발생시키고 선한 일을 하며 여기저기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을 채워 주는 사람이다.

만일 유다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주님을 배신했겠는가? 그는 불로소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3년 반 이상을 데리고 다니시면서 책임져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시고 도와주시고 감싸주신 선생을 은 30이라는 대가를 받고 팔 수 있는가! 그 은 30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다. 이 노력과 수고없이 얻으려는 정신, 쉽게 살고 싶은 정신, 돈을 사랑하는 정신, 부하려 하는 마음이 곧 배신을 하게 만든 마음이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깨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배신할 이유가 없다. 결국 무능하고 수고하기 싫어하며 자기 손으로 가정경제를 일으킬 수 없는 사람이 배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다. 소위 기독교의 일을 하며, 사람들을 모아 설교를 하며 쉽게 배를 채우려하는 사람이 배신의 길로 빠져가는 것이다.

2. 혼자 있는 기질

둘째로는 유다의 기질이다. 성경을 읽을 때,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하지 않고 홀로 행동하는 기질이 있었다. 혼자 돈을 관리하고 혼자 쓰고 혼자 생각하고 홀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었다. 음흉하게 혼자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배신하기 쉽다. 성품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모든 일에 공개적이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비교적 위험성이 적다. 어떤 일을 할 때 보면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다. 혼자 떨어져 다니는 사람은 성격상 좋지 않다. 따라서 가정에서나 형제들과 늘 함께하는 사람의 성품이 좋다. 부모와, 형제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늘 함께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생각이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좋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홀로 있도록 지음받은 피조물이 아니라 함께하도록 지어졌다. 정상적인 사람은 여러 사람과 마음과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은 위험성이 훨씬 적다. 혼자 있다 보면 사람들과 달라지고 혼자만의 아주 독특한 생각을 강하게 붙잡게 되고 또 그에 따란 유별난 행동을 하게 된다.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권면하는가?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다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전 1:10)”. 같은 마음과 뜻으로 합하라고 했다. ‘합하다’의 헬라어 원문을 ‘조율하라(attune)’로 번역한 성경도 있다. 피아노를 조율한다고 할 때의 그 단어이다.

음계는 ‘tune’이라고 한다. 조율은 음을 서로 맞추는 것을 말한다. 한 형제가 도를 치면 다른 형제는 미를 치고 또 다른 자매는 솔을 치면 ‘도미솔’이라는 화음을 이룬다. 이처럼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조율하며 어울릴 때 우리는 한 목소리를 내고 서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되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살기를 힘쓰는 사람들로부터는 유별나게 배신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분은 이런 성품을 배양하기 바란다.

빌립보서 2장 2절에도 “마음을 같이 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런 말씀들이 성경 여러 군데에 나온다.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라’, ‘한 마음을 품으라’고 성경은 권면하고 있다. 좋은 그리스도인은 이런 성도들이다. 늘 성도들과 함께하고 마음과 생각을 공유하고 조율하며 그 가운데 내가 좀 더 섬기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살 때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대못을 박는 일은 하지 않게 된다.

3. 일을 좋아하는 기질

사람마다 기질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특히 일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본인의 일에 방해가 되고 어려움이 된다 싶으면 배신한다. 일하는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성공을 원하게 된다. 자기를 따르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배신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보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배신을 피하기 어렵다. 유다는 옥합을 깨 향유를 부은 마리아를 핀잔하면서, 그 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4. 교만한 사람

지식이 많고 교만함이 또한 배신의 기본이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배신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으로 가득한 사람이 배신하는 것이다. 실력은 없지만 의욕이 있고 야심이 가득한 사람이 배신한다.

5. 무능한 사람

야심이 있고 교만하며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능력이 있으면 배신의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거기에 능력이 결여되면 배신하게 된다. 즉 야심이 있고 무능한 사람,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배신하는 법이다.

6. 지위감이 있는 사람

천사장도 지위가 없었다면 배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로부터 배신은 가까운 자에게서 나타난다고 했다. 자신의 보좌를 조금만 더 높이면 하나님의 아들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마귀는 배역을 했다(사 14장 참조). 지위감이 있는 사람은 배신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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