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미스 사이공’ 호평 이어진 작품
안녕하세요. 서경석 목사입니다. 지난주에 정성산 감독이 저를 찾아와, 자기가 <요덕스토리>에 이어 <평양마리아>라는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작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데, 세월호 사건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너무 어려우니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일요일 서울조선족교회 교인 30명과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저는 교인들에게 ‘뮤지컬을 본 후 감동이 있으면 성금을 모아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공연 후 교인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뮤지컬을 관람한 동포들이 1만원에서 5만원의 성금을 모았습니다. “5만원은 너무 많지 않아요?” “아니, 그 만한 가치가 있어요.” 조선족 교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공연 후에는 출연자들과 사진 찍느라 난리였습니다.
나는 정성산 감독에게 <평양마리아>가 실화인지 물었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정성산 감독이 들려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7년 뮤지컬 <요덕스토리> 공연이 한창일 때, 정 감독은 연길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탈북 여성 정리화(본명 김영숙) 씨가 정 감독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친해졌을 즈음, 정리화 씨는 감독에게 돈을 보낼 테니 중국에서 고생하는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꼭 작품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8백만원(중국돈 5만위안)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정리화 씨의 스토리가 궁금했습니다.
정리화 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소학교(초등학교) 선생님을 했습니다. 그러다 ‘고난의 행군’ 시 남조선 노래를 들었다는 이유로 신의주로 강제 추방되었습니다. 그 후 쌍둥이 아기들이 굶어죽자, 결핵에 걸린 남편이라도 살리려 중국으로 탈북합니다. 그러다 중국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혀, 나이 많은 한족에게 강제로 팔려갑니다. 간신히 탈출하여 일하게 된 곳이 술집이었습니다. 정리화 씨가 어찌나 미인이었던지, 중국 공안들도 그녀를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었답니다. 그때 정리화 씨는 많은 돈을 벌었고, 후에는 중국 당 간부의 정부(情婦)로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정리화를 빼앗긴 중국 공안의 밀고로 체포되어 강제북송되었는데, 다행히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북한 보위부원들을 매수해 빠져 나왔습니다.
그 사이 남편은 사망하고 정리화 씨는 다시 중국으로 탈북, 나이 든 중국인의 집에 찾아가 몸을 파는 ‘콜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임신을 합니다. 이후 창녀의 삶을 정리하고 아기를 낳아 어머니가 되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다시 북한 체포조에 붙잡혀, 매를 맞아 뱃속 아기가 유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자살하려고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졌는데, 죽지 않았습니다. 이후 정리화 씨는 연길의 한 작은 기도원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과 만났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 감독이 정리화 씨를 알게 된 때도 이때 쯤이었습니다.
정 감독은 정리화 씨를 한국에 오게 하려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정 씨가 탈북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슬프고 서러운 이야기들을 전부 들었습니다. 정 감독은 2009년 정리화 씨가 들려준 이야기를 중심으로 <평양마리아>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시나리오 완성을 정 씨에게 알리려 애썼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2010년 11월이 돼서야 한 탈북 여성으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연길 기도원에서 하나님을 만나 성경 외우는 재미를 느끼며 언젠가는 가게 될 한국을 꿈꾸던 정리화 씨는, 북한 체포조에 의해 기도원이 발각되자 훈춘으로 옮겨 한국행을 준비하다, 갑자기 갖고 있던 돈으로 전부 미원과 설탕, 담뱃가루를 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경책을 찢어 그 종이로 미원과 설탕, 담배가루를 포장해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신의주 장마당과 평양을 오가며 장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중국을 몇 번 더 다니며 성경책 장사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체포되어 평안남도 승호리 종교수용소(하나님을 믿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의 수용소)에 갇혔습니다. 정리화 씨는 수용소 안에서도 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그녀를 나무에 매달고 “하나님이 없다고 하라!”고 강요할 때마다 정리화 씨는 성경말씀을 외쳤고, 그때마다 보위부는 고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일 후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습니다.
정 감독은 정리화 씨에 대한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양마리아> 시나리오는 정 감독 책상 서랍에 4년간 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북한 김정은이 북한 사람 40명을 공개처형했는데, 제일 먼저 처형된 사람이 성경 소지자와 기독교 전도자였다는 소식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정 감독은 정리화 씨의 꿈을 꾸었습니다. 정 감독은 벌떡 일어나 <평양마리아> 대본을 꺼내들고 펑펑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리화 씨가 보내준 중국돈 5만위안을 떠올리고는 ‘참회의 마음으로’ 뮤지컬 <평양마리아>를 만들어 2014년 4월 15일(김일성 생일) 대학로에 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줄거리는 정리화 씨 이야기와 똑같진 않지만, 지금도 북한과 중국 땅 여기저기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입니다.
2014년 4월 15일 무대에 오른 <평양마리아>는, 바로 다음날 세월호 참사라는 비보에 좌초되었습니다. 두 달 동안 홍보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극단적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세월호의 충격이 너무 커, 아예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평양마리아>는 오는 9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평일에는 저녁 8시, 토요일에는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공연합니다. 월요일에는 쉽니다. 서울조선족교회처럼 주일에 교인들이 함께 가서 보면 좋겠습니다. 관람료는 1인당 5만원이지만, 서경석 목사의 소개가 있었다고 하면 무조건 3만원으로 내려갑니다. 단체관람이면 더 깎을 수 있습니다. 연락은 문화 품앗이운동(070-8784-2236)으로 하면 됩니다.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정말 손색 없는 작품입니다. 특히 대학생 및 가족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좋습니다. 앞으로 선진화시민행동은 정성산감독을 돕기 위해 문화 품앗이운동을 함께하기로 했으며, 수익금 중 일부는 북한인권과 탈북민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문화운동을 통해 통일운동과 애국운동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정성산 감독에게 힘을 보태 주시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