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신학 칼럼 9] 손기철의 치유사역에 대한 성찰 (III)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그의 치유(治癒)보편주의는 비성경적이다

▲김영한(샬롬나비 회장/기독교학술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샬롬나비 회장/기독교학술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머리말

손 장로를 비롯한 은사주의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들이 받은 몇 가지 은사를 절대화하려는 경향성이다. 성령론에 있어서는 크게 이렇다 할 흠을 잡을 수 없는 손 장로는, 그의 치유사역론에 있어서는 성경이 말하는 한도를 넘어서서 말하려는 열광주의적 면이 드러나면서 우려스럽게 보인다.

손기철의 치유사역론에 있어서 우려스러운 것은, 모든 질병이 치유된다는 치유보편주의(healing universalism)다. 이 주장에 의하면 하나님은 치유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모든 질병을 치유해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유사역론에 있어서 그는 모든 질병 치유론을 말함으로써,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에게 나가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질병을 치유해 주신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치유(治癒)받기 원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격려와 소망을 주는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 이 치유보편주의는 보기에는 매우 신앙적이고 그럴 듯하나, 이것은 치유사역을 위한 하나의 슬로건이지 성경의 뒷받침을 받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모든 질병을 치유하실 수 있으시다는 것과, 모든 질병을 고친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1. 모든 질병 치유론: 불치유(不治愈)에 대한 설명 부재

손기철은 사도 시대 이후에는 은사나 기적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하는 은사중지론에 반대하면서, 하나님께서는 오늘날에도 치유하시며 모든 사람을 치유하시기 원하신다고 주장한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233, 237.). 그는 모든 질병 치유의 근거가 예수님의 대속에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이사야 53장 5절과 마태복음 8장 16-17절에 근거하여, 예수님께서 우리 질병을 짊어지셨음을 강조한다[손기철, 『치유기도』 초판 18쇄 (서울: 규장, 2010) 23-24.]. 그는 신체 질병 치유가 영혼의 구원과 같은 정도로 보지는 않지만, 신체 질병 치유가 믿는 자의 특권이라고 본다. 그는 “우리를 치유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에 의하면 치유받지 못하는 이는 의심과 불신앙으로 예수님 앞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 뿐이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238.). 존 윔버의 치유사역에서도 진정하게 치유받은 자들이 25% 정도에 불과함을 인정하였다고 한다. 그것도 신경성 질병이거나 소화기 계통의 병들이 많았다고 한다. 손기철의 치유사역에서 모든 자가 다 치유받지 못할 뿐 아니라, 상당수가 간절히 치유받기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치유받지 못한 자들이 있다. 그의 모든 질병 치유론은 이러한 치유받기를 원하는 자들이 치유받지 못한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그가 주장하는 모든 질병치유론이 그의 치유사역에는 도움이 되는 교리일지는 모르나 이는 성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황성철, “손기철 장로의 ‘왕의 기도’에 대한 개혁신학적 비평”, 총회신학부 편, 『바른 영성에 대한 개혁주의 신학적 조망』 (서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신학부, 2011), 331 이하]. 하나님께서는 모든 질병을 낫게 하실 수 있으나, 모든 질병의 치유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근거를 사도 바울의 육신의 가시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손기철은 사도 바울의 육체의 가시(고후 12:7-9)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도 바울이 육체의 가시에서 고침을 받지 못한 것은 바울의 불신앙에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바울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고후 12:9a). 그러므로 바울은 자신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고자” 하였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b).

고치지 못한 질병조차도 하나님의 은혜와 뜻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치유사역에서도 모든 병자들이 치유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는 예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그의 겸허한 은폐성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기인하는 것이다. 모든 질병이 고침을 받도록 하는 것은 영광과 번영의 신학이다. 하나님은 비록 치유사역자들을 사용하시나 모든 질병을 낫도록 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신의 영광을 은폐하시는 십자가의 모습 속에 계시는 것이다.

2. 손기철의 하나님 나라론은 미래적 실현을 거부하는 현재적 심령왕국론

손기철 치유 신학의 기초가 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하나님 나라 신학이다. 이는 예수의 선포,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에 근거한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하나님의 영광이 이 땅에 임한다는 것이요, 왕이신 하나님의 주권이 이 땅에 나타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17.). 그런데 손기철은 하나님 나라를 우리가 죽은 후에 영혼이 찾아가는 저 세상적인 실체로 보거나, 미래에 있을 주님의 재림에 의해서 비로소 실현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이 하늘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심령에도 찾아오시며, 그분이 계신 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라고 한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예수의 오심과 성령의 사역에 의해서 “이미” 성취된 것이요, 저 하늘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이라고 하는 점을 강조한다.

손기철은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려는 정신을 “킹덤 멘털리티(kingdom mentality)”라고 부른다. 이것은 “이 땅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관점이 아니라 (죄인이 의인이 되려고 애쓰는) 하나님 나라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는 관점(의인이 주의 뜻을 이루려는 관점)”이라고 한다. 그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충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117.). 이는 영국의 신약학자 다드(C. H. Dodd)의 실현된 종말론이며, 미래적 종말론을 도외시하는 일면적인 주장이다.

이 면에 있어서 손기철은 존 윔버와 피터 와그너의 현재적 하나님 나라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치유사역 초창기 사역에서 존 윔버의 치유사역 경험담을 읽으면서 교훈을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존 윔버(John Wimber) 목사님의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존 윔버 목사님은 풀러신학교에서 피터 와그너(Peter Wagner) 목사님과 함께 치유과목을 처음으로 가르치신 분입니다. 그분의 책 『능력치유』를 보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치유하기를 사모하여 성도들에게 기도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목사님이 한 번, 두 번 기도를 반복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거의 10개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 그런데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자매가 정말 치유된 것입니다. 그 후 존 윔버 목사님은 세계적인 성령 사역자가 되었습니다. 아마 이 대목을 스무 번을 읽었을 것입니다. 기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손기철, 『고맙습니다 성령님』, 137-8.).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성경적 하나님 나라는 손기철이 강조하는 현재적 나라라기보다는 종말론적 미래적 하나님 나라다.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는 나의 심령 속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는 다가오는 미래적 종말론의 선수금일 뿐이다. 이러한 미래적 하나님 왕국이 손기철의 왕의 기도론에서는 결여되어 있다. 손기철의 하나님 나라론에는 이미(already) 실현된 하나님 나라만 언급되고 있으며, 아직도 도래하지 않은(not yet) 미래적 하나님 나라는 간과되고 있다.

3. 지상에서 구현될 미래적 하나님 나라 거부하고 현재적 하나님 나라만 강조

손기철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이 땅에서 승리하기 원하면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87, 304 이하.).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면 하나님 나라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 안에 하나님을 초청하고, 우리 자신부터 하나님 나라가 되어야 하며, 성령충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다음 우리가 밟은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시키면, 그 때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것이다(손기철, 『고맙습니다 성령님』, 126.). 더 나아가 그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가는 곳마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입술의 선포로 이 땅에 이루어진다”고 한다(손기철, 『기름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 개정판, 87.). 먼저 이렇게 하나님 나라가 도래해야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왕의 선포는 “조계사 땅밟기”를 유발시키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기독교인의 무례함으로 비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과연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가 입술로 선포하면 비로소 임하는 것일까? 그가 말하는 왕의 기도의 방식으로 선포하면 그 순간 하나님의 나라는 임하는가? 객관적으로 이미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를 우리의 입술의 선포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현재적 하나님 나라론은, 그가 영향을 받은 신사도운동의 피터 와그너의 현재적 하나님 왕국론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에 반하여 미국 풀러신대의 신약학자 조지 래드(George Ladd)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더불어 미래성도 강조하고 있다. 개혁신학의 전통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더불어 미래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4. 공동체적 사회적 치유 간과

손기철은 하나님 나라를 장소적인 개념보다는 하나님의 통치 개념으로 이해하고, 하나님의 통치는 그 무엇보다도 병자들의 치유로 드러난다고 본다. 하나님 나라에는 질병으로 고통하는 자들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기철은 병자들의 치유와 귀신을 추방하는 일 등을 하나님 나라의 도래의 표징으로 여김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단지 질병 치유와 귀신 추방에 한정하여 좁게 이해하고 있다.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는 단지 신체적인 영적 치유만이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영혼 구원과 질병 치유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가 새롭게 되는 것을 말한다.

나라라는 것은 한 개인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의 공동체와 사회로 구성된다. 그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라면 그 나라는 당연히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나라가 되어야 마땅하다. 가난한 자들과 소외받고 억압받는 자들이 사회적 부조리한 구조에서 해방받아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으로 불의한 구조가 새롭게 변혁되어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그는 언급하지 않는다.

맺음말

치유보편주의는 모든 질병 치유론을 앞세워 치유사역자의 전능사역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물론 치유사역자는 하나님이 낫게 해주시며 자신은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치유는 사역자를 질병 치유의 통로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유사역자가 모든 질병을 가진 환자들 앞에서는 마치 전능하신 하나님의 치유기계로 부각될 수 있다. 그리고 질병 치유의 결과는 하나님 자신보다는 결국 치유사역자의 자기 영광으로 돌아갈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질병 치유론에 의하면 하나님은 모든 질병을 고치는 분이기 때문에, 치유기도를 받는 자가 나음을 받지 못할 때 이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의 불신앙과 기도의 부족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경우 치유사역자는 하나님의 영광만을 선포함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감추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영광의 하나님만을 강조하고 십자가의 하나님은 지나쳐 버린다. 이는 그가 비록 하나님이 모든 자를 고치시는 분이시기는 하나, 어떤 경우에는 고치지 않으시는 숨어계시는 하나님의 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역자 자신이 자기가 고칠 수 없는 인간적 한계를 인정하려는 겸허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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