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임이나 단체들 중에서 기독교의 교회만큼 귀중하고 아름답고 복된 곳은 없다고 하겠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완전한 교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성부 하나님의 눈과 귀와 마음이 항상 향하시는 ‘하나님의 집’이고(대하 7:15-16, 시 65:4), 성자 예수님께서 피를 흘려서 세우신 ‘예수님의 몸’이며(행 20:28, 엡 1:23), 성령님이 강림하여 거하시는 ‘성령의 전’이기(행 2:1-4, 고전 6:19) 때문에, 그만큼 귀중하고 아름답고 복된 곳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하겠다. 바울은 주님 사랑과 교회 사랑으로 온 몸을 불사른 사도였는데, 그는 교회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다.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봉사 위에 내가 나를 관제로 드릴찌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빌 2:17).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의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살전 2:19-20). “내가 너희 영혼을 위하여 크게 기뻐함으로 재물을 허비하고 또 내 자신까지 허비하리니 너희를 더욱 사랑할수록 나는 덜 사랑을 받겠느냐”(고후 12: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들은 조만간 세속화되고 인간화되어 타락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에 있던 일곱 교회들 중에서 주님께 책망을 듣지 않은 교회는 두 교회밖에 없었다. 2천여 년 동안의 교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교회가 순수성과 거룩성을 40여 년 또는 80여 년 이상 유지한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교회를 교회답게 하려는 “회개운동”과 “부흥운동”과 “개혁운동” “갱신운동”이 계속해서 일어나야만 했고, “핍박”과 “환난”의 “채찍”이 계속해서 주어져야만 했다. 구약 시대에는 사사들과 선지자들의 “외침”과 함께 제물 되는 삶과 “죽음”이 필요했고, 70여 년 동안의 포로 생활의 “채찍”이 필요했다. 신약 시대와 교회사 시대에는 사도들과 순교자들의 “외침”과 함께 제물 되는 삶과 “죽음”이 필요했고, “핍박”과 “환난”의 “채찍”이 계속해서 주어져야만 했다.
지금 한국교회는 지난 50여 년 동안 평안의 시대를 지내오면서 ‘양적 성장’에 치우치고 ‘세속화’와 ‘인간화’와 ‘분열’로 치닫게 되면서 교회의 순수한 영성과 윤리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상실하게 되었다.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여기저기서 외치게 되었다.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무엇을 개혁하고 갱신하여야 할 것인가? 우리는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외칠 자격이 전혀 없지만,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염원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의 모토를 계속해서, 그리고 새롭게 외쳐야 할 것이다. “오직”이란 말에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모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개혁자들이 “항상 개혁”을 강조했는데, 우리는 “항상”, 아니 “매일” “개혁”과 “갱신”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그러면서 우리는 사도 바울이 처절하게 추구했던, 그리고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처절하게 추구했던, “십자가 복음”의 “영성”과 “윤리성”을 우리 몸에 지니면서 우리 자신들과 한국교회를 “개혁”하고 “갱신”하는 제물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몸과 영혼에는 하나님과 사람들에게서 버림을 받는 극치의 “가난”과 “고난”과 “약함”과 “어리석음”과 “슬픔”과 “아픔”과 “저주”와 “죽음”의 “영성”이 나타나 있었고, 저주받아 마땅한 모든 죄인들에 대한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의 “윤리성”이 나타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유익하던 것들을 모두 배설물로 여기면서, 로마의 웅변술과 헬라의 지혜까지 버리면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고 한 사도 바울의 고백에도 “가난”과 “고난”과 “약함”과 “어리석음”과 “슬픔”과 “아픔”과 “저주”와 “죽음”이 나타나 있었고, 모든 죄인들을 향한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이 나타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속화’와 ‘인간화’와 ‘분열’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들이 힘써서 “개혁”하고 “갱신”하여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세상과 자신과 돈과 쾌락과 명예를 사랑하던 모든 죄를 처절하게 “회개”하며 “가난”과 “고난”과 “약함”과 “슬픔”과 “아픔”을 몸에 지니려는 “개혁”과 “갱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난을 싫어하지만, 예수님은 부요하신 분으로 우리들을 위해서 일부러 가난해 지셨고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라고 말씀했기 때문이고,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모두 가난을 몸에 지니고 청빈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힘써서 하야야 할 일은, 세상과 자신과 돈과 쾌락과 명예를 사랑하던 모든 죄를 처절하게 “회개”하고 “가난”과 “고난”과 “약함”과 “슬픔”과 “아픔”을 몸에 지니려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기도”와 “예배”에 전력을 다하려는 “개혁”과 “갱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과 신앙의 선배들을 따라서 새벽기도에 전력을 다하고, 예수님과 사도 바울과 신앙의 선배들을 따라서 주일을 종일 거룩하게 지키면서, 예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기도하시더니”(막 1:35). “안식 후 첫날에 바울이 강론할 쌔 밤 중까지 계속하매”(행 20:7).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이 옥중에서 가족들과 성도들에게 편지하며 부탁한 것이, 바로 새벽기도를 빠지지 말고 주일성수를 바로 하라는 것이었다. “새벽기도”와 “주일예배”의 개혁과 갱신이 없이는 한국교회의 개혁이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로, 모든 사람들을 향한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을 몸에 지니려는 “개혁”과 “갱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성품과 사역이 바로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의 성품이고 사역이기 때문이다. 스데반과 사도 바울의 삶과 죽음에 나타난 것도, 토마스 선교사와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의 삶과 죽음에 나타난 것도, 결국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결한 교회는 교회가 아니고, 사랑을 결한 예배는 예배가 아니고, 사랑을 결한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는 로마 군인들에게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을 지니고 기도하신, 주님의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닮도록 하는 것이 무척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눅 23:24).
넷째로, 모두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면서 살고자 하는 “개혁”과 “갱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복음의 알파와 오메가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이기 때문이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모두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시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교회들 간에 그리고 신자들 간에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해”와 “평화”와 “통일”은 진리의 깃발을 휘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양보와 착함과 선행의 마음과 행실로 이루어진다. 의인의식이 아닌 죄인의식을 지닐 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성 프란시스와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사신 분들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들을 용서하시고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주님보다, 주님의 교회보다, 가난하고 병든 자들보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들보다, 세상과 자신과 돈과 쾌락과 명예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게 하시고, 주님 닮은 “가난”과 “고난”과 “약함”과 “슬픔”과 “아픔”의 삶을 조금이라도 살게 하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바리새인의 의인의식을 지니고 모두를 증오하고 정죄하면서 분열과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들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게 하시고, 주님 닮은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을 몸에 지니고 모두를 사랑하게 하시고, 모두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면서 아름답게 살게 하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교회다운 교회로 개혁되고 갱신되게 하시옵소서! 길선주 목사님, 이기풍 목사님, 최권능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께서 지니셨던, 십자가의 영성과 윤리성을 지니고 주님과 주님의 교회를 생명을 다 바쳐 섬기며 살다가 죽게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