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제3차 임시총회 보고서에서 ‘포용’ 강조
로마 가톨릭 사제들이 동성커플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14일(이하 현지시각) “동성애자들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이 전향한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의 3차 임시총회에서, 참석한 200여명의 주교들이 가톨릭 교회가 당면한 이슈들을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는 변화하는 가정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가톨릭 교리를 어떻게 더 잘 소통할 것인지도 포함돼 있다.
비공개 회의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교들은 “동성애자들에게도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은사(Gift)와 자질(Qualities)’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이미 동성애자들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는 가톨릭 교회가 있다면, ‘가정과 결혼’에 대한 가톨릭 교리와의 타협 없이 그들의 성적인 정체성을 인정하고 가치를 소중히 여겨 달라”고 요청했다.
주교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 간의 결합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이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지지를 만들어내는 관계가 성립된 경우도 많이 있으며, 이것 역시 매우 귀중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의에 참석한 주교 중에서는 “동성애자를 ‘본질적인 장애’라는 말로 비하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질적인 장애’는 이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썼던 표현이다.
이들은 그러나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정의 변경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가톨릭의 기존 원칙’에 완전히 반하는 내용은 없으나, 다른 교황 체제 하에서 나온 어떤 문서보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덜 비판적인 동시에 적극적인 용납을 주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가톨릭과 복음주의자들은 “동성애 이슈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에서 큰 변화가 감지된다”고, 일부 진보적 언론은 “가톨릭이 동성결혼을 수용하기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워드온파이어 가톨릭미니스트리스(Word on Fire Catholic Ministries) 설립자인 로버트 바론(Robert Barron) 신부는 최근 게재한 글에서 “주교회의의 중간보고서는 소시지 만들기(sausage-making)의 초기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2주간 회의 일정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1년 동안 주교회의가 찾고자 하는 바가 더욱 정제되고, 논의되고, 분명해질 것이다. 그 뒤, 가정에 대한 일반 주교회의가 열릴 것이다(지금의 총회는 임시총회다). 그리고 더욱 많은 토론이 이뤄지고, 결국 몇 달이나 아마도 1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 교황은 주교회의에 대한 평가에서 전체 과정을 요약하고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난 제안한다. 식용 소시지를 닮은 무엇인가가 우리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 모두는 인내하면서 불평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미국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인 러셀 무어(Russell Moore)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우리는 이 보고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주교회의가 성(sexuality)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톨릭적 접근을 유지한 채, 동거 중인 동성애자 및 동성커플 등에 대한 보다 ‘목회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개신교 신자들인 우리들에게 이러한 모든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마틴 루터가 그러했듯이, 교황과 의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다른 것들과 종종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아직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예수회 소속 작가인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목사는 “이는 교회가 동성애자들에 대해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멋진 변화”라면서 “주교 총회는 분명히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복합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경험을 듣고 있으며, 예수께서 그러하셨듯이 그들에게 자비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바티칸이 출간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는 “동성애자들의 결합과 관련해, 주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이,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비슷한 방식이거나 심지어 원격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절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의하면,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남성들과 여성들을 반드시 존중과 애정과 민감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과 관련된 정의롭지 못하고 차별적인 표현들은, 그 무엇이라도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주 있었던 가정 분과 회의 도중, 한 동성결혼 커플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제들에게 “동성결혼 커플도 전도의 한 모델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시드니의 론과 바미스 피롤라 커플은 “교회는 자비와 긍휼을 표현하면서, 진리를 수호해야 하는 긴장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같이 요청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참석한 주교들은 19일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