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음주의 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10가지 제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명수 교수의 ‘한국교회의 연합운동과 복음주의(3)’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한기총 이영훈 목사의 제20대 대표회장 취임과 한목협의 ‘교단장협의회’ 재발족 움직임으로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본지는 2014년 3월 20일, 한기총에서 주최한 한국교회연합운동 토론회에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발표한 ‘복음주의적 연합운동 방안’ 원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국교회 복음주의 연합운동의 방향

현재 한국교회 내에서 진보주의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진보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실질적 동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한국 복음주의는 새로운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과거 한기총이 복음주의라는 기치 아래 보수주의 교단들을 연합하여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관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진행된다면, 한국교회의 보수/복음주의는 분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다시 한국교회가 복음주의의 기치 아래 연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것을 위해 다음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복음주의 신앙과 신학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 대다수 교회가 복음주의라면,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이런 신앙을 대변해야 한다. NCCK가 한국교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NCCK는 한국교회의 목소리보다는 진보적 세계교회의 흐름에 민감했고, 그들의 재정으로 움직였으며, 교회의 목소리보다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한국교회에 기반해야 하며, 그 신앙과 신학을 대변해야 한다.

사실 이 같은 복음주의 신앙은 초기 선교사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그 동안 진보적 목소리와 근본주의적 목소리만 강했지, 온건한 복음주의 입장은 양극에 가려 별로 들리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이런 말없는 다수의 의견을 끌어내고 결집하여, 한국교회의 진정한 대변자로 우뚝 서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의 복음주의 연합운동은 정교분리 원칙에 입각해,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역사는 국가권력에게 박해받던 시절(초대교회), 국가권력의 보호를 받던 시절(중세교회)을 거쳐, 이제는 국가권력과 분리된 정교분리의 새로운 시대(근대사회)에 이르게 되었다.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박해받는 교회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기독교 신앙이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된다. 복음주의 신앙은 국가의 힘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으로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구한말 고종이 언더우드에게 기독교를 국교로 해 주기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언더우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국가의 도움이 아니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자유”라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국가의 도움으로 기독교를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다. 정치란 무상한 것이다. 한때의 도움은 반드시 언젠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셋째,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국가를 향해 기독교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기독교 선교에 유익을 주어야 한다. NCCK는 사회정의에 대해서는 큰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한국교회의 현안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단체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종교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금 국가와 교회 사이에는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국가는 국가의 힘으로 종교의 영역을 제한하려고 한다. 여기에 대해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 종립학교에서 기독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기관들도 종교적인 성격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해외 선교사들은 종교의 차원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영사적 업무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종교기관은 특수성에 따라 독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 사적 기관과 동일하게 취급받고 있다. 정부는 전통문화·민족문화의 이름으로 다른 종교는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근대문화를 주도한 기독교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부족하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일차적인 임무는 국가기관을 향하여 한국교회를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분명한 국가관으로 대한민국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기독교는 공산주의와 싸워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주역을 담당하였다. 사실 한기총 창립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바로 국가관의 문제였다. 한국 기독교는 반공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했다. 사실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반공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보수주의는 반공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공산주의를 막는 데 기여했고, 진보주의는 그 울타리 안에서 한국 사회가 반공이라는 미명 아래 독재로 흐르는 것을 막았다. 이런 점에서 다 같이 한국사회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독재로 흐를 염려는 없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사회는 좌경화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복음주의 연합운동은 분명한 국가관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보수라는 미명 아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보수 세력이 물론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한국교회의 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 한국의 보수주의는 진정으로 보수주의의 가치, 곧 자유와 책임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보수하는 수구세력으로 비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교회 보수연합단체를 기득권 세력의 옹호자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더러운 보수가 아니라 깨끗한 보수가 필요하고, 수구보수가 아니라 개혁적 보수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우리는 기득권 세력이 보수라는 이름 아래 부정을 감추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복음주의 연합기관은 한국교회와 사회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여섯째, 한국의 복음주의적인 연합기관은 도덕적 갱신에 앞장서고, 솔선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엄청나게 높은 도덕적인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일 때문에 공직자가 인선에서 탈락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있다. 선거에서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지금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도덕성의 위기이다. 한국 사회는 결코 한국교회의 도덕이 자신들보다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 최고 지도자들의 언행이 거기에 걸맞는 것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행동은 세속인들 못지 않게 돈과 명예욕으로 점철된 것을 보면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권위를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종교의 권위는 높은 도덕에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곱째,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야겠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를 위해 다른 종교와도 공동으로 노력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다종교사회이다. 기독교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종교인들과 비교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은 그대로 다른 종교와 비교되고, 나아가 기독교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하는 방법은 온건해야 하며, 겸손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불교는 과거의 불교가 아니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되었다. 실지로 불교는 기독교에 상당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은 다른 민족종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단지 그들의 종교를 우상이라는 한 마디로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신앙적 요소 외에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료로써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덟째,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선교단체를 잘 포용해 그들로 하여금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한국에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선교단체들이 있다. 전도, 목회, 사회봉사, 사회개혁, 도덕갱신, 통일문제 등 각종 문제를 다루는 선교단체들이 있다. 이 단체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정부와 사회를 향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선교단체들이 잘 활동할 수 있다면, 개교회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을 이들을 통해 할 수 있다. 복음주의 운동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은 파라처치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단지 교파만의 연합이 아니라, 이런 선교단체들의 연합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이 점이 NCCK와 다른 점이다. NCCK는 단지 교파들의 연합체이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은 선교단체들도 회원으로 받고 있다.

아홉째,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진보적 입장에 있는 교단 내의 복음주의자들과도 교류해야 하며, 그래서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한국교회의 대부분은 복음주의자들이다. 감리회와 기장 같은 진보적 교회에도 진실한 복음주의자들이 많이 있다. 원래 미국 NAE는 개인과 단체가 다 같이 참여할 수 있었다. 진보적 교단에 있지만 복음주의적 입장을 가진 목회자들이나 교회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언젠가 복음주의 연합단체와 자신들의 교단을 묶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기총에 감리교만 가입했더라면 한기총은 실질적으로 한국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연합기관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온건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열째,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은 대형교회들로 하여금 연합기관에 참여해 책임과 의무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집단은 대형교회이다. 대형교회는 예산이나 활동에 있어 한 교단과 맞먹는 인적·재정적 자원을 갖고 있다. 사실 대형교회는 수많은 소형교회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그러므로 이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에 참여해 한국교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도 한국교회의 연합기관들은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을 보다 제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만명 이상의 신자를 갖고 있는 교회는 회원권과 함께 예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인적·재정적 자원을 확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맺는 말: 보수·복음주의 교회의 연합을 촉구하며

과거 1980년대 말부터 한국교회의 보수·복음주의 교회는 한기총을 만들어 한국의 연합사업을 주도해 왔다. 이것은 NCCK 주도의 연합운동을 넘어 한국교회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연합운동으로 발전했고, 정부에서도 그렇게 대우해 줬다. 하지만 지금 보수·복음주의 연합운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한기총은 이런 문제를 만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의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한기총이 이렇게 되었는가?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운동이 어찌 이렇게 위기에 부딪히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진지한 자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교연도 과연 한기총이 문제가 있다 해서 새로운 단체를 만든 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교회에 부딪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이렇게 분열된 상태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새롭게 탄생하려는(?) 보수주의 연합운동은, 과연 자신들이 정부나 사회를 향해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1990-2000년대 한기총이 했던 것처럼 먼저 보수·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묶고, 다음에 진보적 교단에 있는 복음주의자들과 협력해 감리교 같은 진보 교단이 여기에 조인한다면,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은 없다. 국가·타종교·사회를 상대로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한국교회의 수많은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합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겸손하게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교회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이 유익한가를 생각하는 자세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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