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회, 美 동부와 서부에서 미주노회 복구

김준형 기자  news@christianitydaily.com   |  

관계 단절 후 18년 만에… 현지 교단 지형에 변화 전망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미주 서부노회가 11월 6일(이하 현지시각) 나성열린문교회에서 복구됐다. ⓒLA=김준형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미주 서부노회가 11월 6일(이하 현지시각) 나성열린문교회에서 복구됐다. ⓒLA=김준형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백남선 목사)의 미주 노회들이 18년 만에 복구됐다. 합동총회는 143개 노회, 12,000여 교회, 3백만 성도 규모의, 한국 최대 개신교단이다. 이 교단이 미주에 노회를 다시 두게 된다는 것은, 미주 한인교계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합동총회는 1974년 제59회 총회에서 미주노회 조직을 허락했다. 총신대 출신들이 미주에서 이민목회를 하면서다. 이에 미주 동부노회에는 11개 교회 서부노회에는 15개 교회가 소속되며 미주노회가 시작됐다. 곧 1979년 제64회 총회에서는 노회를 아우르는 미주대회 조직도 허락됐다.

그러나 이후 미주대회 불법 분리 사건, 노회 내에서의 정치적 갈등, 노회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 상호 고소사건 등이 터지자, 합동총회는 1996년 제81회 총회에서 미주노회를 폐지하자는 안건을 다루게 됐다. 그러나 행정적 절차, 또 상호 관계상의 문제로 인해 폐지가 아닌 “법적·행정적 독립”, “우호관계만 유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말만 독립이었지 미주 입장에서 볼 때는 사실상 일방적인 관계 단절이었다. 미주총신대의 총회 인준도 그 당시 취소됐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일순간에 소속을 박탈당한 미주 목회자와 교회들은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1996년 10월, 가장 먼저 미주총신대의 학장 조해수 목사를 중심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모교단에 남길 원하던 이들은 21개 이상의 당회를 모아 아메리카노회를 구성한 후 합동총회에 재가입을 시도했지만, 이것조차 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어쩔 수 없이 별도로 합동 미주총회 아메리카노회를 창립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재외합동·미주합동·해외합동 등 다양한 교단이 생겨났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제99회 총회에서 미주노회들을 복구하기로 결정이 됐다. 국제화 시대에 미주 지역에 노회를 갖게 된다는 것은 교세 면에서나 선교적 측면에서나 이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지 교계, 환영과 우려 교차

한국은 그런 입장이었지만, 문제는 미주 교회들의 반응이다. 우선은 물론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목회자는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11월 6일 서부노회 복구가 선언되며 첫 노회가 열린 자리에는 목사회원 65명 중 51명, 장로회원 25명 중 21명이 참석했다. 적지 않은 수다. 그 동안 총신 출신 목회자들이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나 미국 교단인 CRC·PCA 등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과 달리 과거 미주노회에서 갈라져 나온 군소교단에 속했던 이들은 모교단에, 그것도 한국 최대의 개신교단에 소속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든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합동총회에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단절당한 후 교단을 설립해 잘 활동하고 있는데, 미주노회가 복구된다면 목회자들이 대거 빠져 나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18년이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교단이 다시 타 교단의 노회로 들어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합동총회 입장에서도 그 교단 소속 목회자나 교회들이 현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이나 방향, 신학 교육 요구 사항과 100% 부합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 미주노회를 복구함에 있어서, 과거 미주노회 소속 교회나 목회자들을 통채로 받아들이지 않고, 목회자 개인별로 신청을 받아 그 자격을 검증한 후 노회 가입을 허락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합동총회의 입장에서는 복구가 아닌 “헤쳐모여식” 재설립이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노회 복구의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인 일부 구성원 때문이다. 세계한인예수교장로회(WKPC)의 회원들이 이번에 미주노회에 다수 가입했다. 이들은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제37차 총회에서, 이운영 총회장을 중심으로 2013년 5월 분리돼 2014년 5월 명칭을 바꾼 교단이다. 이들은 당시 KAPC 명칭을 놓고 엄영민 당시 총회장 측과 소송을 벌였으나 가처분 신청에 의해 이를 넘겨주게 됐고, WKPC란 이름으로 제38차 총회를 열었다. 이 교단에 소속된 다수의 목회자들이 미주노회를 주도하는 양상을 띠게 되자, 재미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남가주총동문회는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WKPC 총회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손경호 목사(북가주동노회장), 국남주 목사(목사 부총회장), 김대식 장로(장로 부총회장) 등이 이번 미주노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손경호 목사는 미주 서부노회장, 국남주 목사는 미주 동부노회장에 올랐고 김대식 장로는 서부노회 부노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WKPC가 곧 미주노회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LA사랑의교회 김기섭 목사(서기)의 경우 독립교회 소속이었고, 둘로스교회 서보천 목사(부회록서기)의 경우 재외합동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합동총회는 지난 10월 30일 버지니아 주 동부제일장로교회에서 미주 동부노회를, 11월 6일 나성열린문교회에서 서부노회를 복구했다. 동부지역은 버지니아크리스천대학교(학장 이광현 목사), 서부지역은 국제개혁대학교 신학대학원(총장 박헌성 목사)을 인준신학교로 인가했다. 서부노회를 복구하는 예배를 위해서 한국에서는 총회장 백남선 목사를 비롯해 서기 권재호 목사 등 임원들이 방문했다.

백남선 목사는 “진리 편에 섭시다”란 설교에서 “노회를 복구함에 있어서 방해가 많았지만 결국 노회가 복구됐다”면서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일이다.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세계 복음화에 힘쓰자. 진리는 승리하는 법이다. 진리와 믿음, 정의 편에 서서 쓰임받자”고 강조했다.

노회복구 위원 민찬기 목사도 “큰 역사를 위한 축복의 초석이 놓였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많았지만, 서로 협력하고 관계를 증진하며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가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남선 총회장과의 일문일답.

▲백남선 총회장(좌)과 손경호 노회장(우).
▲백남선 총회장(좌)과 손경호 노회장(우).

-18년 전 한국과 미주의 관계가 단절된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가?

“행정적인 문제들과 불미스러운 사건들 때문이다. 불완전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 문제들이 이제는 해결됐다고 보는가? 재발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문제보다는 복구의 필요성에 주목해 달라. 세계선교를 위해 우리 총회가 미주에도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가 항상 부족하고 유한한 존재이지만 기도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면 된다.”

-관계 단절 후 미주의 교단들이 분해, 난립된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늘 노회원들의 명단을 보니 기존의 타 교단에 속한 분, 심지어 총회장을 역임한 분까지 있다. 이중 노회원을 허락하는가?

“법리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잠정적으로는 허용 가능하다. 모든 일을 확정적으로 이렇다고 할 수는 없다. 서서히 시간을 두고 정리해 가면 될 문제다.”

-노회원들이 기존 미주노회 출신들로만 구성되지는 않았다.

“그렇다. 기존에 미주노회가 있었기에 복구라는 단어를 쓴 것이지, 사실은 재설립이라 봐야 한다. 꼭 총신 출신이 아니더라도 신학적 성향이 우리와 일치하고 정식으로 목회하고 있는 분이라면 문호를 개방해 놓았다. 그렇기에 기존의 것을 다시 그대로 복구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합동총회는 목사가 되기 위해 총신 신대원을 졸업해야 하고, 타 교단 목사는 총회신학원을 통해 편목 과정을 밟아야 한다. 미주 국제개혁대 출신들이 합동에 가입이 가능한가?

“교단 직영신학교가 아닌, 인준신학교인 국제개혁대 출신이나 버지니아크리스천대 출신들은 총회신학원 교수들이 미주에서 열게 될 편목 과정을 이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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