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입양특례법, 오히려 아동의 생명 위협”

하석수 기자  ssha@chtoday.co.kr   |  

정영란 전도사, ‘국내 아동인권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서 지적

▲이날 발제자들과 패널들의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상원 교수, 이헌주 상임이사, 정영란 전도사, 김혜성 교수, 권오용 변호사, 문진수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제공
▲이날 발제자들과 패널들의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상원 교수, 이헌주 상임이사, 정영란 전도사, 김혜성 교수, 권오용 변호사, 문진수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제공

(사)낙태반대운동연합·성산생명윤리연구소·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가 13일 저녁 숭실대 진리관에서 ‘국내 아동인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국내 아동의 위탁과 유기 실태’를 주제로 발제한 정영란 전도사(주사랑공동체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부모 또는 타인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보호아동이, 2013년 한 해만 해도 6,834명이 발생했다”며 “보건복지부는 요보호아동의 정책방향에 대해서 가정위탁 및 국내입양활성화를 통한 시설보호 위주에서 가정 중심의 아동보호정책으로 변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3년간 가정보호조치가 이루어진 비율은 시설보호조치보다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요보호아동 총 발생 수는 2만3,27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혼모 아동이 6,0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발생한 요보호아동이 4,905명, 학대 3,364명, 그리고 비행·가출·부랑, 부모 사망, 부모 빈곤실직 순이었다. 이 중 귀가 및 연고자에게 인도된 아동수는 총 2,844명이다.

▲ 요보호 아동 발생 유형.
▲ 요보호 아동 발생 유형.

미혼모 아동을 제외한 요보호아동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부모의 이혼·빈곤·실직, 아동학대 등 가정해체가 절반 이상에 이른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정 전도사는 밝혔다. 또한, 요보호아동 중 양육시설, 일시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의 시설에 입소한 아동이 54.1%를 나타냈으며, 입양·가정위탁 등의 가정보호는 46%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 전도사는 “시설보호아동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사랑과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결핍아동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이 훨씬 많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요소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 2년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는 시행된 법이 정착하고도 남을 기간이다. 하지만 버려지는 아기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채 시행된 법의 끔찍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통계로는 2000년 153건이던 영아유기 사건은 2001년 166건, 2005년 142건이었다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감소하다 2011년 증가하여 127건에 달한다.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2000년 이후 최고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1.6일에 1명꼴로 갓 태어난 아기가 버려지고 있다.

정 전도사는 “영아유기 건수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고서부터”라며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개정된 입양특례법과 영아유기, 그리고 베이비박스(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은 틀림없다”고 했다.

▲ 연도별 영아유기 발생건수.
▲ 연도별 영아유기 발생건수.

보건복지부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2012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 숙려제,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 양부모에 대한 자격심사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친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입양되더라도 나중에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며, 일정 조건이 갖춰진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개정되었다. 입양아동의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그러나 정 전도사는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아동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 셈”이라며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10, 20대 미혼모들의 영아유기 건수가 많아졌다. 요보호아동의 30%가 미혼모 아동임을 볼 때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입양신고제에서 입양허가제로 법이 바뀌면서 입양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며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 유기된 아동은 기아발견신고라고 해서 발견하는 사람이 출생신고를 할 수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출생신고 의무화로 바뀌면서 친모 외에는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때문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미혼모·부들의 아기는 버려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동들 대부분이 출생신고의 어려움과 두려움, 경제적 어려움, 아버지의 부재, 혼외자와 미혼부의 출생신고의 어려움, 장애, 이주노동자 아기들”이라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격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가지고 여러 곳에서 실태파악과 함께 연구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희망을 가지게 된다”면서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한 자료가 어떠한 대안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 버린다면, 또는 연구하고자 한 자료가 오히려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옹호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영아유기의 문제는 앞으로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 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아동인권에 대한 향후 방향과 정책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김혜성 교수(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는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친부모는 양육의 책임을 맡아야 하며, 국가와 사회는 부모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양육을 담당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며 “여기에 아동 유기 이슈는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모성 보호와 모성 권리의 강조로 전환되어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동 유기는 예방이 최선이다 ▲생명존중, 그 기본권을 넘어선 불가역성의 원리에 대한 민감성 증진이 필요하다 ▲아동 양육은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 ▲입양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의 생명권과 보호권을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한다 등을 꼽았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외에 이헌주 상임이사(말아톤복지재단)가 ‘국내 장애아동 부모의 증언’을 전했고, 이상원 교수(총신대학원 기독교윤리학)를 좌장으로 하고 권오용 변호사(예인법률사무소 대표)와 문진수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상은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은 “아동 스스로의 자율성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끔찍한 학대는, 그저 가정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사회 깊숙이 널리 번지고 있는 사회악임이 확실하다”며 “본 세미나를 계기로 우리나라 아동인권의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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