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불평코드와 감사코드 사이에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추수감사절을 앞둔 한 주간, 이런저런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 다가왔다. 감기몸살로 힘겨운 한 주간이었다. 51살 된 집사님이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왜? 간 이식을 해야 하는 남편이 폐와 신장까지 문제가 생겨 이식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아들이, 딸이 재수를 했는데, 이번 시험도 시원치 않게 봤다는 소식도 듣는다. 감사가 멀찍이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 성도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바울은 자신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생각하면서 ‘항상 하나님께 감사’한다(살전 1:2, 살후 1:3). 뿐만 아니라 데살로니가교회 성도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한다(살전 5:18).

다른 말로 하면 “덮어놓고 감사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도 “덮어놓고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누군가 나에게 따지듯이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왜 해!’ 그렇다. 내가 생각해도 말 같지도 않은 말이다. 남편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사업이 위태위태한데 어떻게. 대학시험에 낙방했는데 어떻게. 정말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했다.

그래도 나는 “덮어놓고 감사하자”고 말하고 싶다.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문제는 그 사람의 영성이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평소의 습관이다. 덮어놓고 하는 감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가는 자, 하늘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알고 있는가? 감사나 불평은 우리 인생의 ‘코드’이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인생 태도이다. 어떤 사람은 불평할 수 있는 상황인데 ‘감사코드’를 선택한다. 어떤 사람은 감사할 상황인데도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왜? 그 사람은 ‘불평코드’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당신의 코드는?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은 감사할 때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말할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데 감사할 때야? 내가 당한 일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렇다. 어쩌면 기가 막힌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 밤잠이 오지 않는 일이 터져서 힘겨울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지금’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 누군가는 내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그렇게 애타게 갈망했지만, 누리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 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얼마든지 ‘또 다른 지금’으로 바뀔 수도 있다.

‘없는 것’ 때문에 원망하고 불평하지 말고, ‘있는 것’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 현재 있는 게 만족스럽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이것을 그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다. 지금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 언젠가는 만족스럽게 변할 수 있다.

‘지금’ ‘문제가 있어도’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는 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계시는 하나님이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지금 좀 불편하면 어떤가? 예전에도 불편한 환경을 지나오지 않았던가? 지나고 나면 불편한 환경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니까. 그렇고 보면 어떤 순간, 어떤 상황 앞에서도 감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유대인의 지혜서 탈무드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만일 한 손을 다쳤으면 두 손을 다 다치지 않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라. 만일 한쪽 발을 다쳤으면 두 발을 다 다치지 않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라. 두 손과 두 발을 다 다쳤다 해도 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라. 만일 목이 부러졌다면 그 다음엔 염려할 것이 조금도 없다. 하나님이 천국에서 맞아 주실 테니까.”

진짜 ‘감사의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기분이나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상황이나 환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들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대신 어떤 사건이나 환경 앞에서도 신실하신 하나님께 주목해야 한다.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해야 한다. 하나님을 기대해야 한다. 하늘 아버지가 여전히 날 사랑하고 계시니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과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차이는 뭘까? 환경이 다르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를 거라고? 소유가 다를 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우리가 생각할 게 있다. 감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있고, 감사를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감사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사를 찾을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감사는 ‘발견하는 것’이다. 감사는 ‘캐내는 것’이다.

Thank(감사)와 Think(생각)는 스펠링 하나 차이다. 그래서 Thank(감사)는 Think(생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문제’이다. 건강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은 감사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감사한다. 문제 속에서도 감사한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감사한다.

영적인 민감성을 갖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라. ‘과거’를 생각해 보자. 창세 전에 나를 택하시고 부르신 그 은혜가 있지 않은가? ‘현재’를 생각해 보자. 지금도 하나님의 통치는 여전하지 않은가? ‘미래’를 생각해 보자. 최악의 상태일지라도 죽음밖에 더 있는가? 더구나 우리는 죽음 이후가 더 멋진 인생 아닌가? 더구나 하나님이 하시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않은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기대하면 감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매사에 감사할 수 있다. ‘이런 남편’이라고? 그렇다면 배우자는 ‘이런 아내’라고 말하지 않을까? ‘이런 자식’이라고? 그럼, 자식들은 ‘이런 부모’라고 말하지 않을까? ‘이런 목사’라고? 그럼, 목사는 ‘이런 성도’라고 하지 않을까? 바꿔놓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불평만 하지 말고, 자신을 한 번 돌아보면 감사할 수 있다.

감사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순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은혜가 사라진 삶에 불평불만이 틈타게 된다. 은혜를 묵상하면 할수록 감사의 샘은 솟아나기 시작한다.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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