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다 지나가는 것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2014년 달력 마지막 장도 곧 찢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달력을 걸게 된다. 아니, 성격이 급한 사람은 이미 내년 달력을 걸어놓았을 수도 있다.

미드라쉬라는 유대교 문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다윗 왕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와 자축하는 잔치를 열었다. 그때 다윗 왕은 자칫 자만심에 빠져 자신이 약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궁중의 보석 세공인을 불러서 명령을 내렸다.

“그대들은 나를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어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새기도록 하라. 또한 그 글귀는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도 함께 줄 수 있어야 하느니라.”

보석 세공인은 다윗 왕의 명령대로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반대가 되는 두 상황에 동시에 적용되는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다고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때 솔로몬 왕자가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다. “이런 말을 써 넣으시오. ‘이것 역시 곧 지나 가리라!’ 왕이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 이 글귀를 보게 되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절망 중에 이 글귀를 보게 되면 이내 큰 용기를 얻어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될 것이오.”

다 지나간다. 모든 게 곧 지나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나치게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한다.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아간다. 곧 지나가는 것들을 지혜롭게 관리하는 기술은 없을까? 먼저 지나가는 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①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다 지나간다. 그렇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떠나갈 때 허탈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② 우리가 ‘자랑’하는 것도, 우리가 누리는 ‘영광’도 다 지나간다. 너무 자랑하지도, 거들먹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 27:1).”

알렉산더 대왕은 20세에 왕이 되었다. 그는 ‘태양의 아들’이요 ‘살아 있는 신’이라고 자처했다. 12년 만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32세의 젊은 나이에 왕궁에서 심한 열병에 걸려 죽었다.

어느 날 알렉산더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관 밖에 내놓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오.”

가족들과 신하들은 모두 놀랐다. 그러자 그는 다시 말했다. “나는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 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 뿐이오.”

③ ‘사랑하는 사람’도 다 지나가고 만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주지 않는다. 어떤 이는 영원히 떠나고, 어떤 이는 일시적으로 떠난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건 너무 힘들다. 그러니 말하고 싶다. ‘있을 때 잘해. 후회가 되지 않게.’ 만약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한다면,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④ ‘건강과 생명’도 다 지나간다. 천하를 다 준다 한들 목숨보다 소중하랴?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생명과 목숨도 영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 갑자기 우리 곁을 훌쩍 떠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건강과 생명을 주셨을 때 ‘사명’에 목숨 걸어야 한다. 언제까지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⑤ ‘아프고 힘든 것들’도 다 지나간다. 2014년이 견디기 힘들도록 시리고 아팠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고 아팠던 것도 다 지나간다. 한순간 힘겨움이 있지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라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 지나가고 마니까.

다 지나가는 것들을 지혜롭게 관리하기 위해서 세 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① 다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게’ 있다. 이것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것’이 다가온다. 이게 아니면 죽을 것 같지만, 또 다른 게 다가온다. ‘이 세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늘나라’가 펼쳐진다. ‘육신의 생명’이 지나면 ‘부활의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게 지나가더라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② 다 지나가고 마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 안에 사는 삶’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다소 못마땅할 수 있다. 너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하나님의 통치를 수용하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과 자유를 맛볼 수 있다. 그게 믿음의 삶이다.

③ 모든 게 지나가지만, 반드시 기억할 게 있다.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게 되어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고후 5:10).”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면, 매 순간이 두렵고 떨릴 수밖에 없다. 함부로 처신할 수 없다.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다. 매 순간마다 하나님의 심판이 남아 있음을 기억하자!

한 해를 감사로 마무리하자! 삶의 형편은 다를 수 있다. 악조건일 수 있다. 너무 힘든 세월을 지나왔을 수 있다. 그러나 감사하자. 어떤 상황에서건.

5세기 경 ‘황금의 입’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크리소스톰이라는 감독이 있었다. 그는 항상 복음을 전하면서 감사의 삶을 살았다. 그가 살던 당시 로마 황제는 ‘기독교 복음을 전하지 말라’는 법을 만들어 공포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로마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당하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하지만 ‘감옥’에서도 그는 감사하고 기도하고 찬송했다. “하나님,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이곳에 파송하셨군요. 감사합니다.”

드디어 ‘사형 언도’를 받고 그는 고백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성도의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순교라고 하였는데, 저 같은 사람을 그 반열에 동참케 하시니 감사합니다.”

사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갑자기 ‘중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크리소스톰은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직도 제가 할 일이 더 남아 있군요. 죽도록 충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12월도, 2014년도 다 지나가고 만다. 한 해를 보내면서 새롭게 맞이할 2015년도를 전망하고 기대해 봐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그래야 2015년 12월에는 좀 더 떳떳하게 주님 앞에 설 수 있을 테니까. “한 해 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은총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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