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운동, 미술, 성악, 기술을 배우는 데도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기본기를 닦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과 성장이 어렵다. 나에게도 기본기 부족으로 인한 성장 부재 현상이 있다. 내가 컴퓨터 타이핑을 하는 것을 보는 아내는 늘 웃는다. 아직까지 독수리 타법으로 치기 때문이다. 독수리 타법으로도 23권의 책을 썼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 만약 기본기를 다졌더라면 지금은 아주 빠른 타자를 할 것이다.

볼링도 기본기를 배우지 못했다. 동료 사역자들과 우연히 볼링을 치게 되었다. 지도를 받지도 않고 곁눈질로 배워서 볼을 던지다 보니 엉성하다. 세월히 흘러도 실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작년 연말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뜨거운 감자였다. 작년 12월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째 주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단순히 서비스 정신을 문제 삼는 게 아니었다. ‘이게 나에게 이렇게 해?’ 뭐 이런 게 아닐까? 결국 부사장이라는 권위를 갖고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대단한 파워이다. 그게 바로 권력이란 괴물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일어난다.

그 사건은 결국 아버지 조양호 회장까지 죄인처럼 고개 숙여 사과하게 만들었다. 물론 자신의 인생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대한민국이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런저런 진단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기본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때때로 이런 말을 한다. ‘저 친구는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저 친구는 기본이 됐어.’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인간성의 기본이 잡혀 있지 않은 건 아닌가? 신앙과 영성의 기본이 없지는 않은가?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갖고 무엇을 하려 든다면, 먼저 기본기부터 다져야 한다. 공부를 하든, 취업을 하든, 가정생활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교회생활을 하든 다 그렇다. 기본기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한 해를 출발했다. 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를 교회 표어로 설정했다. 44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가 한 번쯤 점검해 봐야 할 게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데교회는 기본기를 다지지 못한 교회였다. ‘사데’는 상업적으로 번창한 도시였고, 무역의 요충지였다. 암벽으로 되어 있어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자연히 사치와 부로 장식된 도시가 되었다. 물질적인 부요와 심리적인 안정감이 영적인 오만과 교만을 가져왔고, 안일과 부도덕을 낳았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사데교회를 이렇게 평가하신다.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b).” ‘내 하나님 앞에 네 행위의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하였노니(2b).”

‘살았다 하는 이름’은 있지만 실상은 ‘죽은 자’와 같다. 과거의 화려한 업적으로는 안 된다. 과거의 화려한 명성으로도 안 된다. 문제는 지금 ‘죽은’ 상태라는 것이다. ‘온전함’을 찾아볼 수 없다. ‘하나님의 기대’에 못 미친다. ‘우리 기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만족’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하나님의 기준’에서 어떤지가 중요하다. 그들은 전통과 외적인 형식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적인 생명력’을 상실했다.

그래서 주님은 ‘너는 일깨어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건하게 하라’고 권고하신다(2).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데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지켜, 회개하라.” 불행하게도 사데교인들은 ‘받은 말씀’, ‘들은 말씀’을 잊어버렸다. 그게 문제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준은 하나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기본의 기준선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삶을 정렬해야 한다.

기준선을 정렬하자고 하니 대단히 거창한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하찮게 치부해 버리는 일상의 기준선을 정렬하자고 말하고 싶다. 하찮은 것을 간과한 사람은 큰 것의 기준도 정렬할 수 없다. 부부 간의 대화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와 방식에서. 교회 주방에서 봉사하는 데서. 직장에서 업무를 보면서, 하나님의 말씀의 기준선을 정렬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작은 은행을 창립할 때였다. 어느 날 창립자는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필요한 직원을 모두 뽑고 마감을 하려는데 한 여자가 찾아왔다. “글쎄요. 어렵게 오셨는데, 미안합니다. 마침 자리가 다 찼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찾아주시겠소?”

젊은 은행장에게 거절당한 여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런데 마침 핀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평소 습관대로 그 핀을 주워 자신의 옷자락에 닦았다. 그런 다음 탁자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잠깐만 기다리시오.”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그 은행장이었다. 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당신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소.” “뭐라구요?” “내일부터 당장 출근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소.”

“그야 물론이지요. 하지만 아까는 채용이 모두 끝났다고 하시더니...” “앞으로 그 작은 핀 하나를 아끼듯이 우리 은행 일을 해주신다면 내 월급을 쪼개서라도 채용하겠소.” 여자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감사합니다.”

핀 하나 때문에 채용되었다. 몇 해가 흘렀다. 어느 날 그녀는 젊은 은행장의 청혼을 받았다. 이들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은행을 경영했다. 자그마하게 출발한 은행은 훗날 파리에서 가장 건실한 은행으로 성장했다.

기본이 되어 있는 아가씨는 취업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은행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본을 지켰다. 눈속임으로 일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다. 그게 은행장의 마음을 빼앗았다. 은행장과의 결혼이라는 행운까지 잡았다.

그러고 보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사람 됨됨이도,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공동체 안에서 봉사하고 섬기는 것도. 교회에서 맡은 바 사명을 감당하고 봉사할 때도 기본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섬기다 보면 변화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축적하다 보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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