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준비하는 지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모세는 40년을 민족 지도자로 쓰임받기 위해 40년을 애굽 궁중에서 준비하고, 40년을 미디안 광야에서 고달픈 인생 훈련을 받아야 했다. 40년을 쓰임받기 위해, 80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준비 과정 없이 써먹고, 열매를 따먹으려고만 한다. 그러니 설익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양병십년 용병일일(養兵十年 用兵一日)’이란 옛말이 있다. 병사를 키우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하지만 사용하는 데는 하루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루를 쓰기 위해 10년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하루를 쓰기 위해 10년을 준비하는 건 낭비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소중한 투자이다. 이런 투자를 간과하고 열매만 거두려 하니 사회가 자꾸 부작용투성이 아니던가.

열 처녀 비유를 보라(마 25:1-13). 신부의 들러리로 설 열 명의 친구들은 각자 모두 ‘등’을 준비했다. 그런데 5명의 친구들은 슬기로운 자로, 5명의 친구들은 미련한 자로 낙인찍힌다. 물론 그들의 운명도 달라진다. 슬기로운 5명은 잔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련한 5명은 잔치 문이 굳게 닫혀서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졸았기 때문인가? 신랑이 더디 왔기 때문에, 열 사람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들이 졸고 잠을 잔 게 문제가 아니다. 초점은 다른 데 있다. 느닷없이 닥치는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 있다.

지혜로운 다섯 처녀는 혹시라도 있을 비상 사태를 대비해 ‘여분의 기름’을 충분히 준비해 두었다. 지혜로운 성도는 예수님이 언제 재림하실지 모르니, 늘 깨어 있는 삶으로 주님과 풍성한 교제를 누리면서 성령 충만해야 한다. 그래야 잔치에 참여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교회 안에 있는 모두가 혼인잔치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교회 문만 밟는다고 안정 궤도에 진입한 건 아니다. 기름을 준비한 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기름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중생케 하시는 성령의 체험을 하지 못한 형식적 신앙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봉사하고 활동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성령으로 거듭나고, 성령에 사로잡혀, 날마다 주님과 풍성한 교제를 나누면서, 참된 믿음의 길을 걷는 게 중요하다.

한 해를 출발했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세월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 머지않아 껄껄거리면서 후회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새해 벽두부터 유비무환의 태세로 미래를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회 이곳저곳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우리 앞에 다가오는 현실은 예측할 수 없는데, 너무 안일하고 방심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렇게 해 왔으니까 뭐가 달라질까? 작년에도 걸어왔고 살아 온 인생인데,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곳저곳을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터져서 펑크 날 우려가 있다. 작년과 올해가 달라지지 않는 건,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는 무사안일한 삶의 태도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늘 ‘미리’ 준비한다. 그래서 근심과 화를 면하게 된다. 아니, 남보다 더 나은 인생을 엮어간다. 그러나 미련한 사람은 ‘뒤늦게’ 준비하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급작스레 호들갑을 떤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 남는 건,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사고’밖에 없다.

인생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다. 생각지 못한 일이 터진다고 짜증 부릴 건 없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고 불평하지도 말아야 한다. 사실 늘 대비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갑작스레 일어나는 변수마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리 대비해서 준비해 놓았기 때문에.

때때로 너무 ‘똑똑한 게’ 화근이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러나 예상은 어긋날 수 있다. 계산을 다 해서 준비했는데, 상황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미련하게 보일지 몰라도, 미리미리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누군가 말했다. “0.5초 앞날만 봐도 인생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런데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 근시안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내일을 보지 못하고 오늘만 쳐다보고 살아가니, 자신의 인생을 위한 대비를 하지 못한다.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살아간다. 그러니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대가 지불이 따른다. 다른 하고 싶은 걸 포기해야 한다. 때로는 꼭 투자하고 해야 할 일인데도 미래를 위해 가지치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 지금 좀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혹시 ‘어쩌다 보면 잘 되겠지’ 하는 요행을 바라고 있는가?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 터져서 일이 잘 될 수도 있겠지’ 하는 한탕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는가? ‘기회’는 늘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 다가오게 되어 있다.

믿음의 삶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믿음의 삶이란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는 삶’이다. 그렇다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빈틈 없이 실천하는 것을 불신앙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바른 믿음의 삶이란,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가면서 철저하게 계획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후에, 그 결과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는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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