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유명 女 복음주의자 ‘커밍아웃’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교회가 내적 싸움 끝내고 더 막중한 이슈로 초점 옮겨야”

▲제인 오잔느.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제인 오잔느.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영국성공회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복음주의자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제인 오잔느(Jayne Ozanne·46)는 교회 운영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하는 내각제 형태 기구인 대주교협의회의 설립자다. 그녀는 조지 칼리 전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 현 캔터베리 대주교 등의 지도자들과 함께 기도와 봉사의 직무를 감당하며, 훌륭한 경력을 쌓아왔다.

2일 제인 오잔느는 ‘Accepting Evangelicals’의 새 대표로 선임됐다. Accepting Evangelicals는 동성 간 결합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침례교 목회자 스티브 초키, 유명한 찬양 인도자 비키 비칭 등이 이를 후원하고 있다. 비키 비칭도 지난해 동성애자임을 밝히면서 교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잔느는 성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지닌 정통파 출신이다. 그녀는 이미 2009년 가족과 친지 및 일부 교회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렸다. 그리고 동성연인과 교제도 했다. 그러나 편지를 받은 이들 가운데 아무도 이를 외부로 알리지 않았다.

당시 편지에서 그녀는 성 정체성과의 싸움이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녀는 “불행히도 나는, 가끔씩 나의 성적인 정체성과 영성 사이에서 커다란 분쟁을 겪어왔다. 또한 동성 친구들을 향하여 내가 원하지 않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했다.

그녀는 영국 크리스천투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기로 했다. 자신이 믿는 바가 최근 동성애 문제로 분열된 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또한 성에 대한 더 나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며 “교회가 내적인 싸움을 끝내고 선교나 사회적 정의와 같은 더욱 막중한 이슈로 초점을 옮겨가야 한다”고 했다.

오잔느는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것이다. 내게 있어서 이 모든 이슈는, 솔직히 말해 성경의 이해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은 놀라우신 분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의 어두운 시간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전환시키기를 항상 바라고 계신다는 점은 알고 있다. 교회로서 우리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때에, ‘Accepting Evangelicals’를 섬길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흥분이 된다”고 전했다.

1999년 대주교협의회에 소속된 오잔느는 해외에서도 임원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녀는 총회(시노드)에도 깊이 연관돼 있으며, 특별히 선교와 전도의 영역을 맡았다. 그녀에 따르면, 당시 성에 대한 그녀의 관점은 극도로 흑백논리였으며, 동성애자 크리스천들은 하나님과 동성애 관계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일반적인 보수적 복음주의자의 생각에서 두 가지가 상호 배타적이라고 믿었다. 동성애자가 되는 것과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양립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의회를 섬기기 전 그녀는 국제 마케팅 시장에서 매우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많은 유명한 복음주의 교회에서 중직자로 활동해 왔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2개의 국제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그녀는 왕족들과도 친밀하게 일했으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신앙종교재단’ 책임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또한 BBC TV 마케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성적인 정체성을 고민하며, 치유나 변화를 위해 오랜 기간 상담을 받아왔다.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모든 종류의 ‘축사사역’(deliverance ministry)을 경험해 보았다고 밝혔다. 유명 목회자나 사제들의 거듭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이 ‘사단적’이라고 여긴 성적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쫓아내지 못했다.

그녀의 심리상담사에게서 종교를 바꾸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하나님이 나를 포기하셨다고 생각될 때 죽고 싶다고 소리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수 없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내가 총회에서 동성애과 관련된 한 기록물을 읽었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욕망과 싸우지만 그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금지된 과일’을 먹는 것임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기록한 것이었다. 바로 나의 기록이었다. 내가 고통의 순간에 기록한 것이며, 창조주를 향한 창조물의 외침이자, 왜 이 같이 끔찍하게 분열된 존재로 창조하셨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베니 해즐허스트(Benny Hazlehurst)를 대신해 ‘Accepting Evangelicals’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해즐허스트는 “제인이 AE에 동참하여 이를 이끌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 그녀는 매우 열정적이고 헌신된 기독교인이며, 복음주의 진영에서 많은 경험을 해왔다. 또한 교회 내 주요 목회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큰 기쁨이 될 것이며, 적합한 때에 적합한 사람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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