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지난 1월 5일 광교산 등산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가하게 아침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100세 시대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여기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40대 후반의 남성이 등산 초입부터 나뭇가지를 들고 휘두르며 올라왔다. 그의 손에는 2미터 길이의 나무가 들려 있었다. 그것으로 등산객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등산객 4명이 남성과 대치하며 무례한 행동을 저지했다. 그리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에게 고함을 쳐서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주변에 있던 노부부는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드디어 난봉꾼과 마주쳤다. 난봉꾼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할아버지의 머리를 내리쳤다. 수 차례씩이다. 사실 얼굴도 모르는 사인데. 원한을 진 사이도 아닌데.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할아버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할머니가 범인을 말렸다. 그렇지만 오히려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힘이 없으니 어찌하랴. 부상을 입은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무슨 속상한 일이 있기에, 무슨 한을 갖고 있기에, 세상이 얼마나 원망스럽기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그런데 가해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다. 어쩌면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세상이 두렵다. ‘묻지 마 범죄’가 더 늘어만 가니까.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지니까.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다. 범인은 광교산 능선으로 도망쳤다. 추운 겨울에 겉옷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몸을 피하려 했다. 경찰의 추적 끝에 결국 체포되고 말았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말한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마! 너무 많이 알면 다치니까.” 사실 얼마나 서글픈 세상인가? 소통도 필요 없다. 소통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맘대로 살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행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말라는 게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데 실제 그런 사람들이 적잖다. 그래서 세상이 무서울 수밖에 없다. 죄 많은 이 세상의 요지경 현상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당한다,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좋은 일이 다가올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일도 경험한다.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불행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인생이 두렵다. 늘 조심스럽다. 주의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지만 맘대로, 생각대로 안 된다. 그래서 괴롭다. 인생이란 본디 괴롭다.

맘대로 조종할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의지하려 한다. 그래서 사람을 찾기도 하고, 큰 바위나 고목을 의지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 때도 있다. 인간이 만든 신을 찾아 빌기도 한다. 그것으로 심리적 안정을 맛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성경은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만 믿으라고 한다. 그 외에 어떤 것도 의지하지 말라고 한다. 도울 힘이 없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고,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를 의지하라고 촉구한다. 맘대로 조종되지 않는 주변 사람과 환경을 바라보며, 오늘도 여호와의 도움을 바라볼 뿐이다.

때때로 속상한 일을 당한다. 더구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이유나 알고 당하면 덜 속상하다. 그런데 때로는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한 일을 당한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그런 일을 당해야 할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너무 가슴 아픈 일을 당해야만 하는 때,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인생 현장이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경험했다. 복음은 그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과 무척 달라졌다. 본인들도 놀라고,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다 놀랄 정도로. 복음은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생각하는 것이 남들과 달랐다. 살아가는 태도도 달랐다. 바라보는 것이 달랐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선한 행실을 바라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가 자신들의 왕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유대인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로마 정부에서도 기분 좋을 게 없었다. 우상화해 놓은 로마 황제에게 절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스도인들을 설득하고 회유도 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유대인들도 그리스도인들을 배척했고, 로마 정부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족문화와 조상숭배를 거부하는 사람들, 당시 사람들의 삶 속에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던 쾌락문화마저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가족이나 공동체에서도 반길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을 공동체에서 내몰았다.

이게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바울은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고난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적당히 타협하면 문제 없다.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면 문제는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예수를 주로 받은 삶이 그런 삶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고달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고난을 기쁘고 즐겁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조롱을 받고 능욕을 받았지만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믿음을 지키려는 것 때문에 자존심을 꺾어야 하고 손해를 봐야 했다. 불편하지만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당연히 당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인생은 나그네 삶이다. 정말 그렇다. 오늘 나는 30대 후반의 남자 집사님의 장례식장을 갔다 왔다. 아내는 처가에서 자고 남편 혼자 잠이 들었다. 남편은 교회를 오지 못했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아내가 집을 가니 남편은 이미 숨을 거두었다. 평소 저혈당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사고를 당한 것이다.

죽음의 길은 순서가 없다. 누가 먼저 갈지 누가 후에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순응할 뿐이다. 이 세상에는 죽음의 형태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질병으로, 어떤 이는 불의의 사고로, 어떤 이는 스스로 죽음을 불러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당해야만 하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고 예측도 못한다.

그런데 어떤 죽음이든지 죽음에 대한 배짱을 가질 순 있다. 노(老) 사도 베드로가 그러듯이 산 소망만 갖고 있다면. 산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게 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늘에 간직한 나라이다.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나라이다. 더럽지 않고 썩지 않고 쇠하지 않는 나라이다. 이 나라를 하나님께서 상속물로 주시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 어떤 형태로 죽든 상관없다. 하나님이 주시기로 약속한 나라가 있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세상,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세상.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 그러니 보장받을 수 있는 것 하나 붙잡자. 예수님을 믿고 천국을 약속받고 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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