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보는 3·1운동과 한국교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효상 목사(미래목회포럼 사무총장).
▲이효상 목사(미래목회포럼 사무총장).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봉기한 항일독립운동이 3·1운동(三一運動) 또는 3·1 만세운동(三一 萬歲運動)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독립운동을 태동시키고 불을 댕겼으며 확대한 주도세력이 바로 우리 교회의 신앙 선배들이었다.

3·1운동을 시작한 독립단체인 ‘신한청년단’을 결성하고 이끈 인물부터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 물론 민족대표 33인의 종교적 성향에서 보듯, 이 운동은 기독교계 외에도 당시 천도교와 불교계 등과의 연합에 의해 추진된 초종파적 민족연합운동이었다.

그리고 이 운동의 기본적인 방법은 독립청원운동이었다. 개항 이후 독립협회의 민권·국권운동에서 애국계몽기 ‘신민회’의 비밀결사 운동에 이르는 일련의 민족운동을 이끌어간 중추 인사들도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

당시 기독교 교세는 전 인구 1,700만명중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열악한 교세를 가지고도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기독교측 인사가 16인이나 참여했다는 사실은, 교회가 얼마나 신실한 지도자들을 품고 있는가 하는 시금석이 된다 할 것이다.

당시 3월 1일 서울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있던 시각, 평안북도 북단 의주 지방의 서부교회에서는 유여대 목사의 진두지휘에 따라 전 교인들이 의주 시내로 뛰쳐나가 만세 시위를 펼쳤는가 하면, 당시 장로교 총회장인 김선두 목사는 평양 숭덕학교 교정에서 독립선언식과 만세시위를 주동했다. 이렇게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에 파급되기 시작한 만세운동은 평양, 의주 등 북쪽을 시발로 선천, 정주, 안주, 진남포, 원산, 그리고 해주, 사리원, 연백 등 기독교 세력의 기반이던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갔다.

한편 남쪽에서도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이 뜨겁게 진행됐는데, 서울 파고다공원에서는 경신학교 출신 전도사 정재용이 운집한 4,000여명의 군중 앞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를 선창함으로써 기독교 주도의 3·1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대구에서는 3월 8일 남산교회 이만집 목사의 주도 하에, 부산에서는 3월 11일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기독교인들이, 그리고 전주에서도 3월 13일 천도교인들과 연합한 기독교인들과 신흥학교 학생들이 주동이 되어 태극기를 들고 시내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서울 안동교회 김백원, 승동교회 차상진 목사와 연동교회 함태영 조사, 양평 지평교회 김경덕 조사, 남대문교회 이갑성, 김원벽 등이었다. 이들은 3월 12일 서울 서린동 음식점 영흥관에 모여 당시 조선총독 하세가와에게 보낼 장서를 기초하고 그것을 종로 보신각에서 군중들에게 낭독했다. 차상진 목사가 작성한 ‘12인의 장서’는 총독에게 보낸 글이지만, 독립운동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 끝까지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추구하겠다는 도전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당시 ‘동양평화’를 내세우며 한국 침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일제 당국에 대한 기독교인의 논리적 반박으로 돋보이는 활동이었다. 자신들을 3·1 민족 대표의 후계자로서 과거의 조선인이 아니고, 세계의 대세를 알고 문명의 정도를 깨달은 ‘신조선인’으로 규정하면서, “조선 독립은 민족요구의 정의인도(正義人道)이며, 필연의 공리천칙(公理天則)으로 확신한다”라고 선언하여 징역 8개월의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진위군 회화리교회는 만세 사건으로 3개월 동안 교회문을 닫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고, 안성군 원곡면 가천리교인들도 옥고를 치루었다.

비록 3·1운동이 민족해방과 조국의 독립은 성취하지 못했지만 이 운동이 대외적으로 당시 서구 열강의 식민지 내지 반식민지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여러 약소민족에게 독립정신과 독립운동의 불길을 일으키는 ‘불씨’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민족 내부적으로는 그해 4월에 한민족의 독립정신을 세계에 천명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을 가져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무단통치 정책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하여, ‘문화정치’로 바뀌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한국교회는 개항 후 이 나라의 새로운 지도 이념과 시대정신으로서 그 위상을 지켜오며 축적해 온 자주독립 의식을 3·1운동에서 분출했지만, 교회는 많은 피해와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러나 이 운동을 통해 교회는 민족의 수난과 호흡을 함께한 민족종교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말하자면 3·1운동의 기초 단계에서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이 운동을 점화하고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그러나 총칼로 무장한 일제를 상대로 독립을 청원하려 했다는 것은 기독교의 특징이자 한계점이었다. 아무튼 3·1운동을 전민족적인 독립운동으로 점화·확산시켜 나가는 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역할과 공헌은 근대사 조명에 있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96번째 3.1절을 맞으며,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애국지사들과 소리 높이 만세를 외쳤던 민초들과 시대정신에 앞장섰던 한국교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효상 사무총장(미래목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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