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 현장의 삶 이야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한창 젊은 나이에 선교 현장에 투입되어 20년을 넘게 지내다 보면 자녀들이 커서 군대에 가게 된다. 국민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군에 가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필자도 두 아들을 모두 군에 보냈다.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항상 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군대라는 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인생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모난 성품들을 점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수없이 들려주었다. 그렇게 교육을 시켰는데도 아이들에게는 가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기나 보다. “아빠~ 영주권 받으면 군에 안 가도 된다는데…….”

입대를 위하여 한국에 오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선교관 숙소를 얻어 2-3개월 정도 지내게 됐다. 부모를 떠나서 자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자연스럽게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 한국처럼 음식점이 많고 먹을 것이 풍성한 나라에서 굶지 말라고 당부를 하지만, 게으름과 귀찮음, 한국생활의 낯섦에 끼니를 건너 뛰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신속하게 날짜를 잡아서 입대를 하고 나서 편지를 보내왔다. 혼자서 지낼 때에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다가, 군에 오니 정시에 밥을 줘서 그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헛웃음이 나온다. 짠한 생각이 든다. 얼마나 굶었으면 밥 줘서 좋다고 할까 생각하니 말이다…….

종종 선교사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 전에 훈련을 마치고 퇴소식을 하는 날, 모든 부모들이 면회를 와서 늠름한 아들들을 데리고 외출하여 맛있는 것을 사 먹이고 그 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군생활을 격려하고 위로해 주는데, 세 명의 훈련생이 연병장에 남았다고 한다.

누구이길래 부모가 면회도 안 오고, 모두들 환호하며 외출을 하는데도 덩그렇게 남았을까 하고 알아 보니, 외국에서 온 선교사 자녀들만 세 명이 남았더란다. 형편이 여의치 못하고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혹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아마도 부모가 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필자는 기회가 주어져 큰아이가 퇴소식을 할 때에 겸사겸사하여 면회를 갈 수 있었다. 의젓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고 왠지 모르는 눈물을 삼키며 참 잘 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지만, 처음 겪는 아이들이 죽도록 고생하고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고독과 낯섦과 매일매일 연속되는 훈련 속에 정신을 못 차리며 고된 훈련을 마치고 퇴소할 때에, 부모의 면회와 격려가 없었다면 얼마나 서운하고 외로웠을까 생각하였다.

필자의 군생활 때에는 그런 것도 없었던 같다. 그래서 바로 자대로 배치되어 군생활을 하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제 많은 자녀들이 군생활에 투입되고 있다. 현장에서 생활하다가 낯선 한국 군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아이들은 점점 성숙해져 가고 부모들은 조금씩 더 늙어가고 있나 보다.

요즘은 군생활이 편해지고 복지도 좋아지면서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며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계속 들려오는 사고 소식에 군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늘 불안기만 하다. 또한 한국생활에 경험이 없는 아이들인지라 역문화 충격이 있다.

자녀를 멀리 선교 현장에서 역으로 한국으로 군에 보내는 선교사 부모들은, 면회도 가볼 수 없는 마음에 그립기만 한다. 그래도 요즘은 부대 상황에 따라 전화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이들이 포상휴가니 위로휴가니 정기휴가를 나간다고 하여도 친척집이나 혹은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귀대한다고 하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요즘은 종종 070 인터넷 전화를 걸어와 소식을 들으니 얼마나 반갑고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선교 현장의 부모들은 이렇게 고민 아닌 염려를 하면서 살아간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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