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북한 비위 맞추기 기도회가 되면 안된다

뉴욕=함영환 기자  yhham@chtoday.co.kr   |  

최근 북한에 억류된 토론토 큰빛교회 임현수 목사의 석방을 위해 미주의 교회들도 기도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 기도회에서는 석방 기도회인지 북한 아부 모임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의 모습이 보여 우려를 낳았다. 임현수 목사는 북미지역 교회들과도 자주 교류를 가져왔던 인물로,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20년간 북미교회들의 후원을 통해 북한을 도왔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북미 지역의 교회들이 임현수 목사의 북한 억류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석방을 위한 기도운동에 불을 지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석방을 위한 기도회에서 나왔던 발언들은 그 도가 지나친 모습이다. 석방을 호소하는 기도회에서 설교자는 “오직 하나님은 아신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발언은 더 가관이었다. “북한 분들의 마음을 열어서 임현수 목사를 석방하도록 기도하자”라면서 임현수 목사를 억류한 북한 당국자들을 ‘분들’이라는 호칭까지 동원해 높여주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석방을 위한 기도회에서 임현수 목사의 억류 사실을 비판하고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는 것은 북한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임현수 목사의 석방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설교자의 이 같은 발언은 기도회 전체에도 영향을 줬다. 참석자들은 최대한 임현수 목사의 무사 석방을 위해서만 기도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분들’이라며 비위를 맞춰주는 설교자의 분위기가 기도회 전체에 흘렀던 것이다.

임현수 목사의 석방은 전 세계의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기도제목이다. 굶주린 북한의 동포들을 위해 헌신했던 귀한 사역자의 무사 귀한을 바라는 것은 임현수 목사의 가족이나 미주의 한인교회들이나 마찬가지의 심정이다. 임현수 목사 석방 기도회에서 토론토 큰빛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나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했던 행위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삼가고 비위만 맞춰준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교회들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평소 임현수 목사를 알고 지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임현수 목사를 억류하기 전 그를 북한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세 차례나 캐나다로 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임현수 목사의 북한 억류는 북한이 주도한 일종의 납치극인 셈이다. 반인륜적인 범죄이고 이에 국제사회는 규탄의 목소리를 내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임현수 목사의 북한 억류는 그동안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 보여준 전인적인 사랑을 볼 때 절대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조건 없는 은혜를 베풀어준 인사에 대해 억류라는 행위로 대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할 교회들이 임현수 목사를 의도적으로 북한으로 불러들여 억류한 북한에 대해 ‘북한분들’ 운운하며 비위나 맞춰주는 기도회를 연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나 세상 앞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가장 폐쇄된 체제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서의 사역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그만큼 위험한 사역이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교회들이 북한의 이런 만행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또 이런 일들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북한의 비위만 맞추며 할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된다면 교회는 그 맛을 이미 잃은 것이다. 북한에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하는 그런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없다면 북한 사역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북한의 문을 연다는 명목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교회로부터 후원받아 북한 체제의 배만 불려주는 어리석은 일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기독교인으로서 임현수 목사라는 귀한 사역자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임현수 목사의 귀한을 위한다면서 북한의 비위나 맞추는 것은 결코 초대교회 사도들이나 믿음의 선진들이 보였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분들’이라며 비위를 맞췄던 기도회는 사도행전 21:13 “바울이 대답하되 여러분이 어찌하여 울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 당할 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 하니”라는 말씀 앞에 이미 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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