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당회 재량권 부여에도 불안감과 거부감에 편치 않은 한인교회들
PCUSA가 동성결혼을 수용하는 교단법 개정안을 승인함에 따라, 이 교단 내에 한인교회들이 소속된 한미노회들 또한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장로교회의 결혼 정의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연합>에서 <두 성인 간의연합>으로 바뀐 것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장로교단이 동성애 목회자 허용 뿐 아니라 동성결혼의 정의를 변경한 것은 큰 파급력을 가져올 전망이다. 동성애에 대해 신앙양심상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인들의 경우 PCUSA 소속 교회를 계속 다닐 때 발생하는 신앙적 갈등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PCUSA의 이번 동성결혼 합법 결정은 언더우드 선교사를 파송, 한국에 장로교를 전파해 준 장자교단이자 어머니와 같은 교단의 변질이기에 무엇보다 한국교회와 한인교회들에 주는 충격이 크다. 성경에 정확히 명시돼 있는 동성애 금지 구절조차 부정하는 친동성애의 마성과 같은 물결에 PCUSA교단이 조금씩 영향을 받아 온 것을 지켜봤던 한인교회들은 결국 헌법에서까지 동성결혼에 대한 정의를 바꾼 이번 사태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PCUSA는 이미 지난 2010년 성 경험이 없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성직 임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고, 5년 사이에 동성애자 성직 임명 뿐만 아니라 동성결혼에 대한 헌법의 정의조차 변경하는 단계로 진행됐다. 최근에는 레즈비언 목사 부부가 탄생해 교단 내에서 주목받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PCUSA 뿐만 아니라 영국성공회,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 그리스도연합교회 등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美 연합감리회를 비롯한 다른 주류 교단들은 동성결혼 허용과 관련된 논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내 친동성애 물결의 도전이 심각한 가운데 가장 큰 장로교단인 PCUSA의 이번 결정은 동성애로 투쟁 중인 타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씁쓸한 한인교회들, "헤쳐모여식의 구체적 투쟁 있어야" 주장도
PCUSA의 결혼정의 변경 개정안 통과 이후 PCUSA 내 한인교회들도 침통한 마음과 함께 불안한 마음을 표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하나님이 정의한 남녀간의 결혼정의를 교단헌법 차원에서 부정한 이번 결정 자체에 대한 실망감과 또 실제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에게 PCUSA의 이번 결정을 어떻게 설명하고 또 새롭게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동성애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교단 외부의 많은 우려들에 비해 현재 교단내 한인교회들은 대체로 침착한 표정들이다. 담임목사와 교회에 주는 재량권을 믿는 까닭이다. PCUS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개정안 승인은 교역 장로(목사)들에게 결혼식 집례에 대해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할 것”이라며 “어떤 커플의 결혼을 집례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항상 목사에게 있어 왔으며, 또한 계속해서 목사에게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회 부지에서 어떤 커플의 결혼식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도 오직 당회에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는 자기 판단에 반하는 결혼식에 집례하라거나 부지를 제공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교단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뉴욕과 뉴저지 한인교회들이 소속돼 있는 동부한미노회도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에 대해 "동성결혼이 분명히 비성서적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노회와 소속교회들은 동성결혼은 어떤 형태로든지 시행하지도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동성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교단의 결정이 동부한미노회에 소속된 개교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동부한미노회는 "이 개정안은 결혼을 집례하는 목사의 양심과 또 결혼장소를 허락하는 당회의 양심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보장하여, 어느 누구도 결혼 집례와 건물 사용을 강요할 수도, 강요 당할수도 없다고 못박고 있다"면서 "따라서 결혼이 합법화되는 주에 속한 목회자들과 장로들이라도 신앙양심에 따른 어떠한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법적 소송 및 피해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고 해석했다. 즉 한인교회들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신앙양심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고 목회해도 전혀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냥 노회의 주장처럼 개교회와 목회자에게 부여되는 재량권만을 생각해 안주할수는 없는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는 헌법을 가진 교단에 머무르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성도들이나 교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인교회들의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PCUSA 내 한인교회들의 연합체인 NCKPC 총회장을 역임했던 정인수 목사(애틀랜타연합장로교회)는 최근 서신을 발표하고, 한인교회들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인수 목사는 서신을 통해 “성명서 정도로 해결하겠다는 안이한 인식을 한인교회들은 떨쳐 버려야 한다”면서 “이제는 생존권적인 차원에서 모든 한인교회들이 합심해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미노회를 중심으로 한 ‘해체 모여’ 수준의 구체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레즈비언이나 게이 목사가 강단에 서는 모습을 보기 싫다면 당장 한인교회들은 한미노회로 이전하면 된다. 한인교회들이 모여 만든 한미노회는 대서양한미노회, 중서부한미노회, 동부한미노회 등 총 3개가 있으며 PCUSA내 한인교회들의 총 1/3 가량이 소속돼 있다. 즉 2/3 가량은 미국노회에 소속돼 있으며 친동성애 목회자들이 노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개교회가 노회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노회 보다 상위 개념인 대회로 이전 가능 구역을 구분하는데 자신이 속한 대회 내의 노회나, 자신의 대회와 인접한 대회에 있는 노회로 이전을 해야 한다. 만일 인접한 대회 안에 한미노회가 없으면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교단을 이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절차가 복잡해 개교회로서는 많은 부분을 희생할 각오로 결심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타 교단으로 이전한 교회들은 PCUSA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함께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공동의회 투표를 거쳐 PCUSA 교단 탈퇴와 ECO 가입 추진을 결의한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중앙장로교회 이형석 목사는 "하나님을 창조주로 생각하고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신성한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에게 이날은 참으로 슬픈 날"이라며 "인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진리에는 변함이 없고,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향한 또 다른 역사를 준행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우십커뮤니티 전국대표인 폴 디터맨(Paul Detterman) 목사는 "개정안 통과 소식을 듣고 매우 슬펐다. 우리가 성경과 성경을 통한 하나님 말씀보다 서로에게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표를 통해, 성경의 가르침 위에 견고해질 수 있는 우리의 기반 가운데 일부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