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교회 반성한다며, 신앙보다 행위 중점 두는 WCC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WCC의 교회관과 선교관: Missio Dei 신학을 중심으로(3·끝)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3. WCC의 일원론적 역사관

WCC는 하나님의 활동을 교회의 활동에 국한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교회의 벽 밖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하신다는 말이다. 그들은 교회를 세상의 한 부분이라고 하며, 세상에서 분리할 수 없고 세상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세계 속에서 활동하시므로, 하나님을 세상과 격리하는 교회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불복종하는 것이며, 교회의 역할은 비기독교인들과 대화하고 교제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할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22f). 그러므로 WCC는 ‘교회의 벽 밖에 계시는 그리스도’(Christus extra muros ecclesiae)의 관점에서 본 그리스도의 주권의 의미를 계속 연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22, 88).

북미주연구협의회 보고서도 ‘일원론적 역사관’을 주장한다. 그들은 전통적 신학이 이중적 역사관을 지녔고, 교회와 세속 역사, 그리고 구속사와 일반 역사를 구별해 왔다고 비판한다. 새로운 신학 스타일인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교회가 독자적인 역사를 가질 수 없고, 역사는 특별한 역사가 아니라 ‘온 인류의 전체적인 역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속적인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구속활동을 찾아야 하며, 그 세속 사건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지 않고는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신학은 역사에의 참여함 없이 그 존재 이유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한다(163-165).

호켄다익은 구속사와 세속사의 이중 역사관을 버리고, 일원론적 역사관을 추구한다. Gustav Warneck은 비기독교인에게 가서 교회를 조직하고 세우는 것을 선교라고 했는데, 호켄다익은 이러한 선교관을 비판하며, 기독교 지역과 비기독교 지역이 따로 있고 신자와 불신자의 지역이 따로 있어 신앙인이 불신앙인의 경계선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재래적 선교관이라고 한다.

하나님나라는 전 세계의 목표이며, 하나님은 전체 피조물과 교제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의 최종 목표는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다만 세상의 “한 조각”이며, 세상에 부과된 “하나의 첨가물”(postscript)일 뿐이다. 이 샬롬(Shalom)은 교회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역사밖에 없다. 이 역사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이루시는 Shalom의 역사이며, 이 Shalom의 나라가 바로 하나님나라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호켄다익은 이 Shalom이 ‘마음의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Shalom은 인간의 내적 본질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사건이며 인간관계의 사건이라고 한다. Shalom은 상황 속에서 발견되어야 하고 또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WCC의 신학에서는 교회와 세상의 구별이 사라졌고, 하나님의 존재하심과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고후 6:14-18). WCC는 예수 그리스도 재림과 함께 이루어질 천국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하나님이 역사 속에 들어오셨다는 이유로 오직 현재적 하나님의 통치와, 옛 질서는 사라지고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었다는 낙관적인 역사관에 심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유럽연구협의회 역시 세계의 종국은 파멸이 아니라 의와 사랑의 승리이며, 악의 실존은 하나님의 사랑에 의해 파괴될 것과 하나님의 심판에 의하여 만물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종말관을 표명하고 있다(25-27).

위와 같이 WCC는 회개를 통한 개인 구원과, ‘불신자의 멸망’과 ‘미래적 천국관’을 상실하고, 총체적 개념으로 ‘세계’, ‘새로운 질서’, ‘역사’, ‘역사 속’이라는 단어들로 대체하였다.

북미주연구협의회의 ‘세계를 위한 교회’관의 새로운 선교신학적 입장에서 나타난 변화는, ‘하나님-교회-세상’이라는 종래의 선교구조에서 이제 ‘하나님-세상-교회’로 역사하는 새로운 하나님의 선교 방향이다. 이는 세상이 하나님의 뜻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부합된다고 보는 것이며, 교회는 세상의 한 조각, 세상에 부과된 하나의 첨가물(postscrip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타락한 세상도 아니요 반역하는 세상도 아니고, 그리스도가 자신의의 구속 사업을 이루어 가시는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120-123).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의 선교가 아니라고 한다.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세계 안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를 알아보고, 우리는 그의 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실례를 들면 남미의 민권운동에서 선교 형태를 찾아 보고, 실제 상황에서 선교 방법을 창안하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추구하는 것이다(106-110).

서유럽연구협의회 보고서 역시 과거에는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세계와 관계를 가지신다고 생각하여, 하나님은 우선적으로 교회와 관계를 가지시고 2차로 세상과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였다. 과거의 교회관은 방주에 올라타지 않으면 멸망하고, 세상의 바다에서 교회라는 방주에 올라타는 것만이 유일한 안전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도식은 하나님-교회-세상이었다.

그러나 이 도식은 성서의 증언을 왜곡시킬 경향이 있다며, 이에 대한 현재의 대안은 하나님-세상-교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 몇 개의 성구를 이용한다. 즉 하나님은 세상과 화해하셨고(고후 5:19), 하나님의 관심은 전 우주, 모든 피조물(요 3:16)이며, 하나님의 제1차적 관계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라고 한다(32-33).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WCC는 교회를 세상의 한 부분이고, 교회의 중심은 그 자체밖에 있다고 한다. 교회는 인류와 세상을 섬기기 위하여 부름받았고, 교회는 세상에서 샬롬을 제시하고 선포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의 선교는 중심에서 변두리로 향하고, 빈번히 포교(propaganda)로 왜곡되며, 사람을 기독교인의 이미지로 만들거나 교회의 탈(likeness)을 쓰도록 시도한 것인데, 이것은 선교를 변질시킨 것이라고 한다(34-5).
 
4. 결어

위에서 탐구한 바와 같이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들 내지 WCC 신학은 한편으로 만인의 평화와 인권 옹호, 그리고 경제, 사회, 정치적 샬롬 운동과 같은 실천을 강조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통적 교회의 사회윤리적 패배감과 그에 대한 반성으로, 신앙보다 행위에 중점을 두는 행동주의로 발전되었다.

그러므로 WCC를 중심으로 한 20세기 후반의 신학은 주로 확대되어 가는 지구촌의 기아와 재난을 해결하려는 나눔(더불어)의 신학과, 차별과 억압, 사회악과 불의의 상황에서 요구하는 해방운동, 그리고 핵개발과 핵무기 및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인류 말살의 위기감에서 오는 공존의 불가피성으로 인해 세계 공동체 형성을 요청하게 되었고, 종교, 문화, 이념에 대하여 다원주의, 상대주의, 내지 보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동시에 현대인의 시야는 극단적으로 인간적이고 횡적인 관심에 집착되고, 일반적으로 하나님과 영적 문제 및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이루어질 미래적 천국에 관한 종적 시야는 상실되어 갔다. 하나님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보다 빵 문제와 땅의 문제 해결을 더 우선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성서를 믿음과 실행의 기초로 한 복음주의적인 입장은, 사회 구원관의 중요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귀중한 성서적 구원을 상실해 가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칭의(稱義)와 성화(聖化)와 같은 복음적 구원의 실상을 알지 못한 채 행동주의에 빠져 버린 인본주의적 Missio Dei 신학과 샬롬 운동의 허상을 경고하게 된 것이다. 먼저 복음이 선포되고 개인 구원의 은총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성령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게 되고, 그때 비로서 사회 변화 운동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Missio Dei에 관한 인본주의적 해석과 복음주의적 해석의 차이점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그리스도인)를 에큐메니칼 신학이 세상을 위한 ‘기능’일 뿐 ‘존재’는 아니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복음주의적 이해로는 교회란 오히려 Missio Dei를 실행하기 위한 특수한 ‘존재’이며 또한 구원 ‘기능’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직접 세상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파됨으로 인해서 세상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복음주의가 이해한, 현대의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신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일원론적 역사관으로서 구속사와 세속사 내지 교회와 세상의 이중 역사를 부정한다. 사회복음주의 신학 이래 그와 유사한 해방신학 및 WCC 신학의 공통점은, 하나님의 통치 영역에 하나도 제외될 수 없는 온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한 점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주의 재림과 하나님의 심판 또는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놓쳐 버렸다.

둘째로 이들은 하나님을 만나는 대신 이웃을 만나고, 하나님께로의 회심 대신에 이웃에게로 회심하며, 하나님의 화해 대신에 인류 공동체를 추구한다.

셋째로 복음의 절대성과 그리스도의 유일성이 거부되고, 대신 보편주의 및 상대주의의 시대적 유행을 따라, 다른 종교들 속에도 “그리스도”, “성령의 역사”, 그리고 “구원”까지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넷째로 위와 같은 신학적인 변화를 토대로, WCC는 종래의 영혼 구원을 위한 ‘선교’를 해방운동 및 개발, 의식화운동, 정의 및 인권운동 등으로 바꾸게 되었다. 결국 하나님께로의 회개도, 성령의 역사도 없는(행 2:28), 구원의 상실을 초래하게 되었다(눅 12:4-5).

복음주의 선교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분부대로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것이다. 독일 튀빙겐(Tübingen) 대학교 복음주의 선교신학자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1974년 로잔에서 부름받은 이유를 “27억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2000년에는 세계 인구가 60억까지 증가할 것인데, 그 중 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복음이 전달되지 못한 지역에 살 것이므로, 선교사 인력이 엄청나게 늘어나야 할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복음화된 지역에서 전혀 비복음화된 지역으로 선교사들이 재파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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