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 현장 이야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은 항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집과 익숙한 생활을 떠나 낯선 환경과 음식, 불편한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세월이 갈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요 며칠 동안 여기저기에서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외침에, 자동차에 몸을 싣고 모스크바 북쪽으로 1천km를 달려 올라간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이, 달리는 자동차를 위험스럽게 흔들어 댄다. 수많은 트럭들이 왕복 2차선을 질주하니, 더더욱 위협이 느껴진다. 때로는 밤이 늦도록 달리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눈길을 달려간다. 북쪽으로 올라가니 아직도 눈이 1m씩 쌓여 있다. 완전 다른 세상이다.

선교는 발로 뛰는 사역이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모여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현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곰을 잡으려면 숲으로 들어가야 하듯이, 사명을 완수하고 영혼을 깨우는 일은 움직이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교는 현장이 살아있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안락한 둥지가 아닌, 현장의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한 지역에 도착하니 소수의 무리가 가정에 모였다. 한 청년이 침대에 누워 있다. 손목이 완전이 뒤틀려 있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 언제부터 왜 그랬느냐고 질문을 하니 열 살 때까지 학교생활을 하며 잘 뛰고 건강하였는데, 러시아 숲에 살고 있는, 파리보다 작은 ‘클래쉬’라고 하는 벌레에 물려 그것이 살갗을 파고 몸 안에 들어와 이틀 동안 기절 상태에 머물다가 정신이 돌아왔는데, 점점 마비가 와서 침대 생활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9년째라고 한다.

그의 어머니도 몸이 불편하여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그런데 그 아들을 수발하며 믿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 자체가 은혜이고 이 지역에 처음 온 것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모른다. 말씀을 나누니 무척 감사해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는 사이에 남편이 들어온다. 술에 취해 있고 흥얼거리면서 대화를 나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인생은 이렇게 수많은 개인의 비극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에 그냥 지나칠 뿐이다. 죄된 인생의 피곤함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여기저기에서 절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혼을 경험하고, 알코올과 약물중독으로 기구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생에게 예수가 필요한 이유이고, 마음의 위로와 소망을 위하여 기도할 이유인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다섯 개 지역을 순방하며 가정에서 교회에서 말씀을 나누고 가르친다. 대도시를 떠나면 대부분은 문화의 혜택이 줄어들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본다. 수돗물도 없이 대접을 한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들, 빵과 차가 전부인 대접, 비포장 도로에 차가 달리니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나 우리 일행을 덮으니 숨을 쉴 수가 없다.

예수 안에서 만나 찬양하고,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눈다. 이러한 말씀들이 저들에게 어떻게 적용이 될까? 어떻게 이해가 될까? 적막한 시골 마을, 문화가 없는 마을, 암담하기 짝이 없다. 한국인이 현장을 누비는 그 자체가 저들에게 은혜가 되는 모양이다. 외국인은 그 누구도 들어와 보지 않은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기야 왕복 2천km를 다니는 것도, 문화의 혜택이 전혀 없는 곳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복음 들고 다니는 걸음이 복되다 찬양을 하고 말씀을 들었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 되고 사역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육체의 피곤함도 조금 있었지만, 말씀을 전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해주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순회 전도 사역을 마치면서……

할 일은 많고 세상은 넓고, 와서 도우라는 손짓은 여기저기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잘 준비된 내용이나 헌신이 부족함을 느낀다. 항상 기도하고 선교를 이야기하지만, 삶의 헌신이 훈련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절감한다. 입술의 헌신은 매우 쉽다. 또한 “고르반”, 고르반 신앙인들은 여기저기에 널려있고 수없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딜 가나 숨겨진 고난의 역사들을 살필 수가 있었다. 웃음 뒤에 숨겨진 고난의 흔적을 살펴 보고, 굳센 믿음 뒤에 눈물의 세월과 기가 막힌 인생의 웅덩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아감 같으니라” 욥의 고백이 생각이 난다.

어둠 속에 있던 인생들, 약물과 알코올에 젖어 살다가 예수를 통하여 변화된 증인들을 보게 되니, 이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슬라바보구”(하나님께 영광)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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