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현지의 문화를 배우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한국의 부활절인 4월 5일은 러시아에서 종려주일에 해당한다. 해마다 한 주간 혹은 몇 주간씩 차이가 나는 것은, 러시아정교회가 율리우스 달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러시아정교회의 부활절은 4월 12일 주일이다.

러시아 한인교회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활절을 보낸다. 특별집회와 부활절을 마치면, 선교사들의 러시아교회는 다시금 고난주간이 시작된다. 경건한 마음으로 한 주간을 보내도록 광고한다. 러시아교회의 부활주일은 12번의 절기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크다.

종려주일에 러시아교회는 아침부터 주변에 수많은 차들로 붐비고 주요 도로는 차단된다. 아침부터 교통경찰들이 질서를 유지하고 수많은 차량들을 지휘한다. 지하철 운행 시간도 늘어난다. 종려주일과 부활주일에 동일하게 이렇게 시행된다.

종려주일에는 수많은 신앙인들이 종려나무 꽃망울이 달린 가지를 꺾어서 교회로 가지고 간다. 그리고 신부의 축복을 받고 성수로 뿌림을 받으면 그것을 일주일 동안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꽃아 놓는다. 이것이 주일이 되면 활짝 피어서 부활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그리고 종려주일에는 공동묘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묘소를 정리하고 풀을 깎고 주변 청소를 하니, 공동묘지에는 하루종일 사람들로 붐비고 20-30km의 교통체증이 심하게 일어나게 된다. 고난주간을 지나고 부활주일에 부활의 소망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활주일을 기다리는 모스크바의 정교회들은 매우 분주하고 바쁘다. 러시아정교회 최대의 명절이자 축제일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400여 교회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부활절 자정 미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국가적 대명절인 러시아의 부활절이 이제 다음 주일인 4월 12일이다. 러시아 개신교회들도 모두 이 날을 기념하고 예배하게 된다.

선교사들의 몇몇 교회는 한국교회의 일정에 맞추어서 부활주일을 지내게 된다. 그러나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러시아 성도들은 “왜 종려주일에 부활절을 지키냐”고 말한다. 그것은 부활절의 의미가 매우 희석되어 버린 것에 대한 의구심의 표명이다.

러시아의 성탄절도 역시 1월 7일인데, 서구교회 혹은 선교사들의 교회는 12월 25일에 지키니 러시아 성도들은 두 번씩 지내게 된다. 부활절도 두 번, 성탄절도 두 번, 이렇게 보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좀 이상한 결과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선교사는 현장의 문화에 대한 자기의 이해에 따라서, 각자 의견에 옳은 대로 행하게 된다. 목사 안수도 선교사가 결정하고 개교회에서 쉽게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각 지역에 교회 법적 기구인 연합노회가 구성되고 활동하고 있다면, 절차와 질서를 따라서 함께 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지 목회자들에게 공동체의 질서와 협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독불장군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일에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무슨 성과나 올리는 식으로 이해하고, 날아와서 안수에 동참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게 되는데,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태도라 하겠다.

다양한 문화와 신앙의 형태를 접해 보지 못한 한국교회는,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성도들이 교회에 올 때에 두건을 착용한다. 그것을 초대 고린도교회에서 왜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신학적인 것보다 교회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태도라 하겠다.

한국교회에서 “주여 삼창”하는 문화는 아주 익숙해져 있고, 답답한 마음과 간절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거부하지 않는, 신앙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여과 없이 러시아교회에 들고 들어와서, “주여 삼창”을 외치게 하면서 한국교회의 문화를 적용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게 된다. “주여”를 러시아말로 외치게 되면 말이 길어져서 좀 이상하다.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의 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타문화를 현지에 주입하려고 하는 것은 문화의 침략자가 되는 형태다. 좋은 문화, 모두가 공유하여 유익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비정상적인 것들을 대입시키려고 하는 것은 현장의 문화에 대한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하겠다.

현장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사역을 하는 것은, 참으로 허공을 치는 것과 같은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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